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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게 하는 교육을 소망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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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살게 하는 교육을 소망하며
  • 이은영 교사
  • 승인 2008.08.14 13: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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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광우병대책위 릴레이기고 ⑤/이은영<광천중 교사>

지난 4월 19일, 정부가 교육현장을 위해 내 놓은 ‘학교자율화조치’는 ‘입시’라는 단일 목표에 대한 강박증에 걸려 아이들의 잠도 뺏고, 밥도 뺏고, 친구와 놀이도 뺏는 데 너무도 익숙해져 있는 지금의 교육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0교시 허용, 우열반 편성, 보충·야간학습 자율화.

이미 많은 고등학생들이 매일 아침, 끼니도 못 챙기고 학교로 뛰어 간다. 초등·중학생은 이러한 생활을 준비하기 위한 예비과정에 지나지 않으며, 한 두 개쯤의 사설학원은 기본이다. 그나마 ‘0교시·야간자습’을 불법으로 규정했던 ‘최소한의 울타리 지키기’와, 더불어 건강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하는 미국산 쇠고기에 맞서 학생들은 스스로 촛불을 들었던 것이다.

최소한의 울타리, 그것이 곧 인권이다. 그러나 이 사회는 청소년의 목소리를 외면했다.

수업 중인 학생을 불러내어 집회 참가여부를 추궁하거나, 교사가 자신의 정치적 견해와 다르다 하여 체벌이나 언어적 폭력을 가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고, 언론은 그들이 스스로의 의지가 아닌 어른들의 선동에 의해 행동했다고 호도하였다.

다른 나라의 경우를 보자.

핀란드의 초등학교에는 일제고사가 없다. 중학교부터 행해지는 평가도 다음 교육내용을 결정하기 위한 자료이지 결과로 학생들 사이의 서열을 매기지 않는다. 고등학교 졸업자격만 주어지면, 누구나 대학 교육과정까지 완전 무상으로 이수할 수 있다.

미국의 하버드대와 예일대는 연소득 6만 달러 이하 가계의 대학생에겐 등록금을 면제하고 서민계층들에게는 학비를 대폭 감면해주고 있다. 일본의 도쿄대는 부모 연봉이 400만 엔 이하인 저소득층 학생들의 등록금을 올해부터 면제하기로 했다. 호주나 뉴질랜드는 등록금 후불제가 전면화 되어 있다.

이것이 바로 자본주의를 표방하는 사회의 교육이 지녀야할 최소한의 공공성이 아닐까.

우리나라 학생들에겐 공부에 대한 즐거움이나 동기가 없다. 미래를 꿈꿀 시간조차 허용되지 않은 채 오로지 대학, 그것도 취업을 위한 대학 입시에 열 올리는 이 사회와 어른들에게 봉사해야 한다. 그 안에서 진정 스스로가 행복한 일상을 사는 지에 대한 의문은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돌파해나갈 수 있는 현실적인 방편으로서 입시를 폐지하고, 대학을 평준화하기를 제안한다.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사교육비 전체 규모는 20조 400억원으로 추정되며, 학생 1인당 월평균 사교육비는 22만2000원, 참여율은 77.0%, 참여시간은 주당 7.8시간으로 세계 어떤 나라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수치이다. 이명박 정부가 인수위 시절 밝힌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나 ‘3단계 대학자율화’ 는 수업료를 자율적으로 책정하는 이른바 귀족학교라 불리는 ‘자율형 사립고’ 확대, 국립대 법인화 · 입시 정책 대학 자율화 등 서민을 더욱 힘들게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의 교육재정 정부 부담률은 OECD 가입 국가 중 최하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대학교육 분야의 재정 지원은 현재 GDP 대비 0.5%로 매우 열악한 수준이다.
현재 한국의 교육 상황이 누구에게도 행복감을 주지 못하는 현실을 외면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학력과 학벌이 곧 삶의 질과 형태를 결정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되는 철학이 부재한 이 사회에서 함께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인간적인 삶과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참다운 ‘교육’의 가치를 인정한다면, 국가가 책임지고 잘 이끌어갈 수 있도록 지켜보고 바람직한 것을 요구하는 것이 국민의 역할이다. 미래를 위한, 누구도 소외됨이 없는 우리 사회의 철학을 구축하고 실현해나가기 위한 최소한의 원칙을 세워 나가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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