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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부엌이 가족을 책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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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부엌이 가족을 책임진다
  • 김태자 홍주천년지역아동센터장
  • 승인 2024.01.29 08:2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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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엌이라는 곳은 삶의 현장으로 향하는 외형적 확장의 공간이다. 시대가 변화됨에 따라 남녀 구별 없이 서로 분담에 의한 사용 공간으로 변화되고 있지만, 과거 가부장적 사회에는 어머니만의 공간이며, 희생의 장소이며, 혼자 삼시 세끼를 감당하는 중노동의 장소였다.

과거 어머니들은 서러운 일이 있으면 부엌을 찾아 혼자 울고 설움을 달래는 장소였으며, 가족의 평안을 비는 종교적 장소이기도 했다. 또 정갈하게 닦아놓은 그릇을 보며 어머니들의 품격을 볼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현재에 와서 부엌의 개념은 맞벌이와 여권신장에 따른 아버지의 권위와 사회적으로 활동 영역을 넓혀가는 어머니들의 모습이 함께 공존하는 영역으로서 변화의 길을 가고 있다.

부엌의 모습도 어둡고 폐쇄적인 공간에서 무거운 가마솥에 불을 지펴 밥을 해 먹고 반찬을 준비하기 위해 장독대를 분주히 움직이는 노동의 장소였으나, 현재에 와서는 냉장고 등 온갖 편리한 생활용품과 더불어 개방적이고 열려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게 되었으며 음식도 각종 프로그램에 맞춰 세팅되어가고 있다. 생활의 이기와 더불어 많은 인적 노력의 감소 등 편리를 추구하게 되었지만, 부엌은 아직도 여성들만의 공간이며 가족의 사랑을 생산하는 장소였으면 한다.

여성들이 그릇 전을 지날 때 그냥 지나치지 않고, 발길을 잡는 이유도 나는 사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가족들에게 좋은 음식을 좋은 그릇에 담아 건강한 식단을 책임지고 싶은 주부의 마음이라고 생각한다. 음식문화도 외식문화의 성장과 더불어 서구화되고 인스턴트화 되고 있으나, 부엌에서 정성으로 만들어지는 음식이야말로 가족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보루라고 생각한다.

이 땅에서 건강한 청년을 만들고 건강한 사회를 만들게 한 원동력도 부엌에서 출발한 주부의 노력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정체성은 소비가 아닌 생산에서 나온다는 이야기가 있다. 주부의 노력과 땀에 의한 정직한 노동으로 살아갈 양식을 준비하고, 식단을 통해 가족들에게 전달된다는 것은 생산 이상의 중요한 일이며 엄숙한 종교의식과 같다.

요즘은 김장철을 맞이하였으나 김장하는 가정이 사라져가고 있다. 김장을 통해서 한철의 계획을 실행하고 건강한 식단을 준비하는 행사였으나, 사라져가는 모습이 되고 있으며 이 또한 부엌에서의 역할이 사라져가고 있다는 마음에 가슴이 아프다.

시대가 변화하고 환경이 변화해도 나는 주부들이 부엌을 지켰으면 한다. 그리고 폐쇄적인 공간이었던 부엌이 개방화되고, 열려 있는 공간으로 변화된 만큼 이웃 간, 가족 간에 나눌 수 있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

한 끼를 같이 먹는 것 자체도 나눔이나 과거에는 손수 음식을 만들어 이웃들을 불러 정담을 나누는 장소 또한 부엌이었다. 또 주부들이 이웃이 식재료가 부족하면 채워 주는 장소였으며, 답례로 이런저런 음식을 생색내지 않고 자연스럽게 주고받는 나눔의 장소였다. 이런 정이 살아 숨쉬는 부엌을 꿈꾸고 싶다.

어느덧 계절이 차가운 겨울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예나 지금이나 자연은 그대로 아름다운 사계절의 향가를 우리에게 전달해 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편리해지기 위해 자연의 순리를 벗어나 인간의 유의만을 추구하며 사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음식은 손맛에서 나온다고 한다. 정성이 가득한 부엌에서 계절에 맞는 손짓으로 음식을 만드는 것은 음식의 풍미를 좌우하는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한다. 변화된 부엌 식단에 엣날 엣적의 정을 불어오는 부엌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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