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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감사했습니다…잠시 쉬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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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동안 감사했습니다…잠시 쉬고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 윤종혁
  • 승인 2024.03.11 0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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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 말 문 닫는 발렌타인 김보성 대표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공통점 중 하나가 ‘나만의 공간’을 갖고 싶다는 것이다. 자신이 선호하는 술을 전시해 놓고,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한 잔 할 수 있는 공간, 그곳이 바로 ‘바(BAR)’가 아닐까. 애주가들에게 홍성읍 월산리에 위치한 발렌타인은 지친 일상에 잠시 어깨를 기댈 수 있는 쉼의 공간이다.

발렌타인은 홍성에서 몇 안 되는 위스키 전문점이다. 김보성(54) 대표가 10년 전에 본격적으로 운영하기 시작했다. 김 대표는 발렌타인을 운영하기 전 인테리어 관련 일을 했다. 위스키 전문점 인테리어 공사를 맡게 되면서 술에 대한 공부를 시작했다. 사람들이 술을 마실 때 어떤 환경을 좋아하는지, 조명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왜 술을 마시는지 등을 공부하면서 본인도 모르게 술의 매력에 빠져들었다.

김 대표는 술을 거의 입에 대지 않는다. 새로운 술을 만날 때 테이스팅을 위해 몇 모금 입에 적시는 경우를 제외하고 술을 마시지 않는다. 그렇지만 술의 향기와 빛깔, 고유의 술마다 간직하고 있는 역사와 문화 등을 너무나 좋아하기에 그의 곁에는 언제나 술이 있다.

발렌타인에는 위스키와 꼬냑, 와인, 럼주 등 다양한 술이 손님을 기다리고 있다. 술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희소성이 있는 코카콜라도 전시돼 있다. 그의 취미는 술과 코카콜라를 모으는 것이다. 미니어처를 비롯해 가게에서 다양한 술과 코카콜라를 구경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다. 구석구석마다 빈틈이 없을 정도로 빼곡하게 채워져 있다.

다양한 술과 코카콜라 만날 수 있는 공간

매장에 전시돼 있는 500여 병이 넘는 술은 김 대표가 직접 외국에서 주문하기도 하고, 수집상을 통해 구입하기도 한다. 해외를 가게 되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그 나라의 술을 구입한다. 그에게 정말로 귀한 술은 손님 테이블 앞에 내 놓지 않고, 별도의 공간에서 소장하고 있다.

김 대표에게 술은 행복한 매개체가 돼야 한다. 발렌타인을 찾은 손님이 술에 취해 정신을 잃고 가는 것이 싫었다. 술 취한 사람에게 술을 팔면 매출에는 도움이 될지 몰라도, 발렌타인을 찾은 사람들이 좋은 추억을 갖고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그의 경영 방침이다. 손님이 행복하게 돌아가야 다음에 다시 행복한 마음으로 발렌타인을 찾게 된다는 것이 그의 믿음이다. 술 취한 사람이 술을 찾으면 술이 아닌 물을 주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바에 대한 인식을 바꾸기 위해서도 부단히 노력했다. 발렌타인을 찾는 손님들은 바에서 떡볶이도 시켜 먹기도 하고, 치킨을 시켜 먹기도 한다. 자신이 좋아하는 음식을 가지고 와서 먹기도 한다. 누구하나 뭐라 하는 사람이 없다. 김 대표는 오히려 손님들에게 눈치 보지 말고 편하게 먹으라고 권유한다. 손님이 원하면 바에서 ‘소주’를 팔기도 한다.

손님들을 편하게 대하다 보니 이제는 술을 마시기 위해 오는 손님보다도 술을 배우기 위해, 술을 경험하기 위해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테이블 위에 술 한 잔을 놓고 손님들이 궁금해 하는 것을 자세히 설명해 주고, 다양한 정보를 나눈다. 그에게 바는 술과 함께 좋은 추억을 선물하는 공간이다.

또한 그는 손님의 컨디션을 최대한 살펴 손님에게 맞는 술을 권한다. 예를 들어 발렌타인에 오기 전에 어떤 음식을 먹었는지, 오기 전에 술을 마셨으면 어떤 술을 얼마만큼 마셨는지를 물은 후 손님에게 맞는 종류의 술을 권한다. 간혹 손님이 취한 것 같으면 손님이 기분 나쁘게 생각할지 몰라도 그만 마시라고 말을 한다.

발렌타인에는 술뿐만 아니라 다양한 코카콜라를 만날 수 있다. 전 세계적으로 몇 안 되는 희소성 있는 코카콜라도 있다. 

“술은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마셔야”

“고된 하루의 일을 끝내고 술 한 잔 마시며 몸의 긴장을 풀고, 즐거운 시간이 돼야 합니다. 세상에 나쁜 술은 없습니다. 술은 맛있는 음식입니다. 좋은 사람들과 즐겁게 마실 수 있도록 돕는 것이 바로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

김 대표는 이달 말이면 10년 동안 정성으로 가꿔온 발렌타인 문을 닫는다. 밤낮으로 열심히 일했기 때문에 잠시 휴식기를 갖고자 한다. 월산상가의 변화도 발렌타인이 문을 닫는데 일정 역할을 했다. 사람들이 넘쳐 나고, 늦은 밤까지 활기를 띄었던 공간은 이제 밤 8시만 돼도 을씨년스러운 정도로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끊겼다.

2~3년 몸과 마음을 재정비하고 사람들이 접근하기 쉬운 공간에서 다시 발렌타인 문을 열 생각이다. 가게가 어느 위치에 있느냐에 따라 사람들이 편하게 올 수 있느냐, 없느냐가 결정된다. 잠시 쉬고 다시 문을 열 생각을 하는 이유는 그에게 발렌타인은 술을 팔아서 돈을 버는 공간이 아닌 ‘소통의 공간이자 배움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발렌타인을 운영하는 10년 동안 정말로 좋은 사람들을 너무나 많이 만났습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억지로 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제가 발렌타인을 운영하지 않았더라면 이렇게 좋은 사람들과 인연을 맺을 수 없었을 것입니다. 잠시 쉬었다가 모두에게 행복을 전할 수 있는 ‘발렌타인’으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10년 동안 발렌타인을 찾아주셔서 정말 감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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