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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치료·재활에 인생을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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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동물 치료·재활에 인생을 건다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09.04 19: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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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

 
MBC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의학드라마 ‘골든 타임’에서 우리는 응급의료실의 최인혁 교수에 열광한다. 보험 급여에서 깎이든, 종합병원 과장들이 자리 싸움을 하든, 지원 형편이 되지 않든, 최인혁 교수는 생명을 살리는 본분에만 최선을 다한다.

예산군에도 그런 의사가 있다. 야생동물의 생명을 구조하기 위해 밤낮을 가리지 않는 수의사. 김영준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전임수의관<사진 오른쪽에서 두번째>이 그다. 서울대 수의대를 졸업하고 야생동물유전자원은행 수의사로 일하던 그는 2년전 공주대 예산캠퍼스 한 켠에 문을 연 ‘충남 야생동물 구조센터’의 전임수의관으로 왔다.

국내 야생동물에 대한 치료관리와 재활 정보가 체계화되지 않은 것을 알고 이 분야에 투신한 김 박사는 지금까지 센터에서 500여 마리가 넘는 야생동물을 구조하고 치료해 왔다. 인원이라고는 김 박사를 포함한 수의사 2명과 재활사 3명이 전부. 교대 인력도 없이 풀가동이다. 저녁 6시가 되어가는 시간에도 저마다 하루의 일과 반도 채 하지 못했다는 대답이 들려온다. 재활사들이 동물의 먹이를 챙기는 사이 김 박사는 경상도 사투리를 툭툭 던져가며 태풍에 날아간 지붕을 고치고, 방사장에 쇠막대를 절단하고 용접해 자동으로 잠기는 장치를 만든다.

전기세를 아끼려 냉방기기도 틀지 않은 진료실에서 염증이 있는 털발말똥가리의 발바닥을 소독하던 김희종 수의사는 “수의사들은 보통 9시에 출근해 12시에 퇴근해요. 재활사들은 7시에 나와 12시에 들어가고. 김 선생님은 아예 센터에서 사시죠. 의욕이 대단하세요” 한다.

공주대 특수동물학과를 졸업하고 10개월째 일하고 있다는 이유진(26)씨. 이 씨는 피곤한 얼굴로 눈을 다친 소쩍새에게 안약을 발라주고 먹이를 주며 “힘들지만 배우는 것이 많으니까 버티는 거죠. 보람도 있고” 했다.

교대 인력도 충원하지 못해 먹잇값이며 재료비도 최대한 아껴 써야 하는 형편. 서부면 AB지구에서 농약에 취한 황로가 구조됐다는 전화 통화를 한 후 김 박사는 당장 고민이 앞선다. 여름철새인 황로를 지금 구조하면 겨울을 데리고 나야 한다.

가장 절실한 것은 자원봉사자들의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다. “대부분 한 번 왔다가 가는 자원봉사자들은 청소나 하는게 고작이에요. 하지만 장기적으로 오는 사람들은 먹이 급여도 해볼 수 있어요. 자원봉사자를 인솔하고 사무처리를 따로 할 인력조차 없는 지금은 오래 오는 자원봉사자가 다른 자원봉사자를 가르치는 걸 바랄 수밖에요.”

금액 지원보다 물품 지원이 더 반갑다는 김 박사는 수건이나 폐신문지를 가져와 주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고 한다. 충남야생동물센터는 구조된 야생 동물이야기를 인터넷 블로그(cnwarc.blogspot.kr)에 올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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