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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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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의 거리 산책-1068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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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8.02.18 12: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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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강 변수길(대한민국 미술대전 초대작가. 장강서예학원 원장)의 ‘어부도(漁夫圖)’
 

남당항
임태환

쪽빛 바다는
작열하는 태양의 열기를
마셔버리고
열두 대섬은
나를 오라 손짓하네

꽃섬 바위 돌아
불어오는 갯바람아
통통배 주낚시에
고기나 몰아주렴

나 홀로 갯가에 서서
외로움을 삼키며
무심코
먼 바다 대천 화력
높은 굴뚝 바라볼 때
어디서 갯괭이 날아와
노래 부르잔다

<감상> 옛 선비들은 가난한 가운데에서도 편안한 마음으로 도(道)를 즐기며 살아왔다. 안빈락도(安貧樂道)가 바로 그것이다. [남당항]과 [어부도(漁夫圖)]에서 강호한정(江湖閑情)을 즐기는 풍류객으로서의 유유자적(悠悠自適)하는 심경이 엿볼 수 있는 것도 바로 우리의 옛 선비를 만나는 듯하기 때문이다. 일찍이 조선의 대표적인 청백리(淸白吏)인 고불 맹사성(古佛 孟思誠)은 [강호사시가(江湖四時歌)]를 통하여 안분지족(安分知足)의 은사(隱士)로서의 삶을 그렸으며, 고산 윤선도(孤山 尹善道)는 보길도 부용동에서 [어부사시사(漁父四時詞)]로 사시(四時)의 어부생활과 농촌풍경을 그림으로써 번거로운 속세를 벗어나 자연을 벗하며 물외한인(物外閒人)의 경지를 보여주었다. 이와 같이 한운야학(閑雲野鶴)의 선비적인 삶은 “열두 대섬은/나를 오라 손짓하”는데, “꽃섬 바위 돌아 /불어오는 갯바람”을 불러 “통통배 주낚시에/고기나 몰아주”라고 말하는 삶과 갈대숲을 지나는 빈 바람을 맞으면서 유유히 흐르는 물에 한가로이 낚시를 드리우는 모습으로 환치되어 난초와 지초의 향기처럼 교교(皎皎)하기만 하다. 그러나 속세의 삶은 언제나 누리에 놓여 있다. 그러므로 “나 홀로 갯가에 서서/외로움을 삼키”기도 하며, 때로는 “무심코 /먼 바다 대천 화력/높은 굴뚝 바라”보기도 한다. 이는 저 고려속요의 [청산별곡(靑山別曲)이 보여주는 바와 같이 속세의 번뇌를 떨쳐 버리기 위하여 청산을 찾아 위안을 구하면서도 자신의 삶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한 은둔자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결국 “어디서 갯괭이 날아와/노래 부르잔다”면서 자연 귀의의 이상적 삶에 든다. 이와 같이 [남당항]와 [어부도]는 ‘별유천지비인간(別有天地非人間)’의 세계를 추구하고자 하는 청정한 삶을 그려주고 있는 셈이다.
구재기<시인·갈산고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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