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베트남 친정 다녀온 구항면 황곡리 하티화당 씨
상태바
베트남 친정 다녀온 구항면 황곡리 하티화당 씨
  • 이선정 기자
  • 승인 2011.07.27 08:5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딸에서 엄마로, 엄마에서 딸이 된 한 달

한국에 온지 올해 4년이 됐다. 베트남에서 시집 온 열아홉 아가씨는 어느새 4살, 2살배기 딸을 둔 두 아이의 엄마가 됐다. 하티화당(구항면 황곡리·23)은 그리워하던 고향 베트남을 4년 만에 다녀왔다. 홍성군과 조양로타리클럽의 지원으로 지난 6월 15일부터 7월 14일까지 한달 동안 고향을 다녀온 하티화당 씨는 밝은 표정이다.

“호치민 공항에 새벽쯤 도착했어요. 입국장에서 보니까 멀리 엄마가 보이더라고요. 마구 달려가서 서로 부둥켜 안고 울었어요. 진짜 좋아서.”

베트남 남쪽 지방인 껀터 고향집에 가는 길은 예전 모습과 많이 달라져 알아보기 힘들 정도였지만 그리운 어머니와 언니, 동생들이 있는 따뜻한 집은 그대로였다. 다시 보니 지금 하티화당 씨가 살고 있는 구항면과 비슷한 느낌이었단다. 한국드라마를 보고 남자주인공에 반해 막연히 동경하던 한국으로 시집 온 하티화당 씨는 이제 남편, 두 아이와 함께 친정을 찾았다. 하지만 친정집에 도착하자 열아홉 그 때로 돌아갔다. “남편, 아이랑 자지 않고 엄마, 언니들이랑 잠을 잤어요. 그동안 못한 얘기를 하다 보니 밤새는 줄 모르겠더라고요. 엄마 품에 안겨서 자니까 정말 따뜻해서 좋았어요.”

하티화당 씨의 친정 어머니는 오랜만에 온 딸을 위해 어릴 적 좋아했던 음식을 만들어 줬지만 한국에 있던 시간 동안 입맛이 바뀌었는지 소위 ‘옛 맛’이 나지 않더란다. 베트남에서 수두까지 걸려 병원에 입원해 친정어머니의 가슴을 태우기도 했다. 하티화당 씨는 “한국에서 엄마로 살다가 베트남에서 보낸 시간은 다시 딸로 살게 된 느낌이었다”고 말했다.

하티화당 씨는 제법 익숙해진 한국 음식을 가족들에게 선보이기도 했다. 고추장과 쌈장을 챙겨가 쌈, 닭볶음탕을 만들었다. 무엇보다 하티화당 씨 본인 먼저 한국 음식이 그립더란다. 한국식보다 덜 맵게 요리하니 가족들도 제법 맛있게 먹더라고. 친정 가족과 집 근처 물가에 놀러가 사진도 찍고 놀던 것도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놀러가서 사진을 꽤 많이 찍었는데 한국말을 모르는 남동생이 제 디지털 카메라를 잘못 조작해 사진이 삭제돼서 얼마나 속상했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이것도 다 추억이다 싶었어요.”

남편과 큰 아이가 일주일 먼저 한국에 들어가고 난 뒤 하티화당 씨는 엄마와 있는 시간도 좋았지만 자신을 보고 싶어하는 큰 딸을 생각하니 마음이 불편했다. 엄마이자 딸이고 딸이자 엄마이기 때문.

아쉬운 일정이 끝에 다다르고 공항에서는 한 달 전과 똑같은 장면이 재연됐다. 하티화당 씨와 친정 어머니는 아쉬움에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 마음들은 조금 변했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서 아쉬웠지만 오랜만에 본 가족들 무척 좋았어요. 일 년에 한 번씩은 베트남에 갈 수 있도록 한국에서 열심히 살려고요.”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