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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함정을 무사히 건너라는 가르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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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질의 함정을 무사히 건너라는 가르침
  • 홍성신문
  • 승인 2009.05.06 10: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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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지역의 숨겨진 이야기/ 갈산면 가곡리 ‘삼준산 구름다리’

▲ 위에서 내려다 본 삼준산 구름다리 모습.
깊은 산 속 잡목에 가려 인적 끊긴지 오래
산삼 함정에 빠진 장님, 스님 전설만 휘감아

우리고장 홍성군 갈산면 가곡리에 삼준산이 있다. 해발 460미터의 비교적 높은 산이며 홍성·예산·서산의 3개 시·군을 경계 짓는 산이기도 하다.

필자는 삼준산 정상부근에 구름다리가 있고, 재미있는 전설이 전해온다는 이야기를 들었지만 답사할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었다. 주변사람들 말로는 오래 전부터 사람들의 발길이 끊겨서 길도 없어졌고 잡목이 우거져서 올라가기 힘들 뿐만 아니라 혼자서는 정확한 위치를 찾아낼 수가 없다고 했다.

지난 3월 29일(일요일) 오후에 구름다리를 답사할 기회를 얻었다. 홍주향토문화연구회 전하수 회장님의 주선으로 마을 주민의 안내를 받아서 삼준산에 올라갔다. 갈산면 신안리에 거주하는 박인환 씨는 어려서 수없이 오르내리던 산이라면서 70대 중반의 연세에도 아주 가볍고 날렵하게 험한 산길을 앞장서서 안내하셨다.

▲ 삼준산 구름다리.
구름다리는 삼준산 정상에서 갈산면 가곡리와 운곡리 사이로 뻗어 내린 산줄기 끝머리의 산봉우리에 있었다. 갈산면 가곡리 노상마을에서 한 시간쯤 오르다보면 옛날 절터가 있고 30분쯤 더 오르면 산봉우리 부근에 구름다리가 숨바꼭질하듯이 잡목 속에 가려져있다. 구름다리가 있는 산 아래로는 동막골의 석산개발모습이 한 눈에 내려다보이며, 건너편 산줄기 너머로 가곡저수지가 멀리 보인다.

구름다리는 총길이가 10여 미터쯤 되고 높이는 5미터쯤 되었다. 구름다리의 폭은 60센티미터쯤 되었는데 다리에 걸터앉아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현기증이 날 정도로 까마득하게 높아보였다. 구름다리 아래에 서있으면 깊은 산속에 숨어서 밖을 내다보며 주변 경계를 하는 동굴 입구가 연상된다.

삼준산 구름다리는 옛날에 어린 딸을 데리고 살던 장님의 안타까운 이야기가 전설로 전해지고 있다. 옛날에 삼준산 아래에 장님이 살고 있었다. 비록 장님이었지만 착한 부인을 얻어서 젖먹이 딸과 함께 행복하게 살았다. 하지만 병약한 부인은 젖먹이 딸과 남편을 남겨놓고 일찍 저승으로 떠나고 말았다.

장님은 세상을 살아갈 방법이 없었다. 눈만 뜰 수 있다면 어린 딸을 잘 키우며 살 수 있을 것 같았다. 산 중턱 암자에 찾아가서 스님에게 눈을 뜰 수 있는 방법을 물었다. 스님은 목욕재계하고 백일동안 정성스럽게 기도를 해보라고 권했다.

그날부터 장님은 매일매일 목욕재계하고 산신령님께 정성껏 기도했다. 드디어 백일이 되었고 그날 밤에 꿈을 꾸었는데, 산신령님이 나타났다.

“너의 정성이 너무도 지극하여 눈을 뜰 수 있는 방법을 가르쳐주노라. 날이 밝으면 산꼭대기 구름다리에 올라가서 서른세 번을 왕복하여 건너도록 하여라. 주의할 것은 서른세 번 동안 쓸데없는 곳에 마음을 두지 말 것이며, 도중에서 걸음을 멈추지 말아야 하느니라.”

장님은 꿈속에서 깨어나자마자 구름다리로 올라갔다. 산신령님이 가르쳐준 대로 좁은 다리를 더듬더듬 짚어가며 왕복 서른두 번을 건너다녔다. 이제 한번만 더 건너갔다 오면 눈이 뜰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가슴이 벅차올랐다. 마지막으로 다리를 건너갔다 돌아오는데 깜깜하던 눈앞이 훤해지면서 희뿌연 하게 검은 물체들이 보였다. 드디어 눈이 보이기 시작한 것이었다.

아,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눈앞이 훤해지면서 손만 뻗으면 닿을 것 같은 절벽에 산삼이 무더기로 자라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장님은 처음 보는 식물이었지만 숱하게 듣고 들었던 산삼이라는 것을 금방 알아차릴 수가 있었다. 장님은 자신도 모르게 다리를 건너오다가 잠깐 멈추고 절벽 쪽으로 손을 내밀었다. 그 순간 장님은 까마득한 낭떠러지 아래로 떨어지며 목숨을 잃고 말았다. 마지막 두 세 걸음만 잘 건넜으면 소원이던 눈을 뜰 수 있었는데, 그만 산삼에 마음이 빼앗겨서 목숨을 잃었다는 전설이다.

▲ 삼준산 빈 절터 모습.
구름다리와 관련하여 장님 대신에 스님이 등장하기도 한다. 삼준산에 조그만 암자를 짓고 싶었던 스님이 백일기도를 하던 중에, 구름다리에서 서른세 번을 왕복하여 건너라는 계시를 받았다. 서른두 번을 건너고 서른세 번째에 산삼을 발견하고 손을 내밀었다가 목숨을 잃었다는 이야기이다.

두 이야기가 등장인물만 다를 뿐, 전체적인 내용이나 속에 담겨있는 주제가 비슷하다.

일평생 살아가면서 사람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은 수없이 많다. 그중에 대표적인 함정은 물질의 함정, 성의 함정, 지혜의 함정 등이다. 물질의 함정을 무사히 건너야만이 행복한 인생을 살아갈 수 있다는 암시가 담긴 조상들의 훌륭한 가르침이 담긴 전설이다.

김정헌<동화작가, 금당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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