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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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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
  • 홍성신문
  • 승인 2009.04.27 1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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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30호

▲ 신용식(한국사진협회 홍성지부장)의 ‘여심(女心)’
춘 분

이영희(시인·한국문협홍성지부 지부장)

언제쯤 오려나 생각하는 사이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
아버지 걸음처럼 빠른 햇살이
겨우내 움츠리고 기다리던
목련 나무에 내려앉았다
목련나무에 몰려 앉은 학의 무리
햇살 따라 날아오를 준비 중이다
담장 아래 노란 냉이꽃
아이들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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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춥고 긴 겨울에서 가장 그리워하게 되는 것은 봄이다. 어서 봄이 왔으면 싶다. 더더욱 다른 해보다 추운 겨울이라면 이 지긋지긋한 겨울이 어서 달아나버리기를 간절히 기원하기도 한다. 이희승의 [딸각발이]라는 수필에 <사뭇 뼈가 저려 올라오고, 다리팔 마디에서 오도독 소리가 나도록 온몸이 곱아 오는 판에, 사지를 웅크릴 대로 웅크리고 안간힘을 꽁꽁 쓰면서 이를 악물다 못해 이를 박박 갈면서 하는 말이, "요놈, 요 괘씸한 추위란 놈 같으니! 네가 지금은 이렇게 기승을 부리지만, 어디 내년 봄에 두고 보자!" 하고 벼르더란 이야기>가 나온다. 이렇듯 겨울의 추위는 참으로 견디어내기 어렵다. 그러하거니와 사람들은 겨울 속에서 봄을 기다린다. 그 봄이 ‘언제쯤 오려나 생각하는 사이 / 밤낮의 길이가 같은 날 / 아버지 걸음처럼 빠른 햇살이 / 겨우내 움츠리고 기다리던 / 목련 나무에 내려앉았다’는 것이다. 얼마나 반가운 일인가? 그러하거니와 무리지어 피어난 흰 목련꽃이 ‘학의 무리’로 보이는 것은 당연한 일이며, 겨울에서 탈출하여 마음껏 기지개를 켠 ‘아이들’을 ‘담장 아래 노란 냉이꽃’이 모으고 있는 활기찬 모습을 보여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활기찬 봄은 결코 지성(知性)이나 이지(理智)가 될 수 없다. 다만 부풀어 오르는 감성(感性)에 충만한 감정(感情)이 온몸으로부터 치솟아오를 뿐이다. 유암화병(柳暗花明)이란 말이 있다. 버들의 그늘이 짙고 꽃의 색이 밝다함이니 아름다운 봄 경치를 이르는 말이다. 아름다운 [여심(女心)]처럼 봄경치에 취해보면 삶은 분명 다사로워지리라!
구재기<시인·갈산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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