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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작한 일이 어느새 반백년…“경제적으로 어려워도 큰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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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깐 시작한 일이 어느새 반백년…“경제적으로 어려워도 큰 보람”
  • 노해림 기자
  • 승인 2024.01.29 08: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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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9년째 광천읍 둔전마을 이끌고 있는 성익현 이장

연말연시 마을마다 총회를 치르면서 이장이 바뀌는 마을이 생긴다. 이장은 읍·면에서 행정의 보조자로 활동한다. 주민 의견수렴과 주민 화합을 위해 노력하는 역할을 한다. 현재 홍성군에서는 352개 마을 중 350개 마을에 이장이 있다. 최근에 선출된 이장, 10년 넘게 이장직을 맡은 이장 등 다양하다.

광천읍 둔전마을 성익현 이장은 홍성군에서 49년째 최장기간 이장을 하고 있다. 35세에 이장을 맡아 어느덧 83세가 됐다. 이장으로서 마을에 이룬 게 많아 뿌듯한 순간도 많고,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고 한다. 벽계리 둔전마을에는 지기산이 걸쳐 있다. ‘미군부대 산’이라고 불리던 이곳은 서해안의 군사 요충지로 불리기도 했다.

마을 주민이 사용하고 있는 둔전마을의 샘. 현재 15세대가 이용하고 있다.
2000년대 지어진 둔전마을회관.

마을에 없던 샘과 회관을 만들다

1975년 이장을 시작한 성익현 이장은 1978년에 3개월간 이장을 그만두기도 했다. 그때만 해도 이장직은 갖출 서류도 많았다. 행정적인 일뿐만 아니라 농사일도 해야 했기 때문에 힘든 역할이었다. 또 50세 이상 된 사람은 할 수 없었다. 성 이장은 이장직을 행정기관과 마을 주민 간에 가교 역할을 하는 중요한 역할으로 생각하고 있다. “원래는 할 생각이 없었지만, 주변 사람들이 권유가 있어 하게 되어 지금까지 오게 됐죠. 중간에 그만두기도 했지만, 다시 하게 되어 지금까지 하게 됐어요.”

성익현 이장은 농사꾼이었다. 1978년 당시 새마을지도자를 겸직하고 있었다. 가을엔 지도자를 겸직하면서 수원으로 14일간 연수를 받으러 가야 했다. 긴 시간 교육을 다녀오니 추석이 지나 농사를 망쳤다. 그때 당시 기계화가 되지 않아 손으로 벼를 베었는데도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연수를 다녀와서 농사가 힘들어졌으니 군수에게 지원 요청을 했다. “도시에는 수돗물이 콸콸 나오는데 시골은 그게 안 되잖아요. 지원을 받아 마을에 샘을 팔 수 있었어요. 산자락에 물 나오는 곳이 있어 그곳에 샘을 파고 마을로 연결했어요. 그때 당시에는 저는 경제적으로 어려웠지만 마을에 수도를 놓을 수 있어 보람도 느끼고 뿌듯한 감정을 느꼈어요.”

2000년대 이후 이장을 20년 넘게 하고 마을회관 하나는 짓고 그만둬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때 당시 각 마을마다 회관 짓는 비용 2500만원 가량이 지원됐다. 성익현 이장은 도저히 지을 수 없을 것 같아 반납하고 군청에 찾아가 면담을 요청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여러 과정을 거쳐 마을회관 짓는 비용을 마련했다. 그런데 하나의 벽이 더 있었다. 대지가 없어 마을회관을 지을 수 없었던 것이었다. 수소문해 아산에 있는 공장장에게 부탁해 비석을 세워주는 대신 대지를 구입할 수 있게 됐다. 이후 마을회관을 짓고 나무도 심고 평상도 세워 마을 사람들의 소통 창구가 생기게 됐다.

이장을 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마을에 공장단지가 들어온 순간이다. 10여 년 전 공장이 들어오기 전에는 마을 주민 간의 화합이 잘 됐었지만 단지가 들어와 화합이 주춤해졌다. “이장으로서 공장이 들어와 생기는 피해를 제도적으로 마련을 했으면 좋았을 것 같아요. 옛날엔 정말 화합도 잘 되고 좋았어요. 단지가 생기고 소음·폐수 관련해 문제가 있었는데 이장으로서 사전에 챙겼으면 좋았을 것 같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군사적 주둔지 지기산, 활성화되었으면”

둔전마을은 진 칠 둔(屯) 자에 밭 전(田) 자를 사용한다. 마을을 보면 공장단지, 주택을 제외하면 논과 밭이 대부분이다. 마을이 군사 주둔지로 사용되던 곳이라고 생각한다. “지기산은 1960년대 미군 부대가 생겼어요. 지기산 정상에 올라가면 사방이 다 보여서 군사지로 아주 좋은 곳이 아니었나 생각이 들어요. 부대가 있던 곳을 올라가면 무예봉이 있어요. 무예봉이 무관들이 재주를 부렸다는 뜻이 아닌가요? 둔전마을은 군사적으로 아주 요긴했던 장소라고 생각해요.”

둔전마을에 자리 잡은 지기산에 대한 활용방안도 많은 의견이 제시됐다. 산 정상에 있는 미군부대는 1989년 한국군 주둔 철수 후 35년이 지났다. 이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있다가 2004년 보호구역 해제 후 국방부, 홍성군, 민간인 소유로서 정상 부분은 군 통제구역으로 출입을 못 하고 있다.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홍성군협의회에서는 이곳을 ‘통일안보교육체험장’을 만들어 유치하는 의견을 제시했다. 협의회에서는 청원 서명을 받아 산 정상에 미군이 설치한 지뢰 100발 중 70발을 제거하고 찾지 못한 30발을 찾는 작업에 각 기관 서명을 이뤘다. “지기산에 만들어지면 정말 좋겠어요. 직접 맡아 하는 일은 아니지만 주체하는 분들께서 꼭 이루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현재 둔전마을은 호수로는 17세대, 그중 혼자 사는 세대가 4세대가 있다. 이장을 오래 맡으면서 다른 면의 이장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런 마을이 많다고 한다. “둔전마을은 뒤에는 산이, 앞으로는 공장단지가 있습니다. 또 논이 많아서 집을 지을 대지가 없어요. 인구가 늘어나기 어려울 것 같지만 체험장이 생기고, 수련원이 생기면 편의시설도 생기고 관광객도 많이 찾게 될 것 같아요. 개인이 할 수는 없지만 그런 소망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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