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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멘토로 대통령 표창 김진일 감정평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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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양인 멘토로 대통령 표창 김진일 감정평가사
  • 윤진아 기자
  • 승인 2011.07.04 14: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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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봉사 캐릭터 생겼으니 이젠 빼도 박도 못해요”

인터뷰 내내 ‘부끄럽다’고 난색을 표했다.

“주위에 온통 저보다 훌륭한 분투성이인데, 과분한 상을 받게 돼 몸둘 바를 모르겠어요. 앞으로 이미지 관리를 어찌해야 할지 부담스럽기도 하고요(웃음). 한없이 부족하지만 ‘더 열심히 봉사하라’고 채찍질하는 의미로 알겠습니다.”

(주)삼창감정평가법인 감정평가사로 근무하고 있는 출향인 김진일(35·홍고 50회) 씨가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김진일 씨는 대학시절부터 모국방문 입양인들을 위한 통번역 자원봉사를 지속해오며 한국을 찾는 입양인들의 멘토 역할과 더불어 이들이 모국을 이해할 수 있도록 다양한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김씨는 지난 5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개최된 ‘제6회 입양의 날’ 기념행사에서 조세현 사진작가, 장상천 대한사회복지회 회장 등과 함께 수상자로 선정됐다.

대학때부터 모국 방문 입양인 통번역

무슨 심오한 철학이나 신념이 있어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건 아니라고 했다. 김진일 씨가 국제 입양인들의 복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건 홍익대학교 재학 중 우연히 자원봉사 모집 공고를 보고 나서다.

외국으로 입양돼 이제는 성인이 된 입양인들이 자신의 뿌리를 찾고자 한국의 대중매체에 문의 편지를 보내거나 모국을 방문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그러나 그들을 바라보는 모국은 무관심하거나 차라리 냉담한 편이다.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인카스(INKAS)’를 통해 14개국 입양인들과 한국사회를 연결하며 이들이 자신의 정체성을 찾는 데 다리 역할을 하고 있는 김진일 씨는 “자신의 선택과 상관없이 낯선 나라로 떠난 입양인들이 모국으로부터 두 번 버림받지 않도록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생겼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입양인 ‘수자’ 씨는 공항에서 픽업해 부모님까지 찾아드렸다. 20년이 훌쩍 지나 찾은 어머니는 그러나 이 재회를 비밀에 부치길 원했다. 새로 꾸린 가정이 있으니, 오래 전에 인연을 끊은 자식과 자유롭게 만나기에는 아무래도 조심스러운 입장이었던 것이다.

“수자에게 솔직하게 얘기했더니, 자기는 괜찮다고 하더라고요. 그 이후에도 인카스를 통해 수자에게서 가끔 연락이 왔어요. 모국을 따뜻하게 기억할 수 있게 해 줘 고맙다며 작은 선물까지 보내왔다고 하더라고요.”

미국 입양인 ‘에드워드’에게는 한국에서 머물 동안 지낼 홈스테이도 직접 구해줬다. 적응을 못 하는 듯하자 자신의 하숙방에 데려와 2주가량 동고동락하기도 했다. 악기를 잘 다루던 에드워드에게 홍대 인디밴드 문화를 알려준 건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이었노라고 했다.

“사회생활을 시작한 뒤로는 내 시간이 부족해 예전만큼은 봉사를 많이 못 하고 있어요. 짬이 나는 대로 조금씩 인카스의 일을 돕는 정도였는데, 이렇게 떡하니 상까지 받았으니 앞으로는 더 가열차게 활동해야겠어요.”

홍고 기숙사, 플라타너스길 추억 자산

그의 눈을 한 번이라도 들여다본 사람은 알 것이다. 그가 흔들림 없는 맑은 눈동자를 가지고 있음을, 그리고 쉼 없이 정진하고 있음을. 사회를 위해 자신이 할 일을 고민하고 실천에 옮기는 김진일 씨는 이 작은 봉사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현실에 이 땅의 젊은이로서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했다.

“고등학교 때 기숙사에 있었어요. 친구들하고 그야말로 밤낮 가리지 않고 재미있게 놀았지요. 지금 만나는 친구들이 다 홍주중학교, 홍성고등학교 친구들이에요. 지금도 눈을 감으면 홍성고등학교 진입로에 멋들어지게 늘어선 플라타너스 행렬이 떠올라요.”

넘치는 열정만큼 미숙했던 새내기 시절에도, 감정평가사로 사회 속에서 다부지게 제 역할을 하고 있는 지금도, 그는 여전히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기본을 잊지 않으며 새로운 시도를 바지런히 행동으로 옮긴다. 그것이 김진일 씨의 성장 비법이다. 지겨운 통념을 사뿐히 즈려밟고 새로운 소통 방식으로 지금껏 열지 않았던 문을 용기 있게 두드리며, 이 젊은이가 한 땀 한 땀 촘촘히 채워갈 삶의 밀도만큼 대한민국의 내일도 더욱 흥미진진하고 풍성해질 것이다.

윤진아 서울주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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