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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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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
  • 윤진아 기자
  • 승인 2011.08.08 13:34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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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의 운명 바꿀 수 있는 큰 틀에서 거취 결정”

이완구 전 충남도지사가 2개월여에 걸친 미국에서의 칩거를 마치고 최근 귀국하면서, 앞으로의 행보가 뜨거운 감자로 부상했다. 지난 2009년 12월 정부의 세종시 수정안에 반발해 도지사직을 사퇴한 뒤 야인생활을 해온 이완구 전 지사가 정치행보를 재개했다. 총선과 대선이 동시에 치러지는 2012년을 목전에 두고, 잠재적 대권후보로 꼽히는 이 전 지사가 가지는 파괴력이나 중량감은 여·야를 떠나 어느 정치세력이든 무시할 수 없다. 실제로 정계의 끊임없는 러브콜은 물론이고, 지난달 10일 부여지역 지지자들은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이완구 전 지사의 부여지역 출마를 촉구한다’는 연명부를 전달하는 등, 홍성·예산 이외에도 대전, 천안, 청양·부여, 세종 등 여러 선거구에서 그의 손을 놓지 않고 있다. 향후 행보를 묻는 질문에 이완구 전 지사는 “정치적 행보에 대해 깊이 고민하고 있는 만큼, 국민의 뜻에 따라 찬바람이 불면 입장을 정리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편집자 주>

도지사직 사퇴 이후로 뚜렷한 정치적 움직임을 보이지 않았음에도 여전히 건재한 영향력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무얼 하며 지냈나.
평소 관심이 많던 남북문제 관련 논문과 서적을 탐독하며 모처럼 자유인이 됐다. 자식이 둘이 있는데 처음으로 아들 졸업식과 입학식에 참석하고 지인들도 두루 만났다. 지난 40여 년간 큰일 해보겠다는 이유로 소홀했던 가족에게 이참에 점수 좀 땄다(웃음). 외국에 있으면서 우리보다 잘사는 나라들은 정치·행정을 어떻게 하는지도 면밀히 살펴봤다. 우리나라의 국가성장엔진이 활발히 돌아가지 못하는 이유, 양극화 사회에서 사회적 약자일 수밖에 없는 서민들을 국가가 어떻게 지원해야 하는지, 보육·의료 문제의 해법은 무엇인지, 국민적 에너지를 모아 끌고 갈 동력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고민하는 시간이 됐다. 사실 이런 문제는 대통령이나 대권주자가 다룰 내용인지라 주제넘은 고민이었는지도 모르겠다.

내년 총선 출마설이 끊임없이 나돈다. 홍성이 아닌 지역에서의 출마 가능성도 거론되는데.
귀국하니 나를 둘러싸고 대전, 홍성·예산, 부여·청양, 세종, 천안 등 여러 선거구에서의 출마설이 돌고 있더라. 솔직히 얘기하면 아직 아무 것도 결정된 게 없다. ‘어느 지역으로 출마해야 당선된다’는 식으로 좁게 생각하지 않는다. 국회의원 배지가 그렇게 욕심났다면 뭐하러 광역단체장을 사퇴했겠나. 충청을 구하겠다고 도지사직까지 던졌는데, 가볍게 움직이거나 국민의 뜻을 거역하는 행동을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국가가 제대로 서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정부와 국민, 공직자와 국민 사이의 믿음이다.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운명을 바꿀 수 있는 큰 틀에서 생각해 볼 것이다. 국민들은 당장 먹고사는 문제로 버겁다. 이렇게 힘든 시기에 정치인들이 머리를 맞대고 총선 문제를 거론하는 것은 국민들에게 결코 환영받지 못할 일이다. 본인의 의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찬바람이 불면 국민들이 심판하고 판단하고 결정할 문제라고 생각한다.

최근 불거진 동생의 뇌물수수 사건에 대해 부담을 느끼지는 않나.
분명히 잘못된 것이고, 잘못을 했으면 법에 따라 처벌을 받아야 한다. 나는 재직 시절에 청렴결백하기 위해 각고의 노력을 했다. 장인, 장모, 친부상도 알리지 않았고, 현직 도지사 부인이 버스를 타고 다닐 만큼 정도를 걸어왔다. 그렇게 주의를 줬지만 50살 넘은 사람 막기가 만만치가 않았다. 모두 내 부덕의 소치다.

도청 신도시로 인한 홍성 원도심 공동화 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들었다.
도지사직을 사퇴하면서 가장 가슴에 맺힌 것이 도청 이전 문제다. 1996년 15대 국회의원 선거 당시 내 공약이 충남도청 홍성 유치였다. 10년 후인 2006년 도지사가 되어 내 손으로 홍성에 도청을 건설하게 돼 가슴이 벅찼다. 전국 제일의 암 치료 병원이라든지, 전국의 젊은이들이 찾아와 즐길 수 있는 문화·예술시설, 첨단산업단지 등을 유치하는 것을 재임 중에 구상했었는데, 내가 떠나면서 무산되거나 흐지부지됐다. 가장 시급한 일은 원도심 공동화를 막는 일이다. 130여 공공기관을 11개 읍·면에 분산 배치하려고 했던 계획들이 어찌 된 일인지는 모르겠지만, 아직 구체화되지 않고 있는 것 같아 가슴이 아프다. 도청 이전의 목적 자체가 지역의 균형발전을 위한 것이었다. 행정의 연속성을 가지고 무서울 정도의 추진력을 보여야 도청 이전의 진정한 의미를 살릴 수 있을 것이다.

칩거 기간 동안 ‘자유인’으로 살았다고 했는데, 지금까지 얘기로 미루어 보면 그리 자유로워 보이지 않는다. 뉴스나 시사프로그램 말고, 드라마 같은 것도 보는지 궁금하다.
미국과 일본을 오가며 인터넷으로 열심히 ‘다시보기’ 했다.(웃음) ‘웃어라 동해야’라는 드라마는 실시간으로 소위 ‘본방사수’ 하는 정성까지 들였다.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기 본성을 잃지 않고 희망을 향해 달려가는 모습이 가슴에 와 닿았다. ‘대물’도 관심 있게 본 드라마 중의 하나다. 한국 최초의 여성대통령으로 분한 고현정 씨가 남긴 “대한민국에서 더는 국가가 지켜주지 않는 국민이 나와서는 안 된다”라는 명대사는 내게 또 하나의 숙제를 남겼다. 넘어져 좌절한 사람들에게 손을 내밀어 일으켜주는 것이 정치다. 당리당략을 떠나 눈물 흘리는 국민의 아픔을 닦아주며 함께 딛고 일어서는 정치인이고 싶다. 오디션 프로그램도 몇 개 챙겨봤다. ‘위대한 탄생’에서 연변에서 온 백청강이 우승하는 걸 보고 기회의 평등을 생각했고, ‘나는 가수다’를 보면서 역시 시장경제의 논리가 무섭다는 걸 새삼 느꼈다. 경쟁구도가 도입되니 잘하는 가수가 더 잘하게 되지 않나. 임재범의 ‘여러분’은 특히 감명 깊게 들었다. 자유인으로 지낸 몇 달 동안, 평소에는 접할 기회가 적었던 것들을 몸소 체험하며 많은 걸 새롭게 깨닫는 중요한 시간이 된 것 같다.

끝으로 홍성군민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사필귀정이라고, 길게 보면 제자리에 가 있더라. 누구 말마따나 ‘세상이 나를 속일지라도’ 겸허하게 견뎌낼 연륜은 이제 쌓이지 않았나 싶다. 그러기까지 고향이 나를 지켜줬다고 생각한다. 만주에서 온 말은 언제나 북쪽 바람을 향해 서고, 남쪽에서 온 새는 나무에 앉아도 남쪽으로 향한 가지에 앉는다고 한다. 하물며 사람인 내가 어떻게 고향을 잊을 수 있겠나. 지금의 이완구가 있게 해준 원동력은 홍성이다. 나를 이만큼 키워주고 지지해준 홍성군민의 믿음에 보답할 날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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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추 2011-08-09 09:35:24
마지막이라 생각하고 고향을 위해 뛰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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