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이 가꿔온 나무를 설명하는 노년의 눈에서 빛이 났다. 나무 인생 60년이다. 평생을 나무와 함께 살아왔다. 아내와 사별한 이후 혼자 외롭게 지내왔다. 조경업을 그만둔 이후 나무에 대한 갈증만 커져갔다.
최낙중(79·사진)씨는 4년 전 갈산면 오두리 사혜마을로 이사를 왔다. 큰 아들이 홀로 지내는 아버지를 위해 1170㎡(355평) 크기의 밭을 구해주면서 다시 삶의 생기를 찾았다. 비록 초라한 컨테이너 집에서 생활하고 있지만 최 씨는 나무와 소통하며 늙어가는 것이 즐겁다.
그의 나무 텃밭에 들어서자 맨 먼저 3년생 조각수나무가 눈에 들어왔다. 이제 겨우 3년생이지만 직경 7m의 무성한 잎을 자랑하고 있었다. 최 씨는 “팔뚝만한 나무줄기에서 이렇게 잎을 무성하게 키운 것을 보면 사람들이 놀란다”고 말했다.
최 씨의 나무를 가꾸는 솜씨는 대단하다. 말라 죽어 나무 몸통만 남은 백일홍에서 꽃이 피고, 1년에 한번 올라오는 소나무 순을 두 번씩 올라오게 한다. 토종 매화에 백도를 접붙이기도 하고, 한 나무에 6가지 꽃을 피게 한다. 올 봄에는 꽃을 구경하기 힘든 소사나무에서 꽃이 폈고, 희귀종으로 알려진 백석류에도 하얀 꽃이 폈다.
조경업을 그만두면서 그동안 가꾼 나무를 모두 처분한 최 씨는 사혜마을에 거처를 마련하면서 텃밭에 한그루 한그루 정성을 담아 가꾸기 시작했다. 이제는 30종 이상의 희귀나무 백여 그루가 그의 텃밭을 채우고 있다.
정식 농원은 아니지만 올 봄 많은 이들이 최낙중 씨의 ‘나무 텃밭’을 찾았다. 그의 텃밭에는 희귀나무 뿐만 아니라 조상의 얼이 담긴 나무들이 많다. 으름나무, 개금(개암)나무, 말불나무, 뽀로수(보리수)나무 등 예전에는 곁에 두고 열매를 따먹을 정도로 흔했지만 지금은 사라져가는 옛 추억의 나무들이 노년층들에게 향수를 자극한다.
최 씨는 “관광농원 만드는 게 꿈이었다”며 “이제는 나이가 많이 들어서…”라며 말끝을 흐렸다. 올해 봄 많은 이들이 희귀한 나무를 보러 최 씨의 ‘나무 텃밭’을 찾았다. 그리고 많은 이들이 뽀로수 나무 열매를 따먹으며 옛 추억에 잠겼다. 그의 ‘나무텃밭’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작은 관광농원이었다. 노년의 꿈은 이미 이뤄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