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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가치관 바꾸면 세상 바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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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에 대한 가치관 바꾸면 세상 바뀝니다”
  • 이번영 기자
  • 승인 2006.07.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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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오리농법 창시자 일본 후루노 다카오
홍성에서 열린 제5회 아시아 오리농업대회에는 다섯 나라 농민과 일본의 대학 교수, 중국의 고위 공무원, 일본 아사히신문을 비롯한 3개 신문기자 등 600여 명이 모두 흰색 티셔츠를 입고 평범한 회원으로 참여했다. 참가자 중 일본의 평범한 농민 후루노 다카오 씨를 잠시 만났다. 기자가 그를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은 올해 55세인 그의 새로운 농업 기술을 향한 끊임없는 도전과 삶 때문이었다.

이번 행사 주최 측은 홍주문화회관 행사장에 후루노 씨의 <오리농법>책 두권을 쌓아놓고 참석자들에게 나눠주었다. 후루노 씨는 일본 <현대농업>이란 잡지에 2001년부터 올해까지 100회에 걸쳐 오리농법 기술에 대한 글을 연재했으며 <마이니찌신문> 인터넷판에 한달에 두 번씩 연재한 것을 풀무학교 홍순명 선생이 번역해 두 권의 책으로 출간했다. 홍동에 본사를 둔 그물코 출판사에서 펴냈는데 일본어로 나오기 전 한국어판부터 출판된 것이다.

일본 후쿠오카현 가호군에서 논 농사를 짓는 농민 후루노 씨는 일본은 물론 한국과 아시아 전역의 친환경농업에 영향력을 미쳤다. 1988년 일본에서 처음으로 오리농법을 시작했으며 1993년 한국에 전달했고 아시아를 중심으로 세계에 퍼져나가고 있다. 그는 논에서 쌀과 오리, 미꾸라지, 무화과를 동시에 기르는 농법을 찾아내고 개구리밥 효과, 미꾸라지 재생, 논 가운데 툼벙을 파는 물고기 재생 프로젝트, 노동력 절약 등 수많은 새 기술을 개발했다. 그는 나아가 이번 홍성 대회에서 물 없는 논에 직파로 오리농업을 하는 기술을 개발해 발표했다.

평범한 농민이 어떻게 그렇게 많은 새 기술을 개발할 수 있는지부터 궁금했다.

“1999년부터 논 3000평을 빌려 6600평에 오리농사를 짓고 있습니다. 농사처가 두 배로 늘고 보니 힘에 부칩디다. 일을 좀 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궁리 했죠. 이런 저런 방법을 실천하다보면 새 방법이 나옵니다. 저는 농사 일 자체를 즐거워합니다. 즐거운 마음으로 일하다보면 새 기술이 나옵니다. 처음엔 작은 면적에 실험해보고 성공하면 다음해에 넓은 면적에 실천합니다.”

후루노 씨는 오리농업을 하면서 깨달은 게 두 가지라고 정리해 주었다.

“첫째, 인간은 자연 속에서 산다는 것이고 둘째, 사람과 사람 사이 관계가 참으로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신은 인간에게 많은 걸 주었는데 우린 그걸 다 알지 못하고 있다”고 말해 앞으로도 쉬지않고 새 농업기술을 개발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후루노 씨는 이같은 새 기술 개발로 2000년 스위스 슈와브 재단으로부터 ‘오리혁명’으로 세계에서 가장 뛰어난 사회혁신자의 한 사람으로 뽑혔다. 그가 보는 홍성의 오리농업에 대한 견해와 충고를 부탁했다.

“한국의 친환경농업, 홍성의 오리농업은 일본이 따라오지 못할 만큼 훌륭한 점이 있습니다. 짧은 기간에 실천, 농민과 면적을 이렇게 확대시키는 점입니다. 더욱이 홍성의 경우는 순수 농민들이 주도해 관청을 이해시키고 적극 협력하는데까지 발전한 점은 참 바람직한 점입니다.”

“홍성의 친환경농업은 특정 지역을 단지로 만들어 오리농업 일색으로 하고 있습니다. 이렇게하면 남들 따라가기만 해 새로운 기술 개발이 어렵습니다. 많은 농민들이 다양한 방법을 써봤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아는 노구찌라는 의사는 환자 100명에 대한 형식적 임상치료보다 소수 몇 명에 대해 전문적인 연구와 실험이 더 많은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기술을 개발할 수 있다고 하더라고요.”

생각하는 농민, 연구하는 농민 후루노 씨의 농업에 대한 철학은 계속 이어졌다.

“농업을 변화시키는 데는 세 가지가 요소가 있습니다. 농업에 대한 가치관, 제도와 정책, 그리고 기술입니다. 이 세가지를 바꾸면 농업이 바뀌고 세상이 바뀝니다.”

“농업은 공장에서 제품을 만드는 것과 다릅니다. 농업은 가장 창조적인 일입니다.”

인터뷰는 13일 저녁 숙소에 마련한 2차 술자리에서 가능했다. 베트남 농민이 단지에 담아온 전통 술잔을 거듭 비우는 후루노 씨는 농사일과 사람 만나는 것과 술 마시는 일까지 모두를 즐기고 있었다.

“저의 부족한 농업기술에 관한 책을 한국 농민들이 읽게 된다니 즐겁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다음에는 농업과 인생을 즐기며 사는 기술에 대한 책을 펴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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