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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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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니다”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8.04.23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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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중고 우열반 허용 … 학원에서 방과후 수업 가능
교육단체 “공교육 부실화 우려” … “전면 폐지해야”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과 관련해 각계의 의견이 뜨거워지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 15일 초ㆍ중ㆍ고교 우열반 편성을 전면 자율화하고, 0교시 수업과 심야ㆍ보충 수업 금치 조치 등을 없애는 '학교 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을 발표했다.

계획안에 따르면 정부의 포괄적 장학지도권, 수준별 이동수업 운영, 수업 및 일과운영 지도, 방과후 학교 운영 등의 지침이 없어지고, 교장 및 교육장 등의 인사권이 시ㆍ도 교육감에게 넘어간다. 이에 따라 각 학교에서는 수준별 이동수업 지침이 없어지면서 입시학원처럼 우열반 설치가 가능해졌고, 학원에서의 방과후 학교 운영과 초등학교에서 국ㆍ영ㆍ수 수업이 가능해졌다. 또한 학원 등 사설기관의 모의고사가 가능해졌다.
정부의 발표에 대해 교육단체와 학부모단체 들은 즉각 “학교와 학원 사이의 경계를 무너트리고, 공교육의 황폐를 가져올 것”이라며 정부의 추진계획 철회를 주장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홍성지회 백승구 지회장은 “학교자율화를 위해 29개 지침을 없앤다는 것은 공교육을 살리기 위한 원칙을 잃어버린 것”이라며 “수준별 이동수업이 실시되면 학교는 유학반, 서울대반, 연고대반으로 편성되고, 우등반에 들기 위한 사교육 시장은 팽창하고 만다. 따라서 교육과학부의 이번 조치는 학교가 더 이상 교육기관이 아님을 선언한 꼴이며 ‘학교자율화’가 아닌 ‘학원화’라고 부르는 것이 맞다”며 반대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참교육학부모회홍성지회 조성미 지회장은 “자율화라고 하는 것은 학교와 학부모, 학생, 운영위회 등이 참여해 민주적인 의견수렴을 거치는 것을 뜻한다. 그렇지만 정부는 자율화가 아닌 일방적인 정책을 강요하고 있다”며 “새로운 교육정책이 시행되면 학생들은 기본적인 행복추구권도 갖지 못한 채 하루 15시간 이상을 학교에서 입시 열풍에 시달리고 말 것”이라고 지적했다.

학생들의 반응도 뜨겁기만 하다.

고등학교 2학년 김모(18) 군은 “우리는 공부하는 기계가 아니다. 우열반이 만들어지면 친구들 사이에 거리감이 생길 것이고, 입시 부담은 더 늘어날 것”이라며 반대 입장을 보였다.

송모(15) 양은 “도대체 학교를 어떻게 다니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차라리 학교를 그만두고 싶다”고 말했다. 전교조 자료에 따르면 학생들은 0교시 부활, 우열반 편성, 야간 보충수업 부활을 뼈대로 두고 있는 학교자율화 3단계 추진계획에 대해 대다수가 반대 입장을 나타냈다. 전교조가 지난 17일 고등학교 2학년 127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학생들은 ‘입시경쟁이 심해질 것(84.9%)’, ‘학업스트레스 증가(89.5%)’, ‘학생들 사이의 위화감이 커질 것(79.7%)’으로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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