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마을사람 모이는 곳이 고향이지”
상태바
“마을사람 모이는 곳이 고향이지”
  • 정명진 기자
  • 승인 2012.09.04 13: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내포신도시 편입으로 사라진 목리1리 마을잔치

▲ 보성초에 1년 만에 모인 목리1리 주민들이 담소를 나누고 있다.
이병진(80)씨는 옛 목리1리 마을잔치에 참석하기 위해 새벽잠을 설쳤다. 새벽 4시에 일어나 평택역에서 기차를 타고 예산역에 내려 버스를 두 번 갈아타고 옛 마을을 찾았다. 1년 만에 마을 사람들을 만난 이 씨는 “그래도 1년에 한 번씩 마을잔치라도 하니까 흩어지지 않고 마을 사람들을 볼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지난 1일 예산군 삽교읍 보성초등학교에서 옛 목리1리 마을잔치가 열렸다. 목리1리는 내포신도시에 편입돼 옛 자연부락이 사라졌다. 다들 타지로 뿔뿔이 흩어졌지만 1년에 한번씩 보성초에 모여 마을잔치를 연다. 그러나 보성초도 2~3년 후에는 내포신도시 구역 안으로 옮긴다. 목리1리 주민 맹진호 씨는 “이 학교도 주민들이 한 푼씩 모아서 만든 학교”라고 말했다.

마을은 사라졌지만 주민들이 마을잔치를 열 수 있게 된 것은 목리1리 주민들의 단합심 때문이다. 이주 직전 이장을 맡았던 김종래 삽교농협 조합장은 “남아 있던 마을 기금을 나눠가지지 않고 1년에 한번 씩 마을잔치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포신도시 내에 이주자 택지에 마을 사람들이 다시 모이면 예전에 만들었던 목리1구 마을지도 표지판을 인근 공원에 설치할 생각이다. 옛 마을 목리1리를 잊지 않기 위해서다.

흩어지지 않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마을잔치에 참석하는 이들은 차츰 줄어간다. 특히 타지로 이사가 최근 세상을 뜬 마을 어르신의 조문을 가지 못한 안타까움이 컸다. 목리1리 출신 김기영 충남도의회 제1부의장은 “도청이 와서 우리 마을이 발전되겠지만 마을 사람들은 전국으로 흩어져 실향민이 된 신세”라며 “특히 같은 동네에서 정을 나눴던 사람들의 애경사를 챙기지 못하는 것이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마을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경기도 파주에서 온 김창근(81) 씨는 조용히 학교운동장을 빠져 나갔다. 예전에 살던 집 터를 찾아보던 김 씨는 “마을은 사라졌지만 옛날 마을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 고향이나 다름없지”라면서도 “그래도 먼저 천당 간 양반들 때문에 서운해”라며 어두운 표정을 짓는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