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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이야기 할머니’ 백기숙·장영순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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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이야기 할머니’ 백기숙·장영순 씨
  • 안현경 기자
  • 승인 2012.05.17 00: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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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난 이야기 들려주면서 어린이 인성 교육

▲ 프라임 유치원생들과 함께 한 백기숙 씨.
▲ 장영순 씨가 아이들에게 율동을 선보이고 있다.
수요일 오전 10시, 읍내 한 유치원 교실에 한복을 곱게 차려 입은 할머니 한 분이 들어선다. “이야기 할머니다!” 아이들이 한복자락을 붙잡으며 외친다.

“오늘은 여러분과 똑같은 일곱 살 은경이가 꽃을 함부로 꺾은 이야기를 들려줄 거예요….”

둥그렇게 둘러앉은 아이들을 살피며 할머니는 이야기를 시작한다. 할머니의 크고 굵은 목소리에 아이들의 시선이 집중된다.

‘이야기할머니’는 유치원 학생들을 상대로 옛이야기를 들려주며 인성교육을 하는 할머니들을 일컫는다. 정식 사업명칭은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문화체육관광부가 한국국학진흥원 부설 한국인성교육연수원에 위촉해 2009년부터 시작했다. 풍부한 사회경험을 가진 어르신들로 하여금 재미있고 교훈적인 이야기를 들려줌으로써 조손세대를 잇고 유아의 인성발달을 돕자는 취지였다. 경북 지역을 중심으로 시작하다 반응이 좋아 전국으로 확대됐다. 3기생들을 배출한 지금 전국의 이야기할머니는 370여 명에 이른다. 3기생인 백기숙 씨(62)와 장영순 씨(63)는 홍성의 1호 이야기할머니들로 지난 3월부터 관내 6개 유치원생들에게 이야기를 들려주기 시작했다.

백기숙 씨는 교육쪽 일을 하다 이야기 할머니를 알게 됐다. “딸의 학원 일을 도와주다가 알게 됐어요. 교육이나 다른 봉사를 조금씩 하면서 아이들에게 기초가 되면서 학습이 아니라 인성이라고 생각하던 차에 교육청 홈페이지에서 3기 교육생을 모집한다는 걸 알게 됐지요.” 장영순 씨는 2009년부터 동화구연 봉사동아리인 꿈보따리 회원으로 홍성도서관에서 활동하고 있다. “동화구연 활동을 해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있었고 도청 홈페이지 등을 통해 이야기할머니 사업에 대해 알게 됐지요.”

까다로운 서류심사와 면접심사를 거쳐 교육생이 되면 6개월간 안동과 대전을 오가며 아동문학가들로부터 유아교육, 아동심리, 이야기 발굴 및 조사 방법 등을 공부한다. 수료 후 인성교육연수원에 등록되면 유아교육기관의 요청에 따라 연수원이 소정의 활동비를 지원하고 파견하는 형식이다.

백 씨는 외손주들을 상대로 외운 이야기를 연습해 보고 아이들 앞에 선다. 아이들의 주의가 흐트러졌다간 이야기를 시간 내에 못 끝낼 수 있어 처음에는 진땀을 흘렸단다. 하지만 지금은 다섯 살 아이들과 일곱 살 아이들의 주의환기법을 설명해 줄 정도로 능숙해졌다.

“처음 교실에 들어서니까 식은땀이 났는데 한 주 지나니 아이들이 좋아해 주는 게 보이더라고요. 지금은 아이들 앞에 서면 집안 걱정도 사라져요. 아이들의 생각이 커가는 게 눈에 보여 보람도 있고요. 지나가는 아이들을 보면 막 이야기해주고 싶다니까요.”

아이들 앞에 서는 것이 능숙한 장 씨도 이야기 할머니에 대해 느끼는 애착이 남다르다. “처음에는 마음을 닫고 이야기도 하지 않던 아이들에게 ‘사랑한다, 잘한다’ 하며 애정을 쏟으니까 이제 얼굴이 환해져서 날 봐요. 그럴 때 보람을 느끼지요.”

송미정 프라임유치원 대표는 “요즘 아이들은 할머니에 대한 향수가 있다. 그래서 할머니들이 한복을 입고 들어오는 모습만 봐도 대단히 좋아한다”고 말한다. 조양유치원 지경옥 원감은 “인성 교육 차원에서 인근 작은 6개 유치원생을 함께 초청해 이야기를 듣는다”고 말한다.

모든 이야기 할머니들은 치러야 하는 신고식이 있단다. 아이들이 할머니 한복 치맛폭 안으로 들어가보면 안되겠느냐고 물어본다는 것. 그만큼 한복이 생소해 보여 이야기 할머니들은 더더욱 버선이며 고무신을 곱게 갖추고 아이들 앞에 나선다.

“올해 전국에 이야기 할머니들이 600여 명 더 늘 계획이지만 홍성에서는 네 분만 신청한 것으로 알고 있어요. 교육기관과 할머니들이 이 사업에 더 관심을 가져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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