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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인문학으로 해석하는 이상현 한옥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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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을 인문학으로 해석하는 이상현 한옥연구소장
  • 전상진 기자
  • 승인 2011.07.15 2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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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의 ‘대충’ 아름다움에 흠뻑 취하다

“많은 사람들이 우리한옥을 보러왔다 이곳저곳 한 바퀴 휘 둘러보고 간다. 아니 한옥 근처의 맛집을 찾아 그냥 떠난다. 난 한나절을 한옥과 함께 한다. 한옥의 아름다움에 취해 한나절이 지나고 하루에 지나도록 한옥을 본다.”

한옥을 인문학으로 해석하는 이상현(48) 한옥연구소장은 한옥 같은 사람이다. 한옥의 아졸미(雅拙美)가 느껴지는 사람, 한옥 속에서 금방 나와 마치 나른한 듯 느릿느릿하다. 한옥의 여유 속에 녹아 흘러 한옥이 되어버린 사람이 이상현 소장이다.

이 소장은 “한옥에 대한 관심은 궁극적으로 집의 위기에서 온 것”이라며 “요즘 집의 위기는 집의 기능을 다하지 못하는 데서 비롯됐다. 한옥은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동시에 지니고 우리문명과 철학, 생활문화를 포관하고 있기에 부쩍 한옥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고 설명한다. 그는 또 한국의 미(美)는 곧 한옥의 미라고 감히 말할 수 있다고 한다. 한국의 미는 ‘구수한 큰 맛’이다. 관능미는 없지만 고소하고 지루하지 않고 숭고미가 느껴지는 깊은 맛이 있어 구수한 큰 맛이다. 그는 그 구수한 큰 맛으로 ‘막사발’을 예로 들었다. 우리에게는 생활이지만 일본인들에게는 숭고한 아름다움으로 느껴진 막사발을 어찌 설명해야 할까. 그는 그 이유를 한옥의 ‘대충’에 두고 말한다. “서양식 건축물이 철저하게 계산한 설계에 의해 지어진다면 한옥은 대충 짓는다. 집 짓는 주변의 산세와 땅과 물 등 모든 자연경관을 어우러지고 거기에다 집 주인의 의견과 대장목수의 연륜까지 곁들여 대충 짓는 집이 바로 한옥이다”며 “마당이라는 틈을 두고 자연과 집을 연결해 주춧돌도 대충 골라 놓고 그 위에 휘어지면 휘어진 채로 나무를 골라 세워 집을 완성한다. 이것이 한옥이다. 대충이지만 가장 합리적이고 상상력이 뛰어난 집이 바로 한옥”이라고 강조한다.

이 소장은 완당 김정희 선생의 추사체도 ‘대충’이고, 판소리나 민요, 전통춤도 다 ‘대충’이라고 말한다. 그 ‘대충’ 쓰고 그리고 부르고 추는 한국의 미는 상상력과 표현력이 뛰어난 숭고미를 간직하고 있다는 그는 힘주어 말한다. 원형과 변형을 자유자재로 하는 멋과 아름다움이 바로 한옥의 아름다움이다. 그는 현대예술에 가장 적합한 아름다움이 한옥 속에 있다며 함께 떠나기를 원하고 있다.

이 소장은 한옥을 집으로만 보려고 하지 않는다. 우주 전체로 확대되어 고스란히 나와 자연과 우주의 합일을 이뤄내는 집이 한옥이라고 그는 생각한다. 그저 아파트나 단독주택 등 서양식 집에 식상해 한옥을 찾을 것이 아니라 한옥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해 그 한옥의 정신을 배우라고 이상현 소장은 속삭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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