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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홍길동전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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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홍길동전 34
  • 홍성신문
  • 승인 2007.08.27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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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한국출판문화상 수상작인 ‘들풀들이 들려주는 위대한 백성이야기’ 중 ‘새 홍길동전’의 연재를 34회를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립니다. 그동안 연재소설 ‘새 홍길동전’을 애독하여 주신 독자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앞으로 더 좋은 연재소설과 만날 것을 약속드리면서 그동안 애독하신 ‘새 홍길동전’에 대한 소감(독후감)을 모집합니다. 9월말까지 본사 편집국이나 이메일로 보내주시면 소정의 상품을 보내 드리겠습니다. 많은 참여를 기다립니다.


이몽혁은 홀어머니와 누이 묘순이 이렇게 세 식구가 살았다. 이몽혁은 어려서부터 힘이 장사였고 누이 묘순이는 지혜가 많았다. 그들은 이따금 힘과 지혜를 겨루곤 했는데 어느 날인가는 목숨을 건 내기를 벌였다. 이몽혁이 나막신을 신고 한양 왕복 천리를 하루에 다녀오는 사이에 누이는 십 리 성을 쌓되, 진 사람은 목을 내놓기로 한 살벌한 시합이었다.

드디어 운명의 날이 밝았다. 묘순은 골짜기 돌을 군데군데 던져 모아 놓고 재빨리 손을 놀려 십 리 성을 쌓아 나갔다. 해가 질 무렵 성의 모습이 이루어졌다. 이제 성문만 달면 끝이다. 아직 이몽혁은 오는 빛이 없었다. 옆에서 지켜보던 어머니는 어쩔 줄을 몰랐다.

결국 어머니는 딸보다 아들을 살려야겠다고 판단하였다. 어머니는 재빨리 부엌에 들어가 딸이 좋아하는 팥죽을 쑤어 한 동이 담아 내왔다. 아직 해가 남았고 몽혁은 안 오니 얼른 먹으라는 것이었다. 딸은 지치고 배가 고팠다. 이것저것 생각 않고 팥죽동이를 받아들었다. 뜨거운 팥죽을 불어가며 먹느라 촌각이 아까운 시간이 흘렀다.

그때 이몽혁이 다 닳은 나막신을 끌며 질풍같이 들이닥쳤다. 이몽혁의 승리였다. 이몽혁은 비정하게도 누이의 목을 쳤다. 지금도 홍산에 가면 그의 누이가 다 먹지 못하고 버렸다는 팥죽 땅이 있다.

이 전설은 이몽혁이 지혜가 모자란 것을 비유한 것일까? 단순한 남아선호사상을 나타낸 것일까? 남매가 힘을 합치지 않은 것을 안타까워하는 것일까? 누이는 이몽혁의 반역을 죽음으로 막았던 것일까? 어차피 합치지 못할 남매의 갈등을 운명의 여신이 잔인하게 마감한 것일까? 그를 말렸을 누이도 한 핏줄이기에 이몽혁의 실패와 더불어 마갈될 자신의 죽음을 미리 택한 것일까? 끝내 팥죽으로 타협하지 않았으면 묘순은 내기에 이겨 몽혁의 무모함을 말리고 그를 살릴 수 있었을까? 몽혁은 내기에 져도 결과에 승복하였을까? 사람들은 가정의 한 토막 비극 이야기로 몽혁이 깃발을 든 대의 천륜이나 인도를 짓밟고 나간 역리임을 말하려 한 것이 아닐까? 누이를 죽인 칼바람이 분 뒤에는 몽혁도 결국 남의 칼바람에 사라지고 만 것을 백성들은 여운처럼 알리는 것이 아닐까?

그렇다. 다 졌다. 어머니도 제 역할을 못했다. 서로가 목숨을 걸고 극단으로 치달을 때 어머니는 두 자식을 다 품어야 했다. 그러고 보면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묘순이와 몽혁이가 아니라 둘 중 하나를 죽이는 선택을 해야 했던 어머니가 아닐까? 그 어머니에 대한 안타까 움은 묘순이와 몽혁이 남매가 어머니의 사랑만이 가져올 수 있는 어떤 계기로 화해하기를 바라는 마음이 깔려 있지 않은가?

다정해야 할 남매끼리 결국 다 죽이고 아쉬움과 어머니가 할 일을 못한 안타까움과 소원을 몇 백 째 전설로 전하는 사람은 이 땅의 백성들이다. 백성들의 아쉬움과 소원은 또 하나 대립의 가운데 서는 홍길동의 전설을 만든다. 그리고 그 소원을 전설로 전하는 평민들 하나하나가 홍길동이라 할 것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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