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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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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
  • 홍성신문
  • 승인 2009.04.15 15: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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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28호

▲ 오경세(한국사진협회 홍성지회 회원)의 ‘빛’
사랑의 참뜻

신소대

개나리가 휘어질 때
누군가를 사랑하는 것은
슬픔입니다
비 온 뒤의 하늘은
마냥 눈부시지만
눈물이 흐른 볼우물에
미소는 흔적조차 없습니다
그것은 어스름한 달빛 아래
유성처럼 사라지기 때문이요
서러움의 바람 소리는
한숨이기 때문입니다
죽음에 이른 가시나무새
구슬피 울었던 것처럼
누군가를 깊이 있게 사랑하는 것은
기쁨이 아니라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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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상> 사랑이라는 것은 무엇보다도 즐겁고 아름답고 기쁘고 행복한 것이라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사랑하면서 살아가는 먼 길에서는 때에 따라서 방황하거니 서럽거나 불행하거나, 또한 허무하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

이 상반되는 두 감정은 사랑이 가지는 이중성이라 할 수 있다. 진정 사랑하기 때문에 헤어진다는 것도 비로 이러한 사랑의 특성 때문이다. 그러므로 헤어지는 슬픔을 가진다는 것이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위의 시작품에서 슬픔을 가지는 사랑에는 일정한 상황이 제시되어 있다. 즉 조금은 지나칠 때이다.
개나리꽃이 그냥 핀 것이 아니라 ‘개나리가 휘어질 때’이며, ‘비 온 뒤의 하늘은 /마냥 눈부’실 때이다. 또‘어스름한 달빛 아래 / 유성처럼 사라’질 때요, ‘가시나무새’가‘죽음에 이’를 때이면서 일반적인 보통의 사랑이 아니라 ‘누군가를 깊이 있게 사랑’할 때이다. 휘어지고, 눈부시고, 어스름하고, 즉음에 이르고, 깊이 있을 때 바로 사랑은 슬픔이라는 것이다.

과연 그렇다.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 했다. 이는 정도를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는 뜻으로, 중용(中庸)이 중요함을 이름이며, 《논어》의 〈선진편(先進篇)〉에 나오는 말이다.

사랑도 지나치면 슬픔이 된다. 진정한 사랑은 그 사랑을 위하여 모든 것을 포기하거나 맹목적이거나 불태워버리는 것이 아니다.

사람으로서 주어진 모든 사명을 다하면서 보다 더 알찬 삶의 보람을 이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때 사랑은 아름다워지고 삶으로서의 [빛]이 된다.

문득 <사랑이 추구하는 열매는 오늘이나 내일을 위한 것이 아니고 어느 한 때만 위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그 자체로 충분한 것이다>는 R. 타고르의 말이 떠오른다.

구재기<시인·갈산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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