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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삽교읍 돌솥굴밥집 ‘보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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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집 순례/ 삽교읍 돌솥굴밥집 ‘보리수’
  • 안현경 객원기자
  • 승인 2013.02.05 14: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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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철 굴 … 향긋한 달래 … 간장에 비벼먹는‘돌솥굴밥’

 
유난히 눈이 많이 내리는 이번 겨울도 중턱을 넘어서는 듯 하다. 진눈깨비가 내리는가 싶더니 지난 4일로 입춘도 지났다. 한낮 만큼은 봄 햇살이다. 몇 번의 추위가 더 있겠지만 시간은 봄을 향하고 있다.

봄에 앞서 한 살 더 나이 먹는 것만 생각나게 하는 2월 초순, 몸 시계를 봄으로 돌려주는 것은 결국 음식이 아닐까. 겨울의 영양을 듬뿍 담은 굴과 봄 향기를 간직한 달래 간장이 어우러지는 보리수 식당의 ‘돌솥굴밥’도 그런 음식일 것이다.

 
삽교읍에는 돈까스와 보리밥으로 유명한 사과나무집 근처에 보리수라는 이름의 식당이 있다. 주유소 옆에 있어서 언뜻 보기엔 주유소 휴게소 같은 모습이지만 점심시간이면 주차한 차들로 빼곡한 앞마당이 많은 단골들이 찾는 맛집임을 말해 준다.

실내로 들어서니 온통 나무 일색인데 따뜻한 분위기가 마치 찻집 같다. 커다란 통나무가 칸막이처럼 되어 있어 테이블마다 다른 손님들을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공간을 마련해 준다.

토속적 분위기지만 쇼파는 안락하다. 이곳을 추천한 나이 지긋한 지인은 “맛도 있지만 의자가 푹신해서 좋아한다”고 말한다.

 
마지막 하나 남은 자리에 앉아 메뉴를 주문했다. 돈까스와 보리밥으로 많이들 찾는 곳이지만 계절에 맞춰 판매한다는 돌솥굴밥 정식에 들어올 때부터 마음을 뺏겼다. 예약을 하지 않고 가장 사람이 많은 때 주문한 지라 20여 분을 기다려야 했다.

하지만 기다림 끝에 나온 차림은 충분히 그 시간을 보상해 주고도 남았다.

커다란 원목식탁 위로 투박한 그릇들에 담겨 나오는 더덕무침, 불고기, 도토리묵이 채워질 때부터 입가에 미소가 번지는데 가운데를 장식하는 것은 직접 담은 된장으로 보글보글 끓인 찌개요, 옆으로는 간장 대하 두 마리가 자리한다.

하지만 돌솥굴밥 정식의 주인공은 뭐니 뭐니 해도 굴밥이다. 돌솥 뚜껑을 여니 윤기 흐르는 흑미 밥 주위로 오통통한 통영산 대굴이 황송하리 만큼 둘러쳐져 있다. 서둘러 하얀색 오동통한 배에 치맛자락 너풀거리는 자태 뽐내시는 굴을 한 점 숟가락 위로 모셨다.

그러자 달래 간장 꽃 꽂고 은행과 대추 시중 받으며 입 속으로 사뿐사뿐 들어오신다. 입안 가득 그날 그날 통영에서 공수된 대굴의 부드러운 향이 퍼진다.

여기에 간장 대하도 껍질 벗겨 함께 입 안으로 어서 어서 들여보낸다. 부드러운 굴과 탱글탱글한 대하 살이 달래 간장과 어울려 바다 맛이 난다.

한 알 한 알 살아 있는 밥은 말해서 무엇할까. 차려진 다른 반찬이 생각나지 않는다. 아니 오히려 다른 반찬의 맛이 달래간장과 굴밥의 완벽한 조화를 깰 것만 같다.

굴은 모두가 아는 영양식품이다. 칼슘이나 철분, 구리와 각종 비타민이 많고 타우린과 노화방지 성분인 레티놀까지 있어 정력제와 원기 충전제로 손에 꼽히는 음식이다.

하지만 결국 굴을 먹게 되는 것은 이 특유의 향긋한 맛 때문이 아닐까. 남은 돌솥밥으로 숭늉 만들어 먹고, 후식 커피까지 마시며 듬뿍 여유를 즐기고 나서 주인 부부를 만났다.

보리수 식당의 곽노일, 임명옥 부부는 원래 서울에서 식당을 오래 하다 6년 전 곽 씨의 고향인 예산으로 내려왔다. 지금의 보리수라는 식당 이름과 핸드메이드 목공예 분위기가 나는 내관은 전 주인이 레스토랑을 하며 꾸몄던 것인데, 정취며 그 안에 담긴 정성이 좋아 그대로 쓰고 있다. 메뉴는 서울에서 음식점을 할 때와 달리 덕산 근교를 오가는 사람들이 찾을 만한 메뉴로 새롭게 개발했다고 한다. 부부는 식당 옆에 딸린 집에서 생활하며 동네 방앗간에서 햅쌀을 찧어 오고, 된장이며 간장은 직접 담가서 상에 올리고 있다.

곽 씨는 “오래동안 서울서 살다보니 처음에는 적응이 어려웠지만 3년쯤 지나면서 찾아오는 단골도 늘고 고향살이에 익숙해졌다”면서 “이제는 다시 서울로 올라가라고 하면 못 살 것 같다. 고향에서 계속 살고 싶다요”고 한다.

겨울 기운 훌훌 날리고 몸과 마음을 봄 모드로 전환하고 싶다면 찾아가 보길. 계산할 때 식당 명함 뒤에 쿠폰처럼 도장을 받을 수 있는데 도장을 다 채우면 보리밥이 공짜다.

△운영시간: 오전 10시~저녁 9시까지. 매주 첫째 셋째 월요일 쉼.
△가격: 돌솥굴밥 1만2000원, 보리밥 6000원, 돈가스 8000원, 보쌈 정식 9000원
△찾아가는 길: 충남 예산군 삽교읍 송산리 84-3
△예약 및 문의: 041)338-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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