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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활성화, 스페인에서 답을 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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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도심 활성화, 스페인에서 답을 얻다
  • 홍성군의회 권영식 의원
  • 승인 2024.01.29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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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을 보다’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시장에 가서 물건을 사거나 팔다.’이다. 그렇다. 시장은 본래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다. 하지만 유통과 정보통신의 발달로 시장이 아닌 곳에서 물건을 사고 파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시장을 찾는 이들은 줄고 있다. 특히 소비욕구가 큰 젊은층 일수록 시장을 찾지 않는다.

이는 시장이 무엇을 잘못했거나, 사람들의 기호가 급작스레 바뀌어서가 아니다. 시대가 변한 것이다. 핸드폰으로 오늘 주문한 물건이 내일 집 앞에 도착하는데 왜 힘들여서 시장을 가겠는가. 간다한들 시설 좋고 주차하기 편한 대형마트를 두고 굳이 시장을 찾을 이유는 많지 않다. 조선시대 사람을 현대로 데려와 핸드폰을 쥐어주고, 대형마트를 보여준다면 그 역시도 현재의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반응을 보일 것이다.

그렇다면 시장이 망해가는 것을 그저 두고만 봐야할까? 필자는 해외연수차 방문했던 스페인의 산미구엘 시장에서 그 답을 찾았다. 마드리드시에 위치한 산미구엘 시장은 한때 문을 닫았을 정도로 침체를 겪었지만, 현재는 연간 방문자 수가 400만명에 달하는 유명 시장이 됐다.

산미구엘 시장의 성공 요인을 꼽자면 바로 ‘시장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이라 할 수 있다. 산미구엘 시장의 주요 상품은 식재료나 집기가 아니라 타파스나 핀쵸, 하몽과 같은 스페인 전통음식과 와인 등 음료다. 방문객들은 시장 중앙 곳곳에 배치된 테이블에서 구입한 음식을 먹으며 시장의 분위기를 즐기는데, 마치 상시적인 축제와도 같은 분위기다.

산미구엘 시장의 매력적인 외관과 내부 구조 역시 빼놓을 수 없는 성공 요인이다. 시장의 외관은 사면이 통유리로 둘러싸여 있어 외부 사람들의 눈길을 끌기에 충분하고, 판매부스들을 사면을 따라 배치하고 시장 중앙의 넓은 공간을 방문객들이 자유로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한 내부구조는 현대 트렌드에 충실하다. 마요르 광장에 바로 인접해있는 지리적 장점 역시 빼놓을 수 없다.

무엇보다 중요한 성공요인은 바로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한 운영방식이다. 산미구엘 시장은 마드리드가가 민간으로부터 소유권을 매입한 공공시장으로, 마드리드시는 상인들에게 점포를 장기 임대하고, 상인지원센터를 운영해 상인들이 안정적으로 상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임대료 지원. 시설 개선을 위주로하는 우리의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과는 많이 다른 모습이다.

홍성군에서는 오랜 기간 시장을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해왔지만, 현재의 상태를 개선하거나 유지하는 수준에 그쳐왔다. 그 결과 누구도 만족하진 못하는 상태가 이어지고 홍성군의 시장들은 여전히 침체 일로에 있다. 진정으로 시장을 살리고자 한다면 우리 역시 시대의 변화를 인정하고,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과감한 정책을 펼쳐야 한다. 현대의 시장은 단순히 물건을 사고 파는 곳이 아닌, 사람들이 머무르며 즐길 수 있는 곳이어야 한다.

필자는 산미구엘 시장을 보며 홍성상설시장을 떠올렸다. 홍성상설시장은 양 옆으로 늘어선 상가들 사이로 중앙에 넓은 공간이 나있는 구조로 약간의 리모델링을 거친다면 산미구엘 시장과 같은 매력적인 장소로 변모할 수 있는 곳이다. 시장의 규모가 적당해 홍성군에서 시범사업을 펼치기에도 적합한 장점도 있다. 무엇보다 명동시장과 홍주읍성을 앞뒤로 접하고 있어 방문객을 끌어들이는 데 유리하고, 시설 간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모방은 성공의 어머니’라고 했다. 마드리드 시의 성공적인 경험을 따를 필요가 있다. 우선 홍성상설시장을 매입해 매력적인 공간으로 리모델링하고, 장기 임대를 통해 청년 및 상인들이 안정적인 상행위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시장 매입이 군 재정에 부담이 된다면 점포들을 순차 매입하는 방법도 검토해볼 만하다. 더불어 홍성군에서 생산된 축산물과 농산물을 활용한 바비큐타운과 곁들이 판매부스를 조성해 운영한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먹거리 시장이 될 것이다.

홍주읍성에서 개최된 글로벌바비큐축제에 전국에서 42만명의 사람들이 홍성군을 방문했다. 콘텐츠의 위력을 확인하는 순간이자 우리 홍성군의 잠재력을 확인하는 계기이기도 했다. 이제 전통시장 활성화 정책의 대전환을 통해 홍성군만의 콘텐츠를 만들고 잠재력을 상시적인 능력으로 바꾸자. 홍성상설시장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홍성군만의 바비큐타운을 만드는 것은 그 좋은 시작이자, 홍주읍성 복원사업과 함께 홍성군 원도심 활성화의 첨병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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