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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ㆍ문화 중심으로 홍성의 공동화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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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ㆍ문화 중심으로 홍성의 공동화 막아야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8.08.28 16: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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곳곳에서 나타나는 도심공동화, 대안은 없는가

▲ 아파트를 중심으로 홍성상권이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사진 위쪽은 명동골목이 위치한 홍성읍 오관리 일대, 아래쪽은 부영아파트가 위치한 월산리 일대.
명동골목 중심으로 홍성상권 내리막길 접어들어
보행자 중심의 구도심 장점을 찾아서 극대화해야

홍성의 상권이 빠르게 변화되어 가고 있다.

홍성은 홍성읍 오관리 조양문을 중심으로 행정기관이 몰려 있으면서 자연스레 주변지역이 발전해왔다. 특히 농협 군지부 앞에서 조양문~매일시장을 연결하는 일명 명동골목은 홍성 번화가의 상징으로 인식되어 왔다. 그렇지만 사람들의 주거환경과 생활패턴이 바뀌면서 명동골목은 더 이상 홍성 번화가의 중심이 아닌 변두리로 변해가고 있다. 도심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7일 오후 명동골목 내 많은 상가에서는 임대를 알리는 빈 가게가 간혹 눈에 보였고, 내부를 수리하는 가게도 심심찮게 목격됐다.

가게 인테리어를 하고 있던 김모 씨는 “매출이 자꾸만 줄어들어 판매 종목을 바꾸려고 한다. 손님이 예전 같지 않다”며 “이 상태가 오랫동안 유지된다면 명동골목은 더 이상 번화가를 자처할 수 없다. 명동골목이 홍성 상권의 중심가인 만큼 명성을 되찾을 수 있는 정책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옷가게를 운영하는 이모 씨는 “손님이 줄어도 너무 줄었다. 예전에는 옷을 사지 않더라도 구경을 하는 사람들도 많았는데 요즘에 와서는 아예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이 없다”고 말했다. 같은 날 저녁 9시 넘어서자 명동골목은 조용한 침묵이 가득했다. 수업이 끝난 학생들이 간혹 지나갈 뿐 사람들의 왕래는 뜸한 편 이었다.

관공서 가까이에 위치하면서 오랜 역사를 자랑하던 식당들도 속속 기존의 자리에서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 둥지를 틀고 있다. 기존의 위치에서는 더 이상 발전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심리가 작용한 까닭이다.

홍성읍 외곽으로 자리를 옮긴 식당주인 이모 씨는 “기존의 자리는 주차장도 마땅치 않아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이 불편해했다. 이왕 제대로 식당을 운영하기 위해서는 앞으로 발전가능성이 높은 외곽으로 빠지는 것이 미래를 위한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말했다.

관공서의 이전도 명동골목을 비롯한 홍성읍 도심의 지형을 바꾸는데 빠질 수 없는 요인이 됐다.

홍성은 조양문을 중심으로 검찰청, 법원, 경찰서, 세무서, 군청, 홍성읍사무소, 변호사ㆍ법무사 사무실 등의 주요 관공서와 사무실이 밀집되어 있었는데 현재는 군청과 홍성읍사무소만 남아있는 상황이다. 군청 또한 홍주성 복원에 따른 이전이 불가피하다. 군청과 홍성읍사무소마저 현재의 자리를 떠난다면 도심공동화는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인구의 절반 아파트에서 생활해

명동골목과는 반대는 아파트 주변 상권은 활기를 띠고 있다.

홍성지역 아파트 보급은 지난해 10월 말 기준으로 6916세대를 기록했다. 세대 당 4인 가족으로 계산하면 2만7664명의 주민이 아파트에 살고 있는 셈이다. 사업승인을 앞두거나 시공 중인 아파트 3653세대를 합하면 몇 년 후에는 4만여 명에 가까운 주민이 아파트에서 생활하게 된다. 이는 홍성군 전체 인구 9만여 명 중 45%에 가까운 주민이 아파트에 살게 된다는 것이다.

월산리 부영아파트 주변에서는 현재에도 새로운 건물이 계속 들어서고 있다. 경기침체라는 사회 분위기 속에 새로운 건물이 계속해서 들어선다는 것은 그만큼 수요가 있기에 공급이 뒤따르고 있음을 설명해주고 있다. 한 달 전 부영아파트 인근 건물에 식품매장 가게를 차린 유모 씨는 “다른 지역에 비해 월세가 조금 비싸더라도 오고가는 사람들이 많아 충분히 승산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이 들어 아파트 근처에 가게를 차렸다”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남장리 주공아파트 주변은 시나브로 학원가를 형성하고 있다. 하나 둘 씩 만들어진 학원이 넘쳐나면서 아이들이 학원에서 끝나고 나올 때에는 길게 늘어선 학원차가 또 다른 풍경을 자아내고 있다. 대교리 세광아파트 주변도 한솔마트 매장이 들어서면서 활기를 찾아가고 있다.

이렇듯 홍성의 영광을 대변했던 명동골목 일대의 상권이 무너져가면서 도청이전과 맞물려 홍성의 도심 공동화 현상이 빠르게 진행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인간 친환적 공간과 광장문화 필요

명동골목의 상권 붕괴는 홍성의 도심공동화를 의미한다. 2012년에는 충남도청이전에 따른 신도시 건설이 예정되어 있어 도심공동화를 막기 위한 노력은 늦출 수 없는 반드시 풀어야 할 숙제이다. 홍성군지역발전협의회는 오는 9일 홍주문화회관에서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홍성의 공동화 방지를 위한 제1차 심포지엄을 개최할 예정이다. 도청이전에 따른 홍성이 살아남기 위한 방안이 무엇인가를 모색하기 위한 자리이다.

홍성의 5대 권역사업과 홍주성 복원사업도 도심공동화를 막을 수 있는 방법 중의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다만 사업의 결실을 맺는 시기가 언제쯤이냐에 따라 내용을 달라질 수밖에 없는 한계가 있다.

일부에서는 조양문을 중심으로 구도심이 갖는 장점을 극대화해 명동골목 일대를 비롯한 도심의 정체성을 새롭게 만들어가자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즉 기존 도심의 인프라가 새로 만들어지는 도심에 비해 뒤떨어지는 것은 인정하되, 새롭게 만들어지는 지역과 차별화된 전략을 추진해나간다면 나름대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대전문화연대 관계자는 “대전의 경우도 신도시가 곳곳에서 들어서면서 도심 공동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대전 중구 대흥동의 경우는 도심 공동화로 인해 황량함마저 느껴졌는데 문화공간으로 조금씩 탈바꿈되면서 도시가 되살아나고 있다. 물론 도시를 살리기 위한 몇 몇 사람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뒷받침됐지만, 문화공간으로 자리를 잡아가면서 다른 도시와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갖춰가다 보니 이제는 대전의 문화거리를 상징하는 지역이 되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청운대학교 건축공학과 장동민 교수는 “홍성의 역사ㆍ문화적 가치에 기반한 구도심이 갖는 장점을 찾아 키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자동차 중심의 사고에 기인한 넓은 도로와 주차장을 확보하는 등 기능적 교통망을 구축하려는 방식으로는 절대적으로 신도시와의 차별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장 교수는 “구도심은 자연발생적으로 도시공간구조가 형성되면서 나름대로의 아름다움과 예술적 가치를 지니고 있기에 보행자 중심의 정책과 도심 고유의 역사ㆍ문화적 특성과 이미지를 활용해 나가는 전략을 추진해야 한다”며 “역사와 전통적 가치가 묻어나는 도시건축적 스케일을 유지하고 인간 친화적 공간과 열린 광장문화를 만들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지난해 공동화 방지 간담회에서 밝힌 바 있다.

홍성은 이제 주민들의 생활공간 변화에 따른 구도심의 공동화와 충남도청 이전에 따른 홍성군 전체의 공동화라는 두 가지 과제를 떠안고 있다.

구도심의 공동화는 도시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과정이다. 피할 수 없다면 대안을 찾아야 한다. 막연하게 잘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나 해도 소용없다는 패배감에 젖어서는 안 된다. 따라서 주민들의 자발적인 노력으로 오는 9일 열리는 홍성의 공동화 방지를 위한 제1차 심포지엄에 거는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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