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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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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공의 이익은 어디에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8.05.02 1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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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윤종혁<취재차장>

지난 1일 조용하던 법원이 잠시 시끄러웠다. 신리저수지와 관련한 1차 재판이 시작되면서 마을 주민 30여 명이 한꺼번에 법원을 찾았기 때문이다. 바쁜 농사철에 농사일을 뒤로 하고 법원을 찾은 주민들은 한 목소리로 믿었던 이용학 씨에게 배신을 당했다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는 각오를 밝혔다. 이용학 씨가 누구인가. 서부농협조합장을 시작으로 서부면을 기반으로 군 의회 4선 의원 및 군의장을 역임했다. 서부면을 대표하는 입지적 인물 중 한 사람이다. 이용학 씨가 신리마을 출신이기에 마을 주민들의 기대는 더욱 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법일까. 마을 주민들은 저수지 소유 문제와 관련해 이용학 씨를 상대로 고소를 했고, 경찰서로 법원으로 바쁘게 찾아다니고 있다.

저수지 관련 취재를 하면서 용봉산청소년수련원이 떠올랐다. 청석수련원이라 불리던 용봉산청소년수련원 부지는 지금은 고인이 된 최기영(홍북면 상하리) 전 군의원이 1980년대 중반에 3만3000여㎡(1만여 평) 땅을 홍성군에 기부채납 해서 마련됐다. 지금 그곳은 충남도청 이전과 맞물려 개발의 붐을 타고 있고, 현 시세로 생각해본다면 10억 원에 가까운 재산을 공공의 이익을 위해 희사한 것이다. 청소년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하는 수련관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최기영 씨의 의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신리마을 주민들은 저수지가 개인 것이 된다면 앞으로 농사짓기에 힘들 것이라며 한숨을 토해내고 있다. 지금까지 공공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던 저수지가 어느 날 갑자기 이용학 씨의 소유가 된다면 농사를 포기하겠다는 사람들도 있다.

법원의 판결 이전에 공공의 이익을 위해 주민들과 이용학 씨는 무엇을 선택해야 하고, 어떠한 합의점을 찾아야 하는지 생각해봐야 할 시점이다.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했다. 공인의 삶을 살아온 이용학 씨가 어떠한 선택을 할지 많은 사람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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