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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즉사 필사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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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생즉사 필사즉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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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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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환 의 풀무생협 홍보담당
4년전 여름 글쓴이는 홍성신문에 ‘환경농업의 메카, 홍성’이라는 제하의 칼럼을 썼다. 당시 나는 홍성의 동쪽끝에서 시작된 환경농업이 홍동의 경계를 넘어 홍성군으로 확대되는 꿈과 희망을 보았고, 칼럼 끝에 운동이 제도로 정착될 수 있도록 군의 조속한 녹색 행정(green service)을 촉구했다.

과연 4년 뒤 유기농 바람은 인접한 장곡면과 광천읍을 넘어 금마와 청양, 보령의 일부까지 아울러 유기농 메카가 슬로건이 아닌 현실이 됐다. 아직까지 우리 국민들은 홍성과 유기농을 연계하는 것보다 지진을 떠 올리는 일이 많지만 유기농 운동 발원지격인 도시의 생협에게 홍성은 아직 국내 최대의 유기농 산지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오랜 경기침체에 따른 소비둔화와 풀무원의 가짜 유기농 녹즙 사건 등이 잇달아 터지고 유기농 전반에 관한 불신이 확대되면서 한 때 소매점은 절반 가까이, 생협쪽은 30% 대의 매출 감소를 가져오기도 했다. 다행이도 풀무생협은 전년대비 121%의 성장을 기록했으나 쌀만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다. 이웃 문당리 환경정미소의 방아 찧는 소리도 예전만 못하고 그나마 쉬는 날이 훨씬 더 많다고 한다.

급기야 글쓴이는 풀무생협의 홍보담당자로 도시생협 조합원들에게 "올 해에도 논에 오리를 넣을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라는 호소문으로 오리쌀 소비확대를 요청했다. 아울러 소비자들에게 유기농 메카=홍성의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농사꾼들의 땀내 나는 이야기를 ‘지금 홍성에선...’이란 제목으로 계속 올리고 있다. 올 소비자 농사 체험도 오리입식 등 대규모 행사를 빼고도 3천명을 웃돌고, 홍성의 환경농업을 알리려 휴전선 아래까지 달려가는 등 필사의 노력을 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홍성의 위기는 소비지의 변화보다는 이미 다극화된 산지간의 경합에 깊은 원인이 있다. 연초 농촌경제연구원에서 무슨 상을 준다하여 방문한 자리에서 만난 옥천의 환경농업단체 회장의 목소리에 유독 힘이 실려있어 알아보니 그 뒤엔 군의 든든한 지원이 자리 잡고 있었다. 시상을 주도한 환경농업 연구팀장 김창길 박사도 “홍성군의 환경농업 예산이 옥천에 비해 적다”며 지적했다.

얼마전 농민신문에 어느 지방자치 단체장이 5년간 6백 8십억을 투입해 ‘환경농업의 메카’로 만들겠다고 공언하고 나섰다. 홍성의 농민들이 부러운 것은 천문학적인 지원 금액이 아니라 그런 발표를 이끌어 낸 그이의 열정과 추진력, 연간 백억이 넘는 예산에 서슴없이 동의한 합의구조다. 아마도 이 합의를 바탕으로 그들은 무섭게 치고 올라올 것이다.

물론 환경과 생태에 대한 의식화없이 돈만 쏟아 붓는다고 환경농업이 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미 도시생협도 공급 안정을 위해 단일산지 대신 복수산지로 가고 있고, 전국 쌀 재배 농가들도 추곡수매제가 폐지됨에 따라 대거 유기재배로 바꾸고 있다. 바햐흐로 유기농산물도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과거 공급자의 시장에서 구매자의 시장(Buyer's Market)으로 급속히 전환되고 있는 것이다.

혼란의 소용돌이에 휩쓸리지 않고 홍성이 진정한 환경농업의 메카로 확고히 뿌리내릴 수 있는 방안은 없는가. 아쉽게도 비결은 없다. 농민은 농민대로 지금의 위기를 나의 위기로 받아들여 농산물의 품질을 높이는 데 최선을 다해야 하고 조직의 리더는 외부의 도전과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풀무신협과 생협이 강화된 인증요건에 따라 유기농의 탯줄이라 할 유기축산 확대와 홍보 인력을 강화하고 일본의 아야정과 시모고 농협의 사례를 깊이 연구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다.

시모고 농협은 깊은 산골에 위치한 불리한 조건을 환경농업과 가공이라는 쌍두마차로 해결하였고 아야정은 행정기관과 주민이 하나로 뭉쳐 성공적인 지역공동체 운영의 본보기로 떠 올랐다. 지금 우리 군도 환경농업의 확대를 군정의 주요 목표로 삼고 환경농업대학 개설, 벼 건조장 및 창고 건립 지원, 친환경 농업계 신설 등 가시적인 노력을 하고 있음을 잘 안다.

그러나 지금의 추진 속도와 지원시스템으로는 이미 흔들리기 시작한 유기농 메카의 위상을 바로 세우기에는 역부족이다. 이 눈치 저 눈치 보아가며 모두를 만족시키려는 행정이란 결국 아무도 만족시킬 수 없는 것이다. 지금은 혼돈기요 유기농업의 춘추 전국 시대다. 홍성의 앞날을 가늠해 본 깨어있는 군민 다수는 새로운 리더쉽과 비젼을 갈망하고 있다. 도대체 언제까지 농사일에 지친 농민이 밤늦게까지 머리를 쥐어짜며 쌀 팔 걱정을 하고 쪽파 한 단의 행로(行路)를 걱정해야만 하는가.

모두가 반대하고 변혁을 거부했던 임진년에 홀로 외로이 결단을 하고 전란에 대비한 충무공의 선견지명과 좌우명을 떠올리며 우리 농투성이들에게도 그의 그림자만이라도 닮은 지도자가 있는지 돌아보며 군수님과 전 행정공무원의 깨달음과 결단을 위해 기도드리고 싶다. 필생즉사 필사즉생!(必生卽死 必死卽生)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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