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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정화하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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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삶을 정화하는 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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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05.03.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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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연 희 교무<원불교 홍성교당>

차는 물의 도리를 배우고 자연을 사랑하게 한다.

마시는 차는 찻잎 성분이 배어난 한 잔의 물이다. 물은 생명의 근원이므로 인간은 본능적으로 물에 친화감을 지니고 있다. 눈앞에 한 잔 차는 마실 물이기에 친근하게 느껴지고 동질감을 갖게도 된다. 만약 찻잎을 씹어 먹거나 과자로만 만들어 먹었다면, 차는 약으로서 존재할 뿐이었고 천년 이상 다문화가 성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다인들은 물을 보고 따르고 찻물을 삼키면서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물과 동질감을 느끼며, 다음과 같은 물의 진리를 깨달아 인간의 삶을 생각하게 된다.

① 물은 맑다.
맑은 물을 보고 다루면 마음도 물처럼 순수하고 깨끗해지고자 한다. 맑은 물로 만들어진 한 잔의 차는 찻기의 엷고 진함을 순수하게 드러내며, 차가 지닌 향기와 맛을 그대로 솔직하게 드러낸다. 따라서 물은 거짓말하지 않으며 착하다. 또 물은 이물질에 닿아 그것을 깨끗하게 하고 자신은 흐려졌다가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스스로 정화되어 다시 맑게 된다. 물처럼 본래의 성(性)으로 정화하는 노력을 지니면 항상 맑고 행복할 것이다.

② 물은 수평을 이룬다.
물은 가장 낮은 곳으로 가서 바닥부터 빈 곳 없이 채우면서 항상 높이가 똑같은 수평을 유지한다. 수평은 내면이 평정되어 있음을 말하고, 저울처럼 항상 중(中)을 유지하는 것이다.
사람의 마음도 명경지수(明鏡止水)와 같이 되면 평정해져서, 물속과 같이 고요한 가운데 기운을 지니면서 담담하다.

③ 물은 부드러우나 강하다.
물은 지극히 부드러워 자신의 모양을 나타내지 않는다. 그러나 생명체 속에 들어가 꽃을 피운다. 그리고 물방울은 작으나 돌에 구멍을 뚫으며, 작은 물이 모여서 큰 물 하나가 되어 무서운 힘을 지닌다. 따라서 물은 부드러움과 점진적 노력과 단합으로 큰 힘을 발휘하여 억세고 강한 것을 이긴다. 찻자리의 부드러운 말, 부드러운 기운이 상대방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힘을 지니며, 한잔의 찻물은 부드럽게 목을 축이지만, 몇 년을 마시다 보면 그 사람의 인생을 바꿔주는 큰 힘을 지니고 있다. 하루 아침에 되는 일이란 없다. 꾸준히 행하고 또 행하다 보면,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경우가 많다.

④ 물은 조화를 이룬다.
술도 물이 있어 조화로운 맛을 얻게 되듯이, 마른 차는 물로 인해서 맛과 향기가 녹아나와 우리를 즐겁게 한다. 따라서 물은 끝없이 사랑하는 포용력을 지닌 조화의 귀재이다.
우리는 물의 조화능력을 포다(泡茶) 과정에서 배우게 된다. 도인이나 훌륭한 사람들 중에는 물과 같이 드러나지 않고 평범하면서 조화를 잘 이루어내는 사람이 있다.

⑤ 물은 자연이며 도(道)이다.
생물이 있는 곳에는 물이 있다. 생명체는 물로 인해 삶을 유지하고 꽃을 피워 열매를 맺는다. 물은 자연인 동시에 진리이며 도(道)이다.
이상과 같이 우리는 차를 끓이고 마시면서 물의 진리를 터득하게 된다. 차를 사랑하는 사람들은 물을 사랑함과 더불어 자연을 사랑한다. 그리고 순수한 자기 마음과 정견(正見)을 갖게 한다. 또한 자신과 자연과의 공감대를 만들 듯 자연의 일부인 남과의 공감대도 지니게 되어 이웃을 사랑하게 된다. 맑은 차는 맛이 강하지 않고 향기가 은은하여 오히려 사람을 찻물에 가깝게 붙잡아 당긴다. 그리고 각성효과가 나타남으로 마시기만 하면되지, 물이나 자연이나 도를 생각할 여지가 없다.

<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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