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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를 말한다 <3>/ 서동혁<내포여론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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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를 말한다 <3>/ 서동혁<내포여론조사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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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3.02.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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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론조사 무용론’의 모순

▲ 서동혁<내포여론조사연구소장>
최근 들어 “잘 맞추지도 못하면서 국민들에게 혼란만 주고 오히려 여론을 움직이는 여론조사를 없애는 것이 낫다”는 여론조사 무용론을 주장하는 분들이 있다. 대부분 정치평론가들인데 일부 수긍할 수 있는 부분도 있지만, 매우 모순된 말이다.

‘여론조사의 무용론’이 왜 모순된 말이냐면, 첫째 그런 비판을 하는 사람들 역시 여론조사를 이용하고 있기 때문이고, 둘째 그들이 여론조사 결과를 이용하지 않고 감각으로만 평론을 하면 더 무책임한 소설쓰기가 되기 때문이다(발언에 책임지라고 하면 평가를 쉽게 할 수 있을까? 여론조사는 최소한 발표한 결과에 직 간접적인 책임을 진다). 세 번째, 정치평론의 상당 부분에는 여론몰이 발언이 섞여있기 때문에 무용론의 대상에는 자신도 포함된다.

마지막으로 이건 가장 중요한 사실이며 오늘 칼럼의 핵심내용이기도 하다. 이런 발언들은 ‘여론조사는 선거조사’라는 잘못된 인식으로 판단을 하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앞선 칼럼에서 여론조사에는 크게 사회조사, 마케팅조사가 있으며, 세부적으로도 어떤 분야가 있는지 설명을 했다. 길게 설명한 이유 역시 이번 칼럼 내용과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선거조사는 유권자가 어떤 선택을 할지에 도움을 주는 근거자료가 되기 때문에 필요하다. 마케팅조사는 조금이라도 더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만들고 팔기 위해서 시행하기 때문에 우리에게 도움이 되고, 필요하다.

남아있는 여론조사의 큰 부분 중 사회정책조사는 어떨까? 사회정책조사는 최근 크게 성장했고, 매년 그 규모가 더 커지고 있다. 이 글을 읽는 어르신들이 젊으셨을 때를 생각해 보자. 나랏일에 간섭할 필요도, 여력도 없었다. 공무원들이 하면 하는 것이고, 말면 마는 것이 나랏일이었다. 그 당시에는 담당 공무원이 ‘아. 이번에 1억 예산을 보도블록 까는 데 쓰면 좋겠네’라고 생각한 후 결재를 올렸다고 하자. 특별한 이유가 없는 한 상사는 그걸 승인해주고, 보도블록 사업에 1억이 그냥 들어갔다. 국민의 세금이 한사람 혹은 몇 명의 공무원 생각으로 결정나버린 것이다.

이젠 우리나라도 민주사회 복지사회로 접어들었다. 중앙정부 예산을 보면 ‘몇 조’는 우습게 나오는 시대가 되었다. 모두 국민들의 혈세다. 자, 이제 똑같은 상황을 가정해보자. ‘이번에 우리 군 환경 개선에 배정된 50억으로 거대한 문화센터 하나 만들까? 그리고 남은 돈은 작년처럼 보도블록 교체에 써버리면 편하겠지?’라는 생각을 한다면? 그렇다. 이제는 그 규모가 커진 예산을 정말 필요한 곳에, 국민들이 원하는 곳에 써야 될 필요가 있어졌단 얘기다. 그러기 위해서 ‘가려운 곳을 찾기 위해’비싼 돈을 들여 여론조사를 하게 된다. 그리고 이 아까운 조사비용이 낭비가 되지 않도록 최대한 과학적인 조사를 한다. 만약 과학적으로 잘 조사를 하면 수 억 혹은 수십억 원의 예산을 낭비하지 않고 필요한 곳에 잘 쓸 수 있도록 도와준다. 이것이 바로 여론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국민들이 필요한 곳에 국민들의 혈세가 제대로 쓰일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것이 여론조사의 힘이다.

실례로 필자가 몇 년 전 경험한 일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무리하고자 한다. 모 부처에서 야심차게 시행할 행정개편을 위해 조사 의뢰를 해왔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쓸데없는 전시성 행정사업에 수백억 원 이상 소요된다는 사실에 경악했지만, ‘조사원칙에 충실하여 잘 진행하면 국민들의 의견을 제대로 알 수 있겠지’라는 생각으로 여론조사를 진행했다. 조사결과 반대가 더 높았으며, 그 대규모 세금낭비성 사업은 시작조차 되지 않았다. 천만 원의 조사로 수백억 원의 혈세낭비를 막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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