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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판소리 명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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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꿈은 판소리 명창”
  • 정진옥 기자
  • 승인 2007.08.22 12: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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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남초 김기진, 제8회 박동진 명창명고대회 최우수상

“도련님이 이별차로 나오난디, 왼갖 생각 두루헌다. 절잖허신 도련님이 대로변으로 나오면서 울음울리가 없지마는….”

애절함이 묻어나는 이 판소리 구절을 홍남초 5학년 김기진(12) 군이 구성지게 소화해낸다. 대회 실황이 담긴 영상을 통해 본 김 군의 몸짓이나 부채를 든 손 동작도 예사롭지 않다. 김 군은 지난달 20일부터 이틀간 공주에서 열린 제8회 박동진 명창명고대회 판소리 명창부문에서 춘향가 중 이별대목으로 최우수상을 차지했다.

“예선에서 음을 높게 잡아 떨어질 줄 알았어요. 다행이 1위로 본선에 오르긴 했는데, 걱정이 많아서 잠도 한 시간 밖에 못자고 본선에서도 엄청 떨었죠.”

어린 소리꾼은 판소리를 배운지 1년 만인 2002년 제3회 공주 전국판소리명창명고대회에서 판소리 유아부 최우수상을 받으며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에는 전라도 구례에서 열린 제10회 국창 송만갑선생 추모 전국판소리대회 초등부 최우수상도 탔다.

김 군은 어려서부터 국악을 좋아했다. 국악방송을 틀어놓으면 얌전히 앉아서 보곤 했다. 4살 되던 해에는 장구를 배우게 해달라고 부모님을 졸랐다. 호기심이 많던 김 군은 “텔레비전으로만 봐오던 장구를 무작정 치고 싶은 마음에서 그랬던 것 같다”고 말했다.

판소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건 5살 되던 해 봄. 이듬해 공주에 있는 박동진 판소리전수관에서 테스트를 받았고, 그때부터 한 달에 네 번 홍성과 공주를 오가며 소리꾼의 꿈을 키웠다. 여태껏 한 번도 빠지지 않았을 만큼 끈기도 열정만큼이나 대단하다.

“레슨을 하다보면 흥이 절로 나요. 내지르는 소리가 많아 목이 아프기는 하지만요.”

평소에도 연습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집에서 한 시간 정도는 박동진 명창의 전수자이자 스승인 김양숙 씨에게서 배운 대목을 테이프를 돌려가며 익히고, 또 익힌다. 아버지 대환(41)씨는 “어려서는 붙잡아놓고 가르쳤는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는 스스로 하더라”며 대견해했다.

각종 대회는 물론 공연무대도 수차례 올랐다. 해마다 박동진 판소리전수관에서 여는 공연과 각 지역축제에 초청을 받는 경우다. 학교에서도 선생님이나 친구들이 요청하면 마다하지 않고 들려준다.

“처음에는 뜻도 모르고 노래를 했어요. 이제 와서 느끼는 거지만요. 뜻을 알고 부르는 것과 모르고 부르는 것은 차원이 달라요.”(웃음)

김 군의 꿈은 ‘판소리 명창’이다. 딱히 닮고 싶은 인물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냥 판소리를 잘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어린나이에도 꿈을 향해 노력하는 김 군의 모습이 당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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