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2월 학기 없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상태바
2월 학기 없앤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
  • 김복실
  • 승인 2001.02.15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학사일정 알차게 자율권 최대 활용
겨울방학과 새 학기 사이에 운영되는 2월 학기에 대한 무용론이 대두되고 있는 가운데 대안학교 모델로 널리 알려진 풀무농업고등기술학교(교장 홍순명)가 올해 2월 학기를 없애 교육계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다.

대부분의 학교에서는 현재 겨울방학 전에 수업 시수와 시험일정을 거의 마치기 때문에 2월 학기는 시간 때우기 식으로 진행되어 왔다. 실제로 지역의 일선교사들은 학습분위기가 잡히지 않는 현상은 해가 갈수록 심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교육계 안팎에서는 방학이 끝나자마자 새 학기로 들어가도록 학기 운영이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어 왔다.

그러나 대다수의 일반 학교에서는 관행에 따라 2월 초순 개학해 2월 학기를 운영중이다. 풀무농고만이 아직도 방학중이다. 2월 학기를 없애기 위해 이 학교는 여름방학 기간을 줄이고 12월 28일까지 수업을 실시, 연간 수업일수를 다 마쳤다.

풀무농고에서 2월 학기를 없앤 첫번째 이유도 수업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하나의 이유는 학교 특성에서 기인한다. 풀무농고 학생들은 전원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 집이 전국 곳곳에 있어 학교와의 거리가 상당한 학생들이 많다. 2월 학기를 위해 학교로 짐 싸 들고 왔다가 20여일 후 다시 집으로 가야 하는 것은 번거롭고 낭비적이라고 학교측은 판단했다. 학생들의 편의를 위해 이미 징검다리 휴일은 연휴로 운영해오고 있었다.

그런데 2월 학기를 없애기 까지는 교사와 학생 모두 참석하는 전교회의를 몇 번 거쳐야 했다고 한다. 학생들 모두가 학교측의 이같은 조치를 환영하지 만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창업(=졸업)을 앞둔 3학년에서 불만의 소리가 높았다. 선배들이 대입 등 고등학교 3년 과정을 다 마치고 느긋하고 재미있게 2월 학기 생활을 보내는 게 부러웠는데 그 기회를 놓치게 된다는 아쉬움 섞인 불만이었다. 교사들이 학교 방침을 충분히 설명하는 시간을 갖고서야 학생 대다수가 타당성을 인정했다.

교무를 맡고 있는 정승관 교사는 "가장 좋은 점은 12월을 다 쓸 수 있는 것이었다"고 평가했다. 그간에는 12월 초순 기말고사가 끝나면 학교생활 자체가 안됐는데 2000년 12월의 풀무학교는 수업은 수업대로 잘 이루어지고 동아리 활동, 선후배 및 교사와 학생들과의 만남의 시간, 성탄축제 등 다양한 프로그램 활발하게 진행되는 등 매우 알찼다고 한다. 1학년 정태영 학생은 "겨울방학 기간이 길어 전보다 훨씬 유용하게 활용했다"고 말했다.

여타의 학교 학생들이 따분해 몸을 비비꼬고 있을 2월 학기의 오후, 풀무농고 풍물동아리 한마당 멤버들은 자체적인 계획 속에 홍성환경농업교육관에서 신나게 사물연습을 하고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