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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인생을 따라 ‘최선의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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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어진 인생을 따라 ‘최선의 나’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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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9.04.15 10: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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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으로의 두번째 여행/ 고령사회를 살아가는 키워드 ‘성장’ (2)

나는 20대의 나보다 편안하다. 내가 진심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이 든다는 것은 불필요한 것들을 줄여나가 본질에 이르는 과정이다. 나는 30대의 나보다 열심히 산다. 시간이 무한한 것이 아니라 고갈되는 자원이라는 것을 알았으며, 죽기 전에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생겼기 때문이다. 나는 40대의 나보다 행복하다. 놀랍게도 나는 삶에서 가장 궁핍한 순간에 감사하는 마음을 배웠다. 궁핍해보아야 고마움을 안다. 그러니 비굴해지지 않을 정도의 자존심만 있다면 궁핍해보는 것도 괜찮다. 삶은 고마움으로 충만해진다.

가장 궁핍한 순간 감사 배워

이제 젊음은 사라졌으되 나는 많은 것을 가졌다.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되었으며, 체험에서 나오는 여유와 자신감을 갖게 되었다. 한번은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절실함을 갖게 되었으며, 세상에서 제일 중요한 것이 인내심과 실행력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다. 아! 그 많은 시행착오를 거치지 않고도 이런 것을 깨달았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절로 한숨이 나온다. 뻗치는 에너지가 있고 겁 대가리 없던 젊은 시절에 이런 이치를 알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아마 그럴 수는 없었을 것이다. 삶에는 반드시 직접체험으로 배워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추친닝도 <승자의 심리학>에서 “운명의 길을 걷기 위해서는 부정적인 경험이 필수적이다. 암울한 시기를 헤치며 인내하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면 밝아오는 여명을 보지 못할 것이기 때문”이라고 했을 것이다.

수명 연장 고쳐 살아볼 시간

‘철들자 망령’이라는 말처럼 예전 사람들은 일말의 깨달음을 안고 쓸쓸히 퇴장해야 했을 지도 모른다. 수명이 연장되어 우리는 다시 고쳐 살아볼 시간을 갖게 되었다.

쓰디쓴 회한 속에 생을 마감하지 않고, 더욱 성숙해진 2막을 시도할 수 있는 행운을 갖게 된 것이다. 오래 사는 사람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 것을 떨쳐버릴 수 있다. 끊임없는 시도와 결과, 수정과 재도전을 통해 자신이 어디에 적합한 사람인지 찾아갈 수 있다. 그래서 요즘에는 비교적 늦은 나이에 직업전환을 시도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성공적으로 직업을 전환하여 인생의 전반전에 비교할 수 없이 파격적이고 멋진 2막을 열어젖히는 사람들도 많다.

멋진 2막 … 성공적 직업 전환

대구시 범어동 ‘바우만 스테이크 하우스’의 사장 이원섭 씨도 그 중의 한 사람이다. 이원섭 씨는 2003년에 20년 가까이 재직한 경북대 시각정보디자인과 교수직에서 명예 퇴직했다. 그리고는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요리를 직업으로 택했다. 심근경색으로 죽을 고비를 넘긴 후 내린 결단이다.

익숙해진 강단에서 매너리즘에 빠져 인생 후반기를 보내느니 위험이 따르더라도 한 번 하고 싶은 일을 해 보고 싶었다고 한다. 그는 직업전환을 위해 5년에 걸쳐 연구와 준비 작업을 했다. 서울은 물론 미국과 유럽의 소문난 스테이크 전문점들을 찾아가 맛과 식당 분위기를 벤치마킹하고, 레스토랑 관련 서적 수 십 권을 읽었다. 바우만이란 이름은 ‘설계하는 사람’이라는 뜻의 독어라고 하니, 식당 경영으로 인생을 재설계하겠다는 염원을 담은 상호인 셈이다.

소믈리에 김창용 씨는 쉰이 넘어서 프랑스 보르도로 유학을 단행한 경우이다. 문화부기자 출신답게 트렌드에 관심이 많았던 그는, 일본의 소비 트렌드를 접하면서 앞으로 우리나라에서도 와인산업이 각광을 받으리라는 확신을 갖게 된다. 그래서 그런 결단을 할 수 있었다. 그는 60세가 된 지금, 동양공업전문학교 소믈리에 과정 책임강사와 강남 와인스쿨 전임교수를 맡고 있으며, 각종 외부 강연은 물론 와인 컬럼니스트로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는 2막을 계획하는 사람들에게,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자신만의 영역을 만들어 나가라고 권하고 있다.

‘가장 나 다운 것’ 찾아가기

인생이 길어졌기 때문에 이들처럼 변신과 모험을 통해 가장 나다운 것을 찾아갈 수 있는 시간이 보장되었다. 여러 개의 정체성을 가지고 여러 개의 인생을 살아가는 시대가 된 것이다. 그 중에서 정말 내가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는 일을 찾기 전까지는 나는 아직 내가 아닌지도 모른다. 나의 기질과 강점이 녹아들어 기꺼이 만족하며, 최고를 향해 가고 싶은 일, 그 과정에서 나도 행복하고 누군가에게도 수혜가 되는 일을 발견하기까지는, 아직 나의 삶은 진짜가 아닌지도 모른다. 장사익이 계속 외판원으로 전전했다면 아직 장사익이 아닌 것처럼 말이다.

한명석<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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