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민족의 저울추, 역사의 귀감된 ‘만해의 사상’
상태바
민족의 저울추, 역사의 귀감된 ‘만해의 사상’
  • 오선희 기자
  • 승인 2006.06.2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만해를 찾아서 <下>
“총독부 건물과 마주하기 싫다” 북향 주춧돌 올려
“조선사람은 단 한사람이 남더라도 독립운동을”




군내 학생, 문학동아리, 여성농업인 등 70여 명은 지난 9일부터 10일까지 국무총리복권위원회, 문화관광부, 한국문화예술위원회와 전국문화원연합회가 후원하는 복권기금 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한용운선사의 정신과 행적을 찾아보고 그분의 높은 뜻을 이어받아 후손에 전하는 역사기행을 다녀왔다. 본지는 이 기행문을 지난호에 이어 게재한다. <편집자 주>


#10일 오전 6시 30분 백담사=참가자들은 이른 아침 식사를 마친 후 만해 기념관에 다시 모였다. 전보삼 교수는 만해 한용운에 대해서 말을 이었다.
전 교수에 의하면 만해는 1919년 3월 1일 독립운동이 일어나자 민족대표 33명 중의 한 사람으로, 독립선언서를 발표하여 3년 동안 옥살이를 하였다. 옥살이 중에도 ‘조선독립에 대한 감상의 개요’ 라는 독립 이유서를 써내려갔다. 53장의 논문을 옥중에서 참고 서적이나 자료 하나 없이 완성할 만큼 만해의 독립에 대한 신념은 확고했다고 한다.

또한 만해는 “최후의 일인까지 최후의 일각까지”라며 “조선 사람은 단 한사람이 남더라도 독립운동을 하자”고 당당하게 말했다. 또 “조선인이 조선 민족을 위하여 스스로 독립운동을 하는 것이 백번 마땅한 노릇인데 일본인이 어찌 감히 재판하려 하느냐”고 오히려 호통을 쳤다고 한다.

2004년에 처음 공개된 만해의 시 ‘무제’ 육필원고 중 ‘이순신 사공 삼고 을지문덕 마부 삼아 파사검 높이 들고 남선북마 하여볼까’하는 내용처럼 그의 생활은 옥중에서나 민중들의 곁에서나 언제나 한결 같았다.

만해는 민중의 편에 서서 그들과 함께 고통하며 호흡하고 있었다. 변절한 동지들을 질타하며 옥중에서도 옥 밖에서도 굴하지 않고 투쟁한 스님의 자유 평등 독립 사상은 바로 우리 민족의 저울추로서 영원한 역사의 귀감이 되기에 충분할 것이다.

#오후 2시 서울 심우장=심우장은 일제 강점 시대에 조국의 강토가 짓밟히는 뼈아픈 역사 속에서도 민족혼을 간직한 유일한 조국의 땅이었다.

우리는 심우장 길을 따라 가파른 골목길을 올라갔다. 아직도 서울에 이런 동네가 있을까 하는 정겨운 마음이 들었다. 심우장이란 명칭은 선종의 ‘깨달음’의 경지에 이르는 과정을 잃어버린 소를 찾는 것에 비유한 열 가지 수행 단계 중 하나인 ‘자기본성인 소를 찾는다’는 심우(尋牛)에서 유래한 것이다. 팔각지붕 아래로 독립운동을 함께 했던 오세창이 쓴 작은 현판이 걸려있고, 만해가 손수 심은 향나무 한 그루가 꿋꿋하게 잘 자라 그 정신, 그 역사를 우리에게 이야기하고 있는 듯 했다. 52평의 대지 위에 11평의 작은 건물로 이루어진 심우장은 작지만 힘 있어 보였고, 누구와도 타협하지 않은 강직함이 보였다. 총독부가 주는 배급을 거부하며 창시개명 반대운동과 조선인학병출정을 반대하고 마지막 순간까지 일제에 대항했던 최후의 한사람, 조선총독부 건물과 마주하기 싫어 북향으로 주춧돌을 올렸던 그는 이곳에서 1933년부터 중풍으로 쓰러져 1944년 삶을 마감했다. 이곳에서 서대문 구치소에서 돌아가신 애국지사 김동삼 선생의 장례를 치렀으며 변절한 최린, 이광수, 윤치호 등을 주인에게 충복하는 개만도 못한 놈들이라고 꾸짖어 돌려보냈던 곳이기도 하다. 무상대도를 깨치기 위하여 선정에 들었던 만해의 말년의 모습이 눈에 선했다.

#오후 7시 홍성문화원=우리 사회는 날이 갈수록 혼란하고 가치관이 정립 되지 않은 청소년은 애향심과 애국심, 지역민으로서의 자긍심을 잃어가고 있다. 내가 사는 우리고장에서 만해가 살았었다고 생각하니, 가슴 한편이 뿌듯했다. 돌아오는 길엔 비가 많이 내렸다. 저녁엔 아이들을 앉혀 놓고 만해에 대해서 얘기해주고 뜨거운 가슴으로 살아야 한다고 말해줘야겠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