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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얼음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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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로 만든 얼음 저장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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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3.06 1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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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빙고와 빙고재 지명의 유래

목빙고
우리 주변의 마을 이름이나 특이한 지명을 자세히 살펴보면, 아무 의미도 없이 막연하게 붙여진 것이 아니다. 주변에 전해지는 전설과 연관된 경우도 있고, 역사적인 사건이나 지형지물 등과 관련된 경우도 많다.

지난 2005년 3월경에 홍성읍 오관리 세광아파트 부지에서 ‘목빙고(木氷庫)’ 유적이 발굴되어 세간의 이목을 받았었다. 목빙고란, 말 그대로 나무로 만든 얼음 저장고이다.

일반적으로 얼음 저장고는 경주에 있는 석빙고(石氷庫)를 먼저 떠올리기 쉽다.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의 뇌리에는 석빙고가 너무 깊게 각인되어서, 목빙고라는 이름은 낯설게 느껴지기만 한다. 홍성에서 목빙고 유적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굴되면서부터 옛날 선조들이 얼음저장고를 나무로도 만들어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목빙고는 경주에 있는 석빙고(보물 66호)보다도 1세기 정도 앞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목빙고 유적이 발굴된 장소는 현 홍성읍 오관리 세광아파트 자리이다. 이 곳은 원래 야트막한 고개가 있는 언덕배기인데, 옛날부터 ‘빙고재(氷庫峙)’라는 이름으로 불려오고 있었다. 지명으로만 보아서는 얼음 저장고가 있던 언덕이란 해석이 가능하지만, 이름이 붙여진 시기와 유래 등에 관련된 사실을 확인할 수가 없었다.

옛날에 얼음과 관련된 저장시설이 있었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일 것이라는 추정만 하고 있었던 것이다. 2005년에 뜻밖에도 목빙고유적이 발굴됨으로써, 빙고재라는 지명의 유래가 명쾌하게 확인된 셈이다.

목빙고 전경.
목빙고는 세광아파트가 들어설 자리 한 복판에서 발굴되었는데, 한동안 문화재 보존관리 차원에서 여러 의견들이 있었다. 홍성문화원을 비롯한 홍주향토문화연구회 등 문화단체에서는 원형을 제자리에 그대로 보존하자는 의견을 강하게 주장했던 것으로 기억된다. 관계 당국과 지역 주민 및 아파트 시공회사 측 사이의 긴밀한 협의 끝에, 목빙고를 아파트 부지 바로 옆으로 원형대로 옮겨서 보존하는 절충안으로 마무리 되었다.

목빙고는 암반층을 직사각형으로 파고 만들었는데, 남아있는 바닥의 길이가 23m 86㎝이고 너비는 5m 50㎝ 이다. 깊이는 윗면에서 바닥까지 깊은 곳이 1m 50㎝로 추정되는 반 지하구조이다.

목빙고의 내부로 들어갈수록 경사면이 형성되어있고, 경사면에는 돌로 계단을 만들어놓았다. 바닥에는 기와처럼 구워서 만든 원통형 관을 묻어서 얼음 녹은 물이 밖으로 흐르도록 배수시설도 설치했다. 배수시설의 길이는 8m 70㎝ 정도이다. 또한 얼음의 저장효율을 높이기 위해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짚과 갈대, 왕겨가 포함된 유기물 층도 발굴되었다.

당시에 목빙고 발굴을 주도했던 충남매장문화재연구원 측의 설명 자료에 의하면, “목빙고 유적은 천장에서 돌을 사용한 흔적이 발견되지 않았고, 벽이 돌로 만든 천장의 무게를 견딜만큼 견고하지 못한 점 등으로 미루어서 나무로 만들어진 것이 확실하다. 이 목빙고는 조선시대 얼음저장고의 위치와 구조 등을 자세히 연구할 수 있는 귀중한 문화재유물이다.”고 밝혔다.

목빙고 안내판.

전국에서도 보기 드문 목빙고가 우리고장에서 발굴되었다는 사실이 반갑기만 하다. 더구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원만하게 조정하여 오래오래 보존할 수 있게 된 것도 반갑다. 또한 빙고재라고 부르던 지명의 유래를 명쾌하게 밝히게 된 것도 반갑다.

우리고장의 중요한 문화유적이 오래오래 소중하게 보존되기를 기대한다.

김정헌(동화작가·구항초등학교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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