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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면 ‘나무 할아버지’ 최낙중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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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산면 ‘나무 할아버지’ 최낙중 씨
  • 정명진 기자
  • 승인 2012.07.13 09: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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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5평 텃밭에 희귀나무 가득…나무를 자식 키우듯 한 60년

“나무는 자고나면 변해있어. 내가 이리가라, 저리가라 하면 내말을 듣고 따라가. 나무랑 소통하는 거지.”
자신이 가꿔온 나무를 설명하는 노년의 눈에서 빛이 났다. 나무 인생 60년이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 혼자 외롭게 지내왔다. 조경업을 그만둔 이후 나무에 대한 갈증만 커져갔다.

최낙중(79·사진)씨는 4년 전 갈산면 오두리 사혜마을로 이사를 왔다. 큰 아들이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위해 1170㎡(355평) 크기의 밭을 구해주면서 다시 삶의 생기를 찾았다. 비록 초라한 컨테이너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최 씨는 나무와 소통하며 늙어가는 것이 즐겁다.

그의 나무 텃밭에 들어서자 맨 먼저 3년생 조각수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겨우 3년생이지만 직경 7m의 무성한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최 씨는 “팔뚝만한 나무줄기에서 이렇게 잎을 무성하게 키운 것을 보면 사람들이 놀란다”고 말했다.

최 씨의 나무를 가꾸는 솜씨는 대단하다. 말라 죽어 나무 몸통만 남은 백일홍에서 꽃이 피고, 1년에 한번 올라오는 소나무 순을 두 번씩 올라오게 한다. 토종 매화에 백도를 접붙이기도 하고, 한 나무에 6가지 꽃을 피게 한다. 올 봄에는 꽃을 구경하기 힘든 소사나무에서 꽃이 폈고, 희귀종으로 알려진 백석류에도 하얀 꽃이 폈다.

조경업을 그만두면서 그동안 가꾼 나무를 모두 처분한 최 씨는 사혜마을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텃밭에 한그루 한그루 정성을 담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제는 30종 이상의 희귀나무 백여 그루가 그의 텃밭을 채우고 있다.

정식 농원은 아니지만 올 봄 많은 이들이 최낙중 씨의 ‘나무 텃밭’을 찾았다. 그의 텃밭에는 희귀나무 뿐만 아니라 조상의 얼이 담긴 나무들이 많다. 으름나무, 개금(개암)나무, 말불나무, 뽀로수(보리수)나무 등 예전에는 곁에 두고 열매를 따먹을 정도로 흔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옛 추억의 나무들이 노년층들에게 향수를 자극한다.

최 씨는 “관광농원 만드는 게 꿈이었다”며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올해 봄 많은 이들이 희귀한 나무를 보러 최 씨의 ‘나무 텃밭’을 찾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뽀로수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옛 추억에 잠겼다. 그의 ‘나무텃밭’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은 관광농원이었다. 노년의 꿈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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