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운(25ㆍ금마면) 씨는 지난 12일 친구와의 약속을 위해 오후 10시 30분 쯤 집을 나섰다. 집에서 홍성읍 약속장소까지는 차를 타고 10여 분 거리. 평소와 마찬가지로 익숙한 도로를 여유 있게 운전했다. 어둠이 짙게 내려서일까? 헤드라이트 불빛에 의존하고 앞을 보고 가던 중 갑자기 도로에 시커먼 물체가 보였다. 피하기에는 시간이 없다. 정 씨는 그만 갑작스레 핸들을 꺾고 말았다. 핸들이 꺾인 자동차는 중앙선을 넘어갔고, 정 씨의 차는 마주오던 차와 부딪혔다. 경찰에서는 정 씨의 사고 원인을 안전운전 부주의라고 파악하고 있다. 그렇지만 사고의 이면에는 바로 로드킬(Road Kill)이 있었다.
본지는 1076호 10면 보도를 통해 로드킬 방지를 위한 생태통로가 필요하다고 말한 바 있다. 야생동물 보호 뿐 아니라 운전자의 안전을 위해 야생동물 보호펜스 및 생태통로 조성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었다.
이제 도로에서 죽음을 당하는 것은 사람 뿐 아니다. 로드킬 이라는 단어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회자된 것처럼 야생동물은 사람들의 밀렵으로 인한 죽음보다도 길에서 죽는 경우가 많다. 도로가 생명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더군다나 도로를 건너거나 차에 치어 죽은 야생동물들은 운전자의 안전운전에 큰 위험이 되고 있다.
대전시민환경연구소 최충식 연구실장은 “생태이동통로 설치가 고려되는 도로 구간에 대해서는 생태적인 기초조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분석해 생태적으로 우수한 지점들을 선정해야 한다. 그리고 선정된 지점들에 대해 주변 환경과 지형과 지질학적 여건 등을 분석해 적합한 규모와 형식의 생태이동통로를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