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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가 필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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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인가 필연인가?
  • 윤종혁 기자
  • 승인 2008.04.16 19: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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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시각/ 윤종혁<취재차장>

▲ 윤종혁<취재차장>
교통사고 관련 취재를 하다가 사고 원인이 경찰에서 이야기한 안전운전 부주의가 아닌 로드킬(Road Kill)일 것이라는 심증이 들었다. 어렵사리 병원에 누워 있는 사고 당사자를 만나 당시 상황을 들으니 입장이 충분히 이해가 갔다. 나 역시 같은 상황이라면 놀라서 핸들을 꺾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도로에 야생동물이 죽어있는 것을 보면 ‘왜 하필 차가 다니는 도로에 뛰어 들어 죽었을까’하고 죽어간 동물을 탓하기 일쑤다. 인간 중심의 단편적 사고의 발상인 것이다.
우리는 그동안 개발 위주의 정책 속에 살아왔다. 산을 깎아 도로를 만들고, 바다를 메워 땅을 넓혀 왔다. 그 속에서 자연 생태계는 뒷전으로 밀리고 말았다. 물론 개발에 따른 긍정성을 부인하자는 것은 아니다. 도로의 확대는 경제, 문화 등 많은 분야에서 우리의 삶을 바꿔놓을 정도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제는 개발과 보존, 인간과 자연의 공존을 위한 공통분모를 찾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 인간의 욕심만을 앞세우다보면 결국 자연생태계의 변화가 우리 자신에게 뜻하지 않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제는 도로를 만들거나 자연환경에 새로운 시설을 도입할 때 야생동물의 서식을 고려한 노선 선정과 공사 공법을 도입해야 한다. 지난해 역재방죽 공원화사업을 진행하면서 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생태이동통로를 만든 것처럼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 예전 방식 그대로 진행된다면 로드킬 이라는 단어가 생활의 일상용어가 되고, 이에 따른 여러 가지 사고는 우연이 아닌 필연적일 수 밖에 없다.

천성산 도롱뇽을 지키기 위해 100일 가까이 단식을 했던 지율 스님은 그의 저서 ‘초록의 공명’을 통해 “천성산 문제는 우리 사회가 얼마나 생명을 경시하고, 폭력적으로 대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며 생태적 감수성의 접근이 무엇보다도 절실하다고 목숨을 걸고 호소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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