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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73> “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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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동네 생활사투리-173> “슬”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4.02.05 08: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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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 이번 슬이 식구덜 전부 뫼남? 자네는 일가 친척 많어서 세뱃돈두 깨나 나가것다.

-저니: 내말이. 모갯돈 나가게 생겼어. 법적으루다가 슬을 이삼년에 한번씩 허믄 안되까.

<슬>은 ‘설(설날)’을 말한다. 음력으로 12월의 마지막 날을 ‘섣달 그믐’이라 하고, 그 다음날은 ‘정월 초하룻날’이 되는데 이 날이 바로 ‘설날’이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설날, 윤극영 작사.곡’)라는 동요를 배운 세대들은 ‘설’이라 발음하고, 지긋한 어르신들은 ‘슬’이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그믐날 밤에서 설날 새벽까지 밤을 꼬박 새는 풍습을 ‘수세(守歲)’라고 불렀는데 밤새 불을 밝혀 집으로 들어오는 복(福)을 놓치지 않으려는 뜻이라고 한다. 일찍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말을 한 귀로 흘려들으며 쿨쿨 자도, 그다지 눈썹이 세지는 않았다.

‘슬’은 꼭 ‘설날’만을 지칭하지는 않는다. ‘슬 때까지는 꿔간 돈 갚어’라고 하면 새해가 바뀌는 시점의 기준을 말한 것이고, 설날 아침 ‘슬 잘 셋남?(쇠었나)’이라고 하면 설 차례를 지냈느냐고 물어보는 것이다. 지금은 음력설이 ‘설날’로 굳어졌지만 예전에는 ‘구정’ ‘민속의 날’ 등으로 불리는 곡절을 겪기도 했다. 떡국을 먹든 안 먹든 나이가 한 살 누구에게나 자동으로 배달되는 공평한 날이 바로 설날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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