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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예산편성‘공무원 혼자’서‘주민과 함께’로 이동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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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치단체예산편성‘공무원 혼자’서‘주민과 함께’로 이동 중
  • 이번영 연구원
  • 승인 2008.11.06 15: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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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신문 협업 특집/ 지방자치의 꽃 ‘주민참여예산제’

▲ 홍성YMCA가 지난해 홍성참여예산학교를 열고 자치의식을 높이는 계기를 마련했다.
예산군청 홈페이지 ‘2009년도 예산편성에 바란다’라는 배너에는 지난 9월 29일과 10월 18일에 “음식물쓰레기 분리수거”, “마을정자 설치”, “군민의 질 향상을 위한 각종 문화행사 유치” 등 사업에 대한 주민들의 예산편성 요구가 들어왔다. 예산군에서는 이중 마을정자 설치는 가능성이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음식물 쓰레기 분리수거를 위해 5억 1000만 원, 문화행사 유치를 위해 2억2000만 원을 내년도 예산에 편성하기로 했다. 예산군은 지난해부터 주민참여예산제를 실시하는데 군청과 읍면 사무소 채널을 통해 39명의 주민 의견을 접수해 예산 수립에 참고로 활용한 바 있다.

공무원들이 편성하는 예산을 주민들이 참여해 함께 편성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지방자치의 꽃”이라고 불린다. 우리나라는 지난 2006년부터 지방자치단체에 이 제도를 도입하도록 권장하고 있으나 공무원들과 지방의회의 거부감, 주민들의 참여 부족 등으로 자리 잡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006년 행정안전부는 각 지방자치단체에 참여예산제도에 대한 조례를 만들도록 권고했다. 그러나 16개 광역자치단체는 일제히 이 조례 도입을 거부하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런 가운데 특별자치도인 제주도가 올해 처음으로 ‘제주자치도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안’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도 불발 위기에 처해 있다. 이달 3일 제주도의회는 제주도가 제출한 조례안에 대해 “주민의견 수렴이 부족하다”며 논의를 보류시켰다. 두 번째 보류다.

주민참여예산제는 부족하나마 기초자치단체에서 더 긍정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충남도내 16개 시·군 중에서 서산시를 비롯해 예산군, 홍성군, 논산시 등 4개 시·군에서 주민참여예산 조례를 만들었다. 서산시는 2006년 7월 5일 조례를 제정했는데 광주시 북구청, 울산시 동구청 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이 조례를 제정한 대열에 끼고 있다. 예산군은 2007년 6월 27일, 홍성군은 2007년 7월 13일 조례를 제정했다.

서산시는 해마다 연초에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열어 주민들을 초청해 전문가 강의를 듣는 등 예산에 대한 공부를 한다. 서산시는 올해에도 이달 6일부터 3일동안 내년도 예산 수립을 위한 시민위원회 분과회의를 열고 있다. 각계 인사 50명으로 구성한 ‘주민참여예산 시민위원회’는 자치행정, 주민지원, 건설도시 등 3개 분과위원회를 두고 10억원 이상 대단위 사업비를 중심으로 심의하며 참여한다.

예산군과 홍성군은 조례를 제정해놓고 있지만 유명무실한 게 사실이다. 예산군 조례는 가장 중요한 ‘주민참여위원회’가 없다. 홍성군 조례는 각계 군민 35명으로 구성하는 ‘홍성군주민참여예산위원회’와 ‘홍성군주민참여예산연구위원회’를 설치하는 등 비교적 상세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이들 위원회를 구성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는 6개 분야에 걸쳐 18명의 주민참여예산위원을 공개 모집하려고 세 번이나 연장하며 공고를 냈음에도 희망자는 3명뿐이었다.

▲ 대전광역시 대덕구는 주민참여예산 구민위원회 총회를 열고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군은 올해에 위원회 구성을 포기하고 홈페이지 배너 개설, 설문조사 등만 하고 있다. 한편 홍성군은 지난해 10월 홍성YMCA에서 주민참여예산학교를 열고 전문가를 초청해 토론하는 등 민간이 앞장 서서 촉구하기도 했다.

청양군은 지난해 11월 입법예고 했던 ‘청양군 주민참여예산제 운영 조례’를 이달 12일 군의회 임시회에 상정했다. 그러나 이 안은 입법 예고 당시부터 청양시민연대(대표 이상선)가 “조례제정의 취지와 목적을 담보할 수 있는 실효적인 내용을 담지 못하고 전국에 배포한 표준 조례안으로 형식적 요건만 갖추고 있다”며 반대 의견을 군에 제출했었다. 이번 군의회 역시 “예산편성에 주민참여는 시기상조”, “주민 참여가 부족한 안”등을 이유로 부결시켰다.

대신 청양군은 정책 및 사업 결정 과정에 주민 참여를 확대하기로 하고 건의 등을 통해 숙원사업 예산을 배정하기로 했다. 홈페이지에 군민 아이디어를 수렴하는 창구를 개설했으며 47회의 간담회, 토론회 등을 통해 주민 의견을 듣고 있다. 이같은 과정을 통해 올해에도 목면 9228만원과 남양면 2978만원을 수리시설 개보수사업비로 편성한 바 있다.

당진군은 조례를 제정하지 않았으나 여러 채널을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올해 10월 15일부터 11월 11일까지 12개 읍면을 순방하며 2009년도 예산 편성과 관련한 주민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당진은 민간단체가 적극적이다. 당진환경운동연합은 2009년도 예산안 편성에 대한 의견서를 군에 보냈다. 의견서 내용은 당진화력 9, 10호기를 비롯한 환경오염배출업소의 대기영향에 대한 시물레이션 조사를 위한 사전환경성검토 예산, 농촌쓰레기문제 해결 예산, 도시재생사업 예산, 농어촌주거환경개선사업비 증액 등 광범위하다.

올해도 지방예산은 11월 21일까지 각 자치단체에서 의회에 상정하고 의회는 12월 20일까지 의결해야한다. 각 지역 주민들의 예산에 대한 관심과 참여는 해마다 조금씩 늘어나고 있다.

주민참여예산제를 앞서 실천해 각 지역의 벤처마킹 대상으로 부상하는 서산시청 정상덕 기획감사담당관은 “시민위원의 전문성 부족, 자기들과 관련된 사업을 관철하려는 생각, 지방의회와의 갈등이 보완돼야 할 문제점”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홍성YMCA 주민참여예산학교에 강사로 나왔던 한남대학교 김겸훈 교수는 “주민참여예산제도는 재정민주주의 구현의 핵심으로 주민 참여와 정치의식을 높이는 기폭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주민들의 다원화되고 상충되는 이해관계 합의를 이끌어내는 것, 변화를 두려워하는 공무원들의 반발, 의회의 오해를 먼저 해결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의정비심의위 권한 축소‘들러리’로 전락

2009년도 지방의원 의정비를 결정해야하는 시기를 맞았다. 의정비를 결정하면서 얼마로 정할 것인가 하는 문제로 해마다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올해는 의정비심의위원회의 권한을 대폭 축소해 의정비 결정에는 큰 갈등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권한이 축소된 심의위원회가 왜 필요한지 의문과 함께 자치권의 후퇴라는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의정비 중 의정활동비는 모든 지역이 연간 1320만원으로 이미 확정돼 있으며 월정수당 한 가지만 정하면 되는데 이도 정부에서 기준을 마련해 보냈기 때문이다.

이 표를 보면 현재 의정비는 서산시와 당진군이 가장 많고 홍성군이 가장 적다. 홍성군의 경우는 2006년 7월 1일 봉급제로 전환하면서 정한 금액을 현재까지 동결했기 때문이다. 지난해에도 홍성군의회는 심의위원회에서 16% 인상안을 의결했지만 군의회에서 부결하고 동결시켰다. 의정비 인상안을 놓고 주민과 의원들 간에 생각이 달라 전국적으로 논란이 일자 홍성군의회는 큰 차이 없이 무늬만 인상시키느니 차라리 더 안 받겠다는 것 이었다.

올해는 10월 8일 의정비 기준액과 절차 등을 담은 지방자치법 시행령이 개정돼 논란의 소지를 줄였다. 의정비심의위원회는 위에 표시한 의정비 중 월정수당에 대해서만 20%를 더하거나 뺄 수 있을 뿐이다. 각 지역 의정비심의원회는 11월 말까지 의정비 지급액을 결정해야하며 의회는 12월 중으로 지급 조례를 개정해야 한다.

<이번영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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