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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회의원 방북 특별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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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완구 국회의원 방북 특별인터뷰
  • 민웅기
  • 승인 2000.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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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관계 한국 특유의 정으로 풀어야
새역사의 지평을 여는 만남. 남북정상회담이 지난 13~15일 성료됐다. 자민련 정당대표 특별수행원 자격으로 북한을 방문하고 돌아온 이완구 국회의원을 16일 만났다. 북녘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중심으로 이 의원의 방북기를 싣는다.<편집자주>

-역사의 현장에 증인으로 서게 됐다. 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충격 그 자체다. 한장의 정지된 활동사진을 보는 것 같다. 정상회담이 아니라 가족끼리의 만남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

-방북의 주요 일정은?

=13일 10시 6분 순안공항에 도착했다. 공항 환영식후 평양시내로 진입, 대동강변 모란봉 옆에 있는 주암산에 초대소에 점심식사를 했다. 오후 4시 만수대 예술극장에 가서 공연을 관람했다. 오후 7시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정일 위원장 초청 만찬이 열렸다.

14일 오전엔 조선컴퓨터회사(?), 인민대학습장 등을 견학했다. 오후 4시50분경엔 특별수행원들의 분야별 회의가 열렸다. 오후 7시30분 김대중 대통령이 초청한 만찬이 모란각에서 있었다. 15일 백화원 영빈관에서 오찬이 있었다.

-북한에서 보고, 듣고, 느낀 점을 생생하게 전달해 주기 바란다.

=백령도 근처 상공에서 우리측 요원이 건네준 태극마크가 들어있는 뱃지를 달았다. 「정말 대한민국 대표로 방북하는 구나」라는 실감이 왔다. 비행기가 평양 상공에 들어 선 후 내려다 본 북녘은 경지정리가 잘 되어 있고, 산이 잘 개발 되어 있었다. 그러나 듣던데로 산에는 나무가 많지 않았다. 공항 환영식 후 주암산 초대소로 향하는 벤츠 안에는 강만길 민화협 이사와 김문일 아태평화위원회 참사가 동승했다.

연도에는 수십만의 인파가 나와 꽃을 흔들며 열렬히 환영하고 있었다. 차중에서도 사람들의 표정을 놓치지 않으려고 애를 썼다. 비록 동원된 느낌을 주는 것은 사실이지만, 어떠한 적개심을 느낄 수는 없었다. 오로지 순박했다. 「저들도 한민족이구나」라는 생각을 했다.건물들의 외곽에는 '강성대국' 등의 구호가 붙어 있는게 눈에 띄었다.

거리에는 상점이 거의 눈에 들어 오지 않았다. 북한이 사회주의 국가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주암산 초대소에서의 점심은 포식을 했다. 식사는 후식을 포함해 모두 13종류로 '가물치문어회', '맑은 국', '설기떡', '온반', '깨즙을 친 닭고기' 등이었다. 우리의 음식이 단 맛이라면 북한은 담백하다는 느낌이 컸다. 전통음식의 색채를 강하게 풍긴 것도 한 특징이었다.

식당의 차림표가 인쇄물이 아닌 손으로 쓴 것이라는게 독특했다. 식당 종업원, 안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북한주민들은 사상과 이념이 모든 것에 우선한다는 강한 인상을 받았다. 안내원에게 "모든 사회, 분야에서 이데올로기와 사상 얘기를 하는 까닭이 뭐냐"고 물으니, "사상과 이념이 모든 것에 선행한다"고 대답했다.

음식, 공연 하나하나에 신경을 써주는 순수함과 민족주체를 강조하는 그들의 양면성에 감명받았다. 하지만 만나는 사람마다 경제의 어려움을 솔직히 시인하는 모습을 보고, 과연 어렵긴 어렵구나라고 생각했다.

고위층이 모든 것을 털어놓고 얘기하는데 비해 안내원들은 통상 교육받은 데로만 애기한다는 점도 특징이었다.

15일 백화원 영빈관 오찬장에서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으로 부터 술을 받았다. 별다른 대화는 없었다. 현철해 육군대장 등 북측사람들과 술을 많이 마셨다. 서울공항에 도착해서야 술에서 깼다.

새 역사가 이렇게 이뤄지는 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그 역사의 현장에 증인으로 참석하고 이렇게 돌아왔다.

-방북중 주로 어떤 인사와 접촉 활동했나, 기억에 남는 사람은?

=최태복 인민최고회의 의장은 겸손하고 지성인으로서 이주 인자한 모습으로 솔직한 인상을 풍겼다. 김영대 조선사회민주당 상임위원장은 남측 사정에도 정통했다. "통일, 대북문제가 많이 인식이 바뀌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비행기에서 내려다보니 모내기 장소에 기계가 없다"고 묻자 "기계는 있는데 기름이 부족하다"고 대답했다.

14일 정당, 사회단체 회의에서 김영대 사민당 위원장, 최호진 조평통 서기국 부국장, 장웅 체육지도분과위원장 등과 논의했다. 남북 국회회담 재개 등을 애기했다. 김영대 사민당 위원장과는 깊은 대화를 나눴다.

이날 저녁엔 극소수의 특별수행원 14명과 장관 등이 모란관에 초대 받았다. 김정일 위원장을 만났다. 또 이 자리에는 조명록 국방위원회 제 1부위원장, 장성택(김정일 매제) 등 군부실세가 대거 참삭했다. 장성택 등 국방분과위원들과 같은 자리에 앉아 만찬했다.

-방북전 한용운 선사의 아들인 한보국씨의 소식을 알아보기로 계획한 것으로 안다.

=바쁜 일정으로 마지막 날인 15일 현철해 육군대장에게 일르 물었다. 그러나 현 대장은 한용운 선사에 대해서도 잘 모르는 것 같았다. 우리의 정서나 분위기로 북한을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번 정상회담의 의의와 앞으로 남북관계의 전망은?

=회담에서 합의된 5개항은 성명이 아니라 선언이다. 선언은 실천적 의지를 담는 것이다. 서로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입장에서 가자는 것이다.

북한은 준비된 변화의 움직임이 있었다. 생산적인 방향의 변화이다. 남북관계는 논리와 논쟁보다는 한국 특유의 정으로 풀어 나가야 한다. 그러나 감성적이고 성급한 접근은 안된다. 국민적 공감대가 필요하다. 안보도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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