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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주도 수익사업은 안돼”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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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청 주도 수익사업은 안돼” 교훈
  • 이번영 기자
  • 승인 2006.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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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홍주미트 10년의 빛과 그림자
부채가 자본금 두배 넘는‘애물단지’

1996년 정부(농림부)가 축산물종합처리장 설립 방침을 정하자 홍성군이 유치운동에 발 벗고 나섰다.

정부는 전국 100여 개의 영세한 축산물 처리장을 없애고 7개 대형 축산물 종합처리장을 만들어 현대화, 조직화로 양돈 가공 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대 일본 수출 전략을 세우겠다는 것이었다. 정부의 이같은 방침이 발표되자 전국 13개 지역에서 처리장 유치 경쟁에 나섰다. 군 단위 중 가장 큰 축산군 홍성이 이 경쟁에 뛰어든 것은 당연했다.

그해 12월 홍성은 영세 도축장인 홍천산업과 홍성축협 그리고 홍성군이 공동으로 ‘푸른육원’이란 이름으로 새 회사 설치사업계획을 세우고 충남도를 경유해 농림부에 신청했다. 충남에서는 홍성과 당진, 아산 3개 지역이 경합에 붙었다. 당시 이종근 홍성군수와 유창균 축산과장이 농림부를 찾아가고 이완구 국회의원이 지원하는 가운데 전국 최대 축산단지인 홍성 유치의 당위성을 역설하는데 온 노력을 경주했다.

1997년 3월 농림부는 홍성을 포함한 7개 축산물종합처리장 설립을 확정해 홍성군민들에게 꿈을 안겨주었다.

당시 홍성축산물종합처리장의 희망찬 구상의 주된 내용은 소와 돼지를 부위별로 가공해 체계적으로 판매한다는 것이었다. 유치 직전 해인 1995년 소와 돼지를 외지로 내 가는데 따라 무게가 줄어들고 운반비가 많이 들어 농가에서 손해보는 비용이 연간 109억 원에 이른다고 분석했다. 처리장을 홍성에 만들 경우 이 손실금이 축산농가의 이익으로 돌아온다고 보고 부분 냉장육 판매로 부가가치를 높혀 지역경제에 큰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자료를 내놓고 군민들에게 홍보했다

이 처리장은 처음에 홍성군이 주식 전체의 47%, 홍천산업 40%, 홍성축협 13%의 지분으로 ‘푸른육원’을 설립해 운영하기 시작했다. 그 후 홍성축협이 홍천산업 지분 40%를 인수해 53%를 확보했으나 축협은 축산인 단체인 푸른축산에게 11억2000만 원에 팔아넘기는 등 지분 변화를 거듭했다.
2000년 광천읍 상정리에 부지 9480평을 마련해 건평 3300평 크기로 도축장과 육가공장, 기계, 냉동설비 등 130억9700만 원을 들여 착공, 2002년 4월 공장을 준공하고 이름을 ‘홍주미트’로 변경해 오늘에 이르고 있다..

홍주미트의 최대 도축 능력은 하루 돼지 1500마리, 소 100마리 규모로 도축이 시작하던 2002년 가격으로 하루 7억8000만 원, 연간 최대 2000억 원 매출로 기대했다. 종사자는 170명으로 고용창출 효과 기대도 컸다. 이 사업은 2001년이면 6억 원, 2010년에 10억7000만 원의 순수익을 올릴 것이라고 계산했다.

진흙탕 싸움속 대표이사 7명 교체

그러나 이같은 꿈은 신기루가 되고 말았다.

홍주미트의 6월말 현재 자본금은 68억 원. 그러나 빚이 자본금의 두배가 훨씬 넘는 160억 원이다. 대표이사는 김경환-정계동-손희영-유창균-조규돈-김경찬-김진민씨 등 7명이나 바뀐 가운데 김진민 대표이사가 또 직무정지가처분됐다.

뿐만 아니라 김경찬 직전 대표이사는 홍주미트와 김진민을 상대로 주주총회 부존재확인 소송을 하고 양도·양수 계약 무효 확인소송으로 주식처분금지 및 명의개서 금지 가처분을 받았다.

김진민 씨는 지난 2월 1일 홍성군에서 가압류했던 홍주축산(대표 김경찬) 소유 주식 17만여 주를 2억5130만 원에 매입해 주주가 됐으나 이 부분에 문제를 제기한 것.

홍주미트는 또 도축세 3개월분 2억 4000여만 원을 납부하지 않은 채 운영자금으로 사용해오다 경찰이 공금 유용혐의로 조사에 들어가자 뒤늦게 납부하는 등 곤경을 치르고 있다.

한편 김경찬 전 대표이사는 재직시 홍주미트 명의로 통장을 개설한 잔액 1660만 원을 인출 사용하고, 모 상사로부터 받은 보증금 5000만 원을 개인통장으로 입금하는 등 횡령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김진민 대표이사는 김경찬 전 대표이사의 재직시 기타 비리 사실들을 추가 고소하겠다고 예고하는 등 진흙탕 싸움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역대 대표이사들 ‘무능’

10년전 정부가 전국 100여 개의 군소 도축장을 폐쇄시키고 홍성을 비롯한 7개의 대형 축산물종합처리장을 만들어 대일본 수출 경쟁력을 갖추겠다던 계획은 일단 실패로 돌아가고 있는 것 같다. 정부는 군소 도축장을 폐쇄시키지 못해 대형 처리장에게 유리한 시장이 조성되지 않았고 구제역 파동 등으로 운영난을 맞아야 했다. 따라서 전국 7개 처리장 중 경기도 안성을 비롯해 2개소는 민간에게 넘어가고 나머지는 모두 홍성처럼 도산 직전에 처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제 홍주미트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찾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와 있다. 홍주미트를 오늘 이 지경에 이르게 만든 원인은 그동안 대표이사들의 무능력한 운영에 가장 큰 책임이 있지만 홍성군이 최대 주주로 참여하고 있는 점도 큰 문제였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홍주미트는 현재 홍성군이 45.9%, 축산농가들로 구성된 푸른축산영농조합법인 28.97%, 김진만 대표이사가 25.13%의 지분을 갖고 있다.

홍주미트 관련자들은 경영능력을 갖춘 순수 민간인이 맡아 운영해야한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홍성군청은 손을 떼고 민영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대 지분을 가진 홍성군은 그동안 여러차례 교체되는 대표이사를 군수의 입에 맞게 작의적으로 임명했다는 의혹을 받은게 사실이다. 또 공무원들은 기업을 자기 일로 생각하지 않고 운영기술이 부족하고 의사결정 과정과 절차 때문에 대처가 늦어져 경쟁이 치열한 기업을 운영할 수 없다는 것이다.

축산농가에 소득, 군세 연간 10억

홍주미트는 실제로 수익성 없는 기업이 아니다. 홍주미트 측에 의하면 올해 상반기 5월부터 단기 흑자를 발생시켰다. 7월에도 21일간 가동해 돼지 2만7335마리, 소 837마리로 하루 평균 돼지 1302두, 소 40두씩 도축했다. 돼지 도축 두수는 계속 증가하고 40여 농가와 직거래 계약을 체결, 단기 경상이익을 실현 하고있다고 홍주미트 측은 말한다.

한편 최정환 홍성군 축산과장은 그동안 홍주미트가 경영상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지역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크게 미쳤다고 말한다.

“홍주미트는 그동안 도축업자들의 횡포를 막고 강력한 경쟁자로 자리잡아 농가에게 유리한 가격을 유지시켜주었으며 수송비, 체중 감량축소 등에서 축산농가에 보이지 않는 소득을 올려주었습니다. 또 200명 정도의 고용을 창출하고 위생적이고 현대화된 시설로 좋은 고기를 소비자에게 제공했고 연간 10억 원에 가까운 군 세금을 받았습니다”

무조건 민영화만이 최선의 대책인지는 면밀한 검토와 연구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홍주미트가 민영화될 경우 경영 정상화를 위해 도축비를 인상해 축산농가에게 부담을 줄 수도 있다. 따라서 어떤 결정을 내리던 충남의 최대 축산물종합처리장 홍주미트는 살려야하며 축산농가와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는 방향을 견지해야한다는 원칙은 고수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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