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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졸업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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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한 졸업식
  • 홍성예총 이상헌 지회장
  • 승인 2024.03.0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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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은 졸업 시즌이어서 설렘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빛나는 졸업장을 타신 언니께’로 시작되는 초등학교 졸업식 노래 ‘오랫동안 사귀었던 정든 친구들’로 시작되는 중학교 졸업식 노래를 부르며 남학생들은 기쁨에 깔깔깔 웃고 여학생들은 헤어지는 아쉬움으로 흑흑 눈물을 흘렸다. 남학생들은 여학생들이 우는지 보려고 고개를 여학생 쪽으로 흘깃흘깃 눈이 돌아간다. 졸업은 새로운 출발점이다. 훌룰 털고 먼바다로 나가는 치어처럼 희망이 샘 솟는다.

교직에 있으면서 여러형태의 졸업식 광경이 파노라마처럼 흐른다. 일반고등학교 졸업식보다 훨씬 감동적인 것은 방송고 졸업식이다. 가난으로 상급학교 진학하지 못하고 오빠나 남동생을 위해 자신의 꿈을 접고 일터로 나갔다. 직장에 이력서를 낼 때마다 학력란을 채우려면 펜을 놓고 허공을 쳐다만 봤다.

아이들이 학교에 입학하면서도 그놈의 가정환경조사서에 부모 학력란은 또 자신을 난감하게 만들었다고 방송고 제자들의 눈물 어린 술회를 들었었다. 이젠 떳떳하게 고등학교를 졸업했다고 자신 있게 말을 할 수 있게 되었다. ‘아버지는 고등학교를 왜 졸업하지 않았느냐’는 아이들의 물음에 가난 때문에 학업을 이어갈 수가 없었다는 말을 풍요 속에 살아온 아이들은 이해하지 못한다.

엊그제는 특별한 졸업식에 갔다. 내포성인학교 중학 과정 졸업식이다. 연세가 지긋하신 어르신들이 환한 미소로 식장에 들어선다. 자녀와 손주 녀석들이 다 같이 와서 할머니, 할아버지의 중학 과정 졸업을 축하해줬다. 상장받으며 눈물을 흘리다가 다시 활짝 웃는 얼굴이 가장 아름다웠다. 이보다 아름다운 정경이 이 세상에 또 있을까.

스물한 명이 입학했는데, 한 명도 낙오자가 없이 모두 졸업했다. 이중 대다수 학생은 인근 방송고에 진학했다. 잘 아는 분도 졸업식장에 있었다. 고등학교에 진학하고 대학에 가겠다는 당찬 포부를 말씀하셨다. 아직도 중학교를 졸업하지 못한 잠재적 학생들이 홍성군에 9000명에 이른다는 교장 선생님의 설명이다. 또한 교장 선생님은 홍성 군립 2년제 고등학교가 설립돼 배움의 기회를 놓친 어르신들이 학업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바람도 가지고 있었다.

경로당과 노인회관에서 소일하시는 노인들이 학교에 와서 동료 학생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등하교하면서 건강도 챙기며 실생활에 필요한 교육을 받는다. 그래서 여생을 편안하고 행복한 삶을 영위한다면 치매 등 어르신의 질병과도 멀어질 수 있다. 신산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경제발전의 주역이 되어 현재 부강한 나라로 만드셨다. 그분들이 행복하게 살도록 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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