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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혜택 사각지대인 외국인 노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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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혜택 사각지대인 외국인 노동자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8.04.23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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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국인 노동자에 대한 의료서비스 확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월 대구에서 열린 스리랑카 공동체 축제에 모인 외국인 노동자들. 사진제공=대전 외국인 이주노동자 종합지원센터.

일하다 다쳐도 아프다는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
이방인이 아닌 우리의 이웃이라는 관심 필요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의료혜택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다.

지난 18일 중국 흑룡강성 출신인 이문수(43) 씨는 홍성읍 모 아파트 건설 현장에서 허벅지 안쪽을 철근에 찔리는 사고를 당했다. 이 씨는 즉각 홍성읍 모 외과를 찾아갔고, 병원에서는 주사를 놓고 봉합수술을 했다. 봉합수술을 마친 이 씨는 다음날 배가 아프다는 고통을 호소했고, 병원에서 처방해 준 약을 먹으며 숙소로 쓰고 있는 작은 여관에서 상처가 낫기만을 바랬다.

이 씨의 고통은 시간이 갈수록 점점 더 심해졌고 월요일과 화요일에 다시금 병원을 찾았다. 이 씨의 치료를 맡았던 병원에서는 화요일날 이 씨에게 다른 병원에 가야 한다는 소견서를 건냈다. 이 씨는 즉각 홍성의료원을 찾았지만, 홍성의료원에서는 손을 쓸 수 없는 상황이라며 대학 병원에서 빨리 수술을 받아야 한다고 했다.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천안 단국대병원을 찾은 이 씨를 진찰한 병원 관계자는 “살이 속에서 썩어가고 있다. 수술을 당장 하지 않으면 심각해 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 씨는 사고를 당한지 5일째가 되어서야 수술대 위에 누웠고, 5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은 뒤에 치료를 계속받고 있다.

이 씨의 부인 조금란(41) 씨는 “그래도 조국이라고 생각하며 열심히 일 해왔는데 사고를 당하니 누구하나 의지할 곳이 없고 답답하다. 만에 하나 남편이 잘못된다면 누구를 원망해야 하는가”라며 슬픔을 감추지 목했다.

인도네시아 출신 디킨(28) 씨도 홍성의 모 공장에서 일을 하다가 허리가 너무 아파 직장을 옮겼다. 아픈 몸을 제때 치료 받지 못했던 것이 늘 불만이었던 것이다.

베트남 출신 푸엉(가명) 씨는 “일하다가 다쳐도 한국 사람들 눈치 보여서 아프다는 말조차 하기 어렵다. 그나마 휴일이 되어야 병원에 갈 시간이 되는데 휴일에는 문 닫는 병원이 많다”고 털어놓았다.

현재 공장을 비롯한 산업 현장 곳곳에는 한국인을 대신해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생산의 한 주축을 이루고 있다. 특히나 사람들이 일하기 꺼려하는 3D 업종에 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일하고 있지만, 이들에 대한 복지나 의료혜택은 부족하기만 한 실정이다.

홍성이주민센터 정순희 사무국장은 “이주 여성에 대한 관심은 날로 늘어나고 있지만 정작 생산 활동의 큰 주축이 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대해서는 사회가 아직도 냉소적으로 바라보고 있다. 기간이 되면 떠나야 하는 산업연수생이 많다보니 우리의 이웃으로 생각하기보다는 이방인이라는 차별이 존재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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