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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아이들 운동화 세탁 후원…“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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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아이들 운동화 세탁 후원…“장애인에 대한 관심을”
  • 윤종혁
  • 승인 2024.03.18 0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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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 몰래 키다리아저씨 활동한 ㈜상상 박만식 대표

“깨끗하게 운동화 빨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깨끗한 운동화 잘 신겠습니다.”

㈜상상 박만식(53) 대표는 힘들고 어려울 때 아이들이 써서 보내준 손편지를 떠올리며 힘을 얻곤 한다. 박 대표는 지난 10년 동안 남 몰래 아이들을 위해 키다리아저씨 역할을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 아이들의 신발이 깨끗해질 수 있도록 묵묵히 뒤에서 힘을 보탰다.

인테리어를 하는 박 대표는 학교 현장에서 일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학교에서 일을 하며 아이들의 자주 만나게 됐다. 2015년 봄 우연히 학교 복도에 있는 흙 묻은 운동화를 보게 됐다. 마음속으로 ‘내가 할 일이 바로 이것’이라고 다짐했다.

박 대표의 아버지는 교사였다. 34년 전 중풍으로 갑자기 쓰러지면서 교단을 떠나게 됐다. 장애인이 되신 아버지를 곁에서 돌보면서 학생들과 장애인에 대한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 장애인에게 어떻게 하면 도움이 될까 고민하던 중 흙 묻은 아이들의 운동화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인 ‘조양크린’과 연계시킬 방안을 찾아냈다.

아이들 등교가 끝나면 학교에 있는 아이들 운동화를 조양크린에서 전부 수거해 가서 오후에 하교하기 전까지 깨끗하게 빨아 학교로 가져다주는 것이다. 운동화 세탁 비용은 박 대표가 모두 부담했다. 2015년에는 배양초와 구항초, 장곡초 학생들을 위한 운동화 세탁을 후원했다. 1년 동안 1030켤레의 운동화 세탁이 이뤄졌고, 비용은 약 200만원이 사용됐다.

4042켤레 운동화 세탁 후원

지원은 전체 학생수가 100명 미만인 학교를 위주로 진행했다. 2016년에는 서부초 학생들을, 2017년에는 은하초와 결성초 학생들을 위한 후원을 했다. 2018년에는 금마초와 금마중, 2019년에는 대정초와 신당초, 은하초, 배양초 학생들을 위해 후원을 했다. 지난해는 은하초와 결성초, 신당초, 서부중 학생들을 위해 힘을 보탰다. 10년 동안 4042켤레의 운동화가 깨끗해졌고, 비용은 1000만원을 넘어 섰다.

아이들 운동화 세탁을 후원하면서 누구도 알지 못하게 조심스럽게 진행했다. 학교 관련 일을 하면서 혹여나 ‘사업 때문에 학생들 후원을 하고 있다’는 소리를 듣게 될까 봐 가족과 친한 친구에게 조차도 아이들 후원과 관련한 말을 하지 않았다. 10년 동안 묵묵히 진행해 오면서 이제는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일자리에 대한 인식 개선에 도움이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을 알리고 있다.

“아이들 운동화를 빨아주면 바쁜 농촌에서 일하는 부모님들에게도 좋고, 아이들에게는 장애인이 빨아준 운동화를 신게 돼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에도 좋고, 일감이 늘어나면 장애인 자활에도 도움이 되니 1석 3조 이상의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 확신했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것이 10년 동안 4000켤레 이상의 운동화 세탁 후원을 하게 됐습니다.”

박 대표가 운동화 세탁 후원을 진행하며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은 장애인에 대한 아이들의 시선이 좀 더 따뜻해졌으면 하는 것이다. “장애인은 우리의 이웃이자 친구입니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장애인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갖게 된다면 훗날 우리 사회는 지금보다는 더 행복한 환경이 될 것입니다. 장애인에 대한 인식 개선은 돈의 가치와 결코 바꿀 수 없습니다.”

박만식 대표는 아이들 운동화 세탁 후원을 진행하면서 힘들고 어려울 때 아이들이 써준 편지를 읽으며 큰 힘을 얻는다고 한다. 사진=박만식

많은 사람이 장애인 인식 개선에 동참을…

박 대표는 아이들과 장애인 직업재활시설과의 연계를 좀 더 많은 사람들이 동참해 주길 바라고 있다. 본인이 하고 있는 일이 교육청 또는 읍·면에서, 동문회나 학교 차원에서 진행되길 바라고 있다. 몇몇이 하기 보다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갖고 참여한다면 장애인에 대한 인식 변화와 장애인 자립을 위한 새로운 모델이 될 것이라 확신하고 있다.

박만식 대표는 운동화 세탁 후원뿐 아니라 명절이 되면 거래처 선물 대신 ‘홍성에서 공사 수익으로 처지가 어려운 이웃을 돕는 사람들(이하 홍성공수처)’ 대표로 활동 중이다. 홍성공수처는 2021년 추석부터 성금을 모아 청로쉼터에 기부하고 있다. 지금까지 약 850만원을 모아 청로쉼터에 전했다. 청로쉼터에서는 성금을 독거노인을 위한 차례 음식 마련에 사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소외된 청소년들을 위한 나눔 음악회를 2년째 개최했다. 음악회를 통해 모은 성금 1200만원은 아이들을 위해 소중하게 사용됐다. 박 대표는 “아무리 어렵고 힘들어도 우리가 조금씩만 정성을 모은다면 우리 사회는 밝고 따뜻하게 변할 것이다. 이웃들을 위한 선한 영향력이 널리 퍼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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