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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미국산 쇠고기에 축산업계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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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려오는 미국산 쇠고기에 축산업계 휘청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8.04.24 17: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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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역주권까지 포기한 미국산 쇠고기 수입

▲ 전국한우 생산자들이 지난 24일 과천 정부청사 앞에서 ‘미국산 쇠고기 협상’ 반대 집회를 가졌다.사진제공=전국한우협회
30개월 미만 뼈 포함 수입 허용
축산단체 “먹을거리 주권 포기”

정부는 지난 18일 “단계적으로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확대하기로 협의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한ㆍ미 고위급 협의 결과 1단계로 30개월 미만 소에서 생산된 갈비 등 뼈를 포함한 쇠고기 수입을 허용하고, 2단계로 미국이 국제 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교차오염 방지를 위해 권고한 강화된 사료조치를 공포할 경우 OIE 기준에 따라 30개월 이상의 소에서 생산된 쇠고기도 수입을 허용키로 했다. 수입허용 부위에는 특정위험물질(SRM)과 머리뼈, 등뼈 등에 남아있는 고기를 기계적으로 회수해 생산한 고기 등을 제외한 모든 부위가 포함됐다.

이에 대해 한우사육 농가와 축산단체는 지난 25일 과천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집회를 갖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전국한우협회는 성명서를 통해 “우리 정부가 30개월 미만 뼈까지 수입하겠다는 사전약속을 내 놓는 등 머리를 숙이며 협상에 들어가 결국 잃을 것은 다 잃었다”고 평가하며 “전제 국민의 건강과 20만 한우농가의 생존을 희생양으로 삼았다”며 전면적인 협상 무효화를 주장하고 나섰다.

광우병에 구멍뚫린 국민 건강권

전국한우협회는 30개월 이상 쇠고기 수입은 국민건강을 담보로 한 잘못된 협상이라며 대정부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이번 협상결과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우리 정부가 검역중단과 수입 금지를 취할 수 없다는 것이다. 협상에는 미국이 동물사료 금지 강화조치를 이행하지 않아도 실질적인 제재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한ㆍ미 쇠고기 협상은 처음부터 미국을 위한 협상이었고, 우리 정부는 미국산 수입 쇠고기 빗장을 풀기 위해 검역주권까지 포기했다는 오명을 벗을 수 없는 부분이다. 또한 협상에서는 미국에서 광우병이 발생해도 검역중단 조치를 취할 수 없고, 작업장 지정도 미국의 지정을 무조건적으로 수용해야 하는 통제권을 상실한 협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대전충남한우협동조합 이두원 조합장은 “미국은 광우병 위험이 심각한 국가다. 우리는 그동안 국민의 안전한 먹을거리를 위해 광우병이 의심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해 줄기차게 싸움을 벌여왔다. 정부의 이번 협상은 어떤 실용과 명분도 얻지 못한 채 국민의 건강과 축산 농가의 생존을 담보로 미국에 머리를 조아린 굴욕적인 협상”이라고 강하게 반발했다.

주부 김모(36ㆍ홍성읍 오관리) 씨는 “이명박 대통령이 미국과의 협상 결과를 질 좋고 값싼 미국산 쇠고기를 먹을 수 있다고 평가했는데, 정말 미국산 쇠고기가 우리 몸에 안전한지 의심스럽다. 이제는 소비자들도 식품의 안전성에 대해 관심을 가져야 한다”며 협상 내용에 부정적인 견해를 나타냈다.

‘알맹이 없는’ 정부의 종합대책

정부는 지난 21일 한나라당과 당정 협의를 갖고 국내 축산업 발전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주요 내용은 소비자가 안심하고 구매할 수 있도록 수입 쇠고기의 둔갑판매 방지 등 유통차별화 대책과 한우ㆍ양돈 산업의 생산성 향상, 품질고급화이다.

정부의 대책은 △둔갑판매 방지를 위한 유통차별화 △축산물 품질 고급화 △사육환경 개선, 질병방역, 사료비 절감 등(6면 참조)이다.

전국한우협회홍성군지부 유재중 사무국장은 “품질고급화와 사육환경 개선, 둔갑판매 방지 등은 이미 추진되고 있는 정책이다. 사료 값은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는데 이에 대한 대책마련이 우선되어야 한다. 정부에서 2~3%로 사료구매자금을 지원해봐야 농가에 빚으로 남기 때문에 사료구매자금을 무이자로 지원하고 지원 기간도 늘려야 한다. 또한 축사 신축을 위해 자금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고령화된 농가들에게는 빚 좋은 개살구”라고 지적했다.

한우 200여 마리를 키우는 유관조(광천읍 담산리) 씨는 “사료 값 안정화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또한 미국산 쇠고기가 한우로 둔갑되는 일이 없도록 형식적인 단속 위주가 아닌 유통체계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주장했다.

번식우 30여 마리를 키우는 김모(홍북면) 씨는 “쇠고기 협상이 이뤄지면서 소 값이 크게 떨어지고 있는 만큼 소 값 안정을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김모 씨의 말처럼 협상 이후 홍성우시장의 한우가격은 KG당 1000원 정도가 떨어졌고, 서울 가락동 축산물도매시장에서도 평균 2000원의 가격 하락을 보였다. 여기에 사료 값 인상에 부담을 느끼는 한우 사육 농가에서 출하를 서두르면서 가격 하락은 당분간 더 지속될 전망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미국산 쇠고기가 갈비를 포함해 수입될 경우 600kg 한수 수소 산지 가격이 지난해 474만 원에서 424만 원으로 10.6% 떨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사육기반 지킬 대책마련 필요

축산 농가들은 미국산 쇠고기 수입이 축산업 기반 자체를 붕괴시킬 수 있다고 내다보며 사육 기반을 지킬 수 있는 대책마련이 필요하다는데 일치된 의견을 보이고 있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에 따른 산지 가격이 떨어지면 농가에는 불안심리가 늘어나 출하가 늘어나고 소 값은 계속 떨어지고, 농가에서는 송아지 입식을 기피하면서 사육기반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두원 조합장은 “우리나라의 밀과 양잠이 왜 사라졌는가. 미국의 의도가 무엇인지를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 한우 사육기반을 지킬 구체적인 방안이 마련되지 못한 가운데 미국산 수입 쇠고기가 우리 식탁에 오르면 한우 산업은 붕괴되고 만다. 한우 산업의 붕괴는 농촌경제의 붕괴이자 한국 경제를 불안하게 만들 수 밖에 없다”며 한우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정부의 정책마련을 촉구했다.

대한양돈협회 홍성군지부 박승구 지부장은 “돼지고기와 수입 쇠고기의 값이 비슷하면 소비자들은 수입 쇠고기를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결국 정부의 쇠고기 협상은 돼지 사육 농가의 어려움은 헤아리지도 않고 졸속적으로 처리했다”며 정부의 협상 결과를 질타했다.

내포한우영농조합 조봉현 사무국장은 “홍성군 축산업 전체의 위기다. 축종과 조직을 떠나 축산업이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모두가 노력해야 한다. 군 차원에서도 형식에 구애됨 없이 홍성 경제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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