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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청곡돌풀원 김용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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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향인 인터뷰/ 청곡돌풀원 김용권 대표
  • 윤진아 기자
  • 승인 2012.06.01 13: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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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리와 촉감·향기를 맡으며 돌과의 대화 20년

전시장 문을 들어서니 수천수만 년의 풍상을 견뎌온 돌들이 손님을 반긴다. 석상 너머에 그들의 선한 표정을 똑 닮은 주인장 김용권(59·사진) 대표가 정원을 거닐고 있다. 볼 것이라고는 그저 돌뿐인데 희한하게 눈을 뗄 수가 없다.

가만히 돌을 들여다보면 희로애락이 물결치듯 흘러간다. 미세한 무늬, 작은 생채기 하나하나에 소소하고도 특별한 사연들이 담겨 있기 때문이다. 전시장 한가운데 우뚝 서 있는 72t 무게의 ‘거북이 돌’은 김용권 대표가 이곳을 찾은 손님들에게 꼭 둘러보고 가라고 권하는 작품 중 하나다. 이름도 직접 붙였다.

“처음 인도네시아에서 이 돌을 보는 순간 숨이 멎는 줄 알았죠. 자연이 빚은 진짜 예술품이잖아요. 어떻게든 우리나라로 들여와야겠다고 마음먹고 정식 허가까지 얻었는데, 작업 마무리 시점에 인도네시아 현지 TV며 신문에서 대서특필하며 못 가져가게 하는 거예요. 현지인들을 설득하고, 축구장도 닦아주고, 사원 보수공사까지 해 줘 가며 천신만고 끝에 가져왔어요. 무려 4년의 세월이 걸렸죠.”

돌을 좋아하는 사람이 아니면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길가에 굴러다니는 돌 한 조각도 쉬이 보아 넘겨지지 않는다는 김용권 대표는, 설령 손해를 보는 한이 있더라도 한번 마음에 들어와 박힌 돌은 어떻게든 들여온다.

“작은 조약돌 하나에도 그 시간, 그 공간의 추억이 담겨 있어요. 돌을 채취하러 떠나기 전날 밤부터 설레기 시작합니다. 꿈도 꿔요(웃음). 길에 방치된 돌조각이야말로 이름 없는 석공들이 만들어낸 세계적인 미술품이니까요.”

인도네시아서 광산사업 … 벽제에 돌 판매장

인도네시아 현지에 광산을 보유하고 있는 청곡돌풀원은 경기도 고양시 덕양구 벽제동에 약 2천 평 규모의 판매전시장을 운영하며 주상절리, 정원석, 화석, 석조각, 조경자재를 국내에 공급하고 있다. 부천수목원 폭포조성공사, 쥬쥬테마동물원, 제주공룡원, 인동화석박물관 등 전국 대부분의 박물관과 공원에 그가 공들여 발굴해온 자연이 들어서 있다. 20여 년간 키르기스스탄, 인도네시아, 중국, 베트남, 블라디보스토크 등 각국을 돌며 찾아낸 명품들이다. 말 없는 돌이지만 그에게는 최고의 친구다.

“하루에도 수십 번 돌에게 말을 겁니다. 대자연의 한 귀퉁이를 떼어온 축소판인 만큼, 돌 안에는 잡념을 버릴 낚시터도 있고 지친 몸을 쉬어 갈 정자도 있지요. 잿빛 문명의 속도에 지치고 힘들 때마다 이 돌들을 처음 만났던 길을 떠올립니다. 장엄한 대자연을 우리 주변으로 옮기며 그곳의 소리와 향기, 촉감, 그 순간의 느낌까지 고스란히 담으려 애씁니다.”

길에서 만난 돌멩이를 반길 줄 아는 순수한 마음, 느린 걸음이지만 열정적으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용기는 환갑을 목전에 둔 김용권 대표를 자유롭고 빛나게 하는 힘이다.

한 달에 열흘가량을 인도네시아에서 보내는 그는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간절할 만큼 바쁘게 살았다.

홍성읍 고암리가 고향인 김용권 대표는 故 김윤중, 한금례 씨의 6남매 중 셋째로 태어나 홍남초(5), 홍성중(20)을 졸업했다.

고암리가 고향 … “하루가 48시간이었으면”

“친구들과 어울려 놀았던 기억이 거의 없어요. 학교 갔다 오면 매일같이 밭 매고 나무하러 가느라 시간이 빠듯했으니까요. 또래친구들과 놀러다니는 대신, 동네 형들 따라서 오일장에 나가 좀약 같은 걸 떼다 팔았지요. 일찌감치 신문 돌리는 일도 시작했고요. 장래희망이 ‘장사하는 사람’이었으니, 어느 정도 그 꿈에 근접한 것 같긴 하네요(웃음).”

시간의 한 덩어리를 떼어 옮겨놓은 듯한 청곡돌풀원 전시장은 진득한 친구가 그리운 사람, 따뜻하게 삶을 위무해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은 사람을 위해 마련한 공간이다. 언젠가는 더 많은 사람과 이 행복을 공유할 자연사 박물관을 만들고 싶다. 그저 옛 역사를 모아둔 박제된 장소가 아니라 과거와 현대, 어제와 오늘의 사연이 서로 만나 생동하는 공간이길 바란다. 좁지만 무한히 넓은 공간, 청곡돌풀원은 수만 년 전 자연에 정답게 말 걸어줄 사람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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