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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유린당한 우리네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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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에 유린당한 우리네 명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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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8.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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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항면 내현리 보개산 ‘감투봉의 대형 쇠못’
일제시대 때 일본인들이 우리의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한 행위가 여러 가지 있었다.

우리글과 우리말, 우리이름을 못쓰도록 한 행위를 비롯하여 크고 작은 것들을 꼽으라면 열손가락이 부족할 것이다. 그 많은 행위 중에서 풍수지리와 주술적인 의미로 민족혼을 말살하기 위한 행위도 여럿 있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유명 산맥의 맥을 끊기 위해 대형 쇠못을 박는다든가, 산맥을 절단한다든가, 산을 이쪽저쪽으로 반토막씩 나눠서 이름을 따로 붙여 놓는 경우도 있었다.

우리고장에서는 작은 금강산으로 부르는 용봉산의 이름이 일제시대 때에 바뀌었다. 원래는 팔봉산이라는 이름이었으나 홍성 쪽은 용봉산으로, 덕산 쪽으로 뻗어있는 산맥은 수암산으로 나눠놓았다. 겉으로 내세운 명분이야 행정구역에 맞게 붙인 이름이라고 하겠지만, 속뜻은 우리의 민족정기를 말살하기 위한 간교함이라고 볼 수 있다.

홍동면에 있는 구룡산(九龍山) 역시 일제가 산맥의 명혈을 잘라놓았다는 얘기가 있다. 원래 아홉 명의 훌륭한 장군이 태어날 명산이었는데, 명혈이 흐르는 아홉 군데를 잘라놓는 바람에 평범한 산으로 변하고 말았다는 전설이 전한다. 한곳을 끊어놓으면 또 다른 곳의 혈이 살아나므로 계속 끊다 보니 아홉 군데를 끊었다는 것이다. 아홉 명의 장군이 태어날 명혈을 모두 끊어놓은 것이다.

또 다른 하나는 유명한 산맥의 혈을 끊기 위해 대형 쇠못을 박아놓은 경우다. 우리고장에서는 일본인들이 박아놓은 쇠말뚝을 몇 십년동안 몸에 품고 살아온 봉우리가 있다. 구항면 보개산에 있는 감투봉이다.

보개산(寶蓋山)은 한자말대로 풀이하면 보물이 가득 묻혀있는 산이라는 뜻이다. 하지만 그 보물이란, 몸에 지니는 귀한 물건을 뜻하는 것이 아니다. 보개산의 정기를 받은 훌륭한 인물이 많이 태어나는 산이라는 뜻이다. 결국 보개산의 보물은 훌륭한 인물을 뜻하는 셈이다.

아마도 일본인들은 보개산에서 훌륭한 인물이 태어날 것을 겁먹고 산맥의 혈을 끊기 위해 쇠못을 박은 듯하다. 특히 감투봉은 “동창이 밝았느냐”라는 시로 유명한 남구만의 생가 터 바로 위에 있는 봉우리다. 남구만이 태어날 때의 전설도 재미있게 전해지는 봉우리다. 감투봉에서 발생한 산불이 집 쪽으로 거세게 내려오다가, 남구만 생가터 바로 위쪽에서 멈췄다고 한다. 그와 동시에 집안에서 응애하는 아기 울음소리가 터져 나왔고 한다. 그 아기 울음소리의 주인공이 바로 남구만이라고 한다. 훌륭한 인물을 알아보고 산불도 멈춰 섰던 것이다.

구항면 내현리 주민들은 감투봉에서 지난 정월 초순경에 대형 쇠못 4개를 제거했다. 그리고 보개산에서 마주보이는 들판 건너편 매봉재 봉우리 부근에서도 대형 쇠못 3개를 제거했다.

보개산에 박혀있던 쇠못 때문에 끊겼던 명혈을 다시 잇게 되었으니 반갑기만 하다. 몇 십년동안 고통 받았을 보개산의 상처가 하루 빨리 아물기를 기대해본다. 대형쇠못으로 인해 끊긴 혈맥을 다시 잇고, 태양 같은 정기를 뿜어내며, 훌륭한 인물이 많이 태어날 것을 기대해 본다.

김 정 헌
동화작가
구항초등학교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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