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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79> “겁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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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79> “겁네”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4.03.18 08: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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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이따침 핵교 운동장서 합동유세 허는디 같이 가자니께? 나 열명 허야 뎌.

-저니: 사람덜 겁네 올껄. 난 워디 잠꽌 가야니께, 내꺼까정 식권이랑 고무신 점 챙겨놔.

<겁네>는 ‘매우’의 뜻으로 쓰이는 말이다. 이 말은 ‘아주’처럼 보통 정도보다 훨씬 더 넘어선 상태를 지칭하는 부사로, 뒤에 오는 말을 강조하는 역할을 한다. ‘겁네’는 사투리 ‘겁나게’가 줄어든 형태이며 이런 식으로 줄어드는 말은 충청도, 특히 충남 일원이 아니면 보기 어렵다.

전라도에서는 아직도 ‘겁나게’가 그대로 살아서 쓰이고 있고, 이 보다 좀 더 센 ‘허벌나게’도 많이 사용하고 있다. ‘겁나게’는 문맥으로 보면 ‘겁이 나다’의 뜻으로 ‘무섭거나 두려운 마음이 생기는 것을 말하는데 ’겁네‘란 실제로 겁을 집어 먹거나 두려움에 떤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매우, 아주’라고 하면 심심하니까 다소 과장이 섞인 촌스런 말투의 ‘겁네’를 선호하는 어르신들이 많다.

겁네 뒤에는 ‘많다’라는 말이 흔히 따라오는데 어떤 경우에는 뒷말이 생략되어 쓰이기도 한다. ‘사람 많다?’라고 하면 ‘그곳에 사람이 많이 있더냐?’의 뜻인데 이때 ‘겁네.’라고 대답하면, 뒤에 ‘많더라’가 생략된 것이다. 대화창 등에서 요즘 아이들이 자주 쓰는 ‘겹네’라는 표현은 ‘귀엽다’의 뜻으로 사투리와는 상관이 없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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