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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극복 이완구 전 충남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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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투병 극복 이완구 전 충남지사
  • 윤진아 기자
  • 승인 2012.09.24 15:1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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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없는 공직 30년 … 국가·지역발전 더 도움 주고싶어”

 
지난 1월 다발성골수종 판정을 받고 투병해왔던 이완구 전 충남지사가 치료를 마치고 조만간 정계에 복귀할 계획이다. 8개월간의 병상생활을 마치고 요양에 전념하고 있는 이 전 지사를 지난달 20일 서울 자택에서 만났다. 이 전 지사는 “의학적으로는 완치됐지만 한두 달 정도의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몸이 낫는 대로 국가와 지역 발전에 도움되는 일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출마가 기정사실화됐던 제19대 총선에서 돌연 불출마를 선언해 정치권에 상당한 파장이 일었다.
▲우선 충청도민에게 죄송하다. 도지사직을 그만둔다고 해 놀라게 해 드려 죄송하고, 암 선고로 걱정 끼쳐 죄송하다. 1월 초 출판기념회를 가진 뒤 심한 통증을 느껴 병원에서 2주간 입원해 정밀검진을 받은 결과 혈액암 판정을 받았다. 최소 5〜6개월간은 절대안정과 집중치료를 받아야 했기 때문에 출마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다.

-정가의 일부 호사가들이 ‘정치적 꼼수’라는 등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총 20번의 항암주사를 맞고, 골수이식 수술을 받았다. 항암치료가 ‘쇼’라는 말을 듣고 아내가 눈물을 흘리는 모습을 지켜보며 가슴이 아팠다. 많이 궁금해하시고 걱정하시는 줄 알면서도 소식 자주 전해 드리지 못해 죄송하다.

-그동안 어떻게 지냈나.
▲의학이 많이 발달했다고는 하지만, 보통 암 선고를 받으면 죽음과 연관시키게 되지 않나. 어느 날 갑자기 머리가 한 움큼 뽑히더라.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절망감이 왔다. 국회의원과 도지사로 치열한 삶을 살았던 나에게 갑자기 찾아온 병마는 과거를 반추하게 하고, 왜 사는가, 공직에서 무엇을 이루고자 했는가, 무엇을 추구하는가 등 본질적인 문제에 대해 되짚어보는 계기가 됐다. 얼마 전 이모님이 문병을 다녀가셨다. 5년 만이다. 이모 아들이 6년 전 충남개발공사 공채시험에 응시했는데, 단순음주 전과를 이유로 내가 뽑지 말라고 지시한 적이 있었다. 돕지는 못할망정 어떻게 나서서 매정하게 자를 수가 있느냐며 이모님이 내심 섭섭했나 보더라. 내가 이렇게 아프지 않았더라면 끝내 안 보고 사셨을지도 모른다.(웃음) 공직 수행 잘하겠답시고 주변사람들에게는 참 사람냄새 안 나게 굴었다. 아들은 비밀장가 보냈고, 아버지, 장인어른, 장모님 부음 소식도 외부에 일절 전하지 않았다. 가족 친지에게는 미안하지만 다시 돌아간다고 해도 똑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조만간 집안사람들 모아서 삼계탕 한 그릇씩 먹기로 했다.

-투병을 마쳤으니 대선에서 어떤 역할을 할지 많이들 궁금해한다.
▲선거를 통해 지도자를 뽑는 것은 민주주의 본질이자 핵심이다. 지금 돌아가는 형국을 보면 뭔가 굉장히 부자연스럽고 컴컴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무겁다. 교과서적인 이야기 말고, 한정적인 예산으로 어떤 구체적인 정책을 내놓을 것인가를 치열하게 고민하고 명확하게 제시해 줘야 한다. 뉴스를 볼 때마다 흥분했더니 아내가 빨리 나으려면 TV나 신문을 보지 말라고 하더라.(웃음) 마누라 말을 잘 들으려고 노력하는데 잘 안 된다. 아닌 게 아니라 요즘 정계 사람들이 하나둘 찾아와 조심스럽게 대선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30년 이상을 공직에 몸담았다. 우리나라가 어디로, 어떻게 가야 하는가 라는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어떻게 보면 내 삶의 전부이고 피할 수 없는 숙명이라고 생각한다. 한두 달 뒤 완전히 회복되면 내 생각을 얘기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며칠 전 국무총리실이 세종청사로 입주했다.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그만둔 장본인으로서 소회가 남다를 것 같다.
▲국토균형발전의 일환으로 세종시가 만들어졌다. 우여곡절 끝에 나는 도지사직까지 사퇴했고 말이다. 총리실이 이사 가고 세종시대가 도래했다고는 하지만, 과연 제대로 기능을 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이 대통령이 세종시를 한 번도 현장 방문하지 않은 것도 이해할 수 없다. 세종시는 7년의 토론을 거쳐 대의기관인 국회에서 합법적으로 결정된 일이다. 개인적으로 세종시 건설을 반대했더라도 대통령이라면 세종시에 직접 와서 추진 상황을 확인하고 수정안의 장점과 원안의 단점을 지속적으로 보완해야 한다.
이런 얘기는 처음 하는데, DJP 공조를 통해 김대중 대통령이 당선되지 않았나. 공조 내용은 2년 뒤 내각책임제를 한다는 것, 김종필 총재가 국정을 책임진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 내각제가 하루아침에 물거품이 됐다. 철석같이 약속한 공약이 백지화했는데 당도 언론도 충청도에서도 모두 침묵했다. 내각제가 옳고 그른 것은 별개의 문제다. 결국 이 공조를 파기한 것도 내가 2001년 자민련 원내총무를 하면서다. 세종시 문제도 그렇다. 대통령이 열두 번이나 약속한 공약을 무효화해도 가만히 있는다는 선례를 또 만들어선 안 된다고 생각했다.

-내포에도 신도청시대가 도래했다.
▲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내 공약이 충남도청 유치였다. 10년 후인 2006년 도지사가 되어 내 손으로 내포에 도청을 건설하게 돼 가슴이 벅찼다. 도청만 옮기는 것으로는 의미가 없다. 인프라가 구축돼야 하고 수도권에서 인구를 유입할 강력한 인센티브를 만들어줘야 한다. 전국 제일의 암 치료 병원이라든지, 전국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문화시설, 첨단산업단지 등을 유치하는 것을 재임 중에 구상했었다.
직접 청사진을 그린 사람으로서, 세부계획들이 하나씩 무산됐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도청 신도시도 중요하지만 원도시 공동화 대책을 우선적으로 마련해야 균형을 이루며 발전할 수 있다. 군 차원으로 추진할 문제가 아니라 도, 중앙 정치권과 협력해야 한다. 좋을 생각이 떠오르면 안희정 지사 등을 통해 도에 얘기해 줄 생각이다.

-정치재개는 언제쯤 할 생각인가.
▲며칠 전 수덕사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 일하는 결혼이민자가 손글씨로 편지를 보내왔다. 도지사 시절 중앙정부보다 앞장서 다문화 대책을 마련한 내 덕분에 용기를 얻고 살고 있다며, 정치가의 모습이어도 좋고 아니어도 좋으니 꼭 다시 일어서는 모습을 보여 달라는 말에 힘이 많이 났다.
외부 출입을 삼가고 있지만 많은 분들이 편지와 전화로 격려해주셔서 쓸쓸하지 않았다. 대충 짐작들은 하시겠지만, 한두 달 뒤 몸이 완전히 회복된 후에 좀 더 명확한 논거와 구체적인 청사진을 들고 내 생각을 국민에게 말씀드릴 기회를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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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소리 2012-10-07 19:53:10
참으로 많이 야위었네요 결례가 되는 말씀이 될지모르지만 그래도 충청민을 위해서 이리뛰고 저리뛰는 두드러진 정치지도자 였었는데 참! 믿음직 스러웠었는데...빨리 쾌차하셔서 예전의 패기와 열정넘치는 참정치인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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