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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개산 주변 재미있는 이야기 품고 있는 바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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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개산 주변 재미있는 이야기 품고 있는 바위
  •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24.01.08 08: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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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의 바위 이야기<20>

구항면을 가로지르는 해발 273m인 보개산 등산로 주변에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품은 바위들이 많다. 민속 신앙과 관련된 속설들을 품고 있으며, 얘기를 듣다 보면 조상들의 소박한 생각들을 엿볼 수 있어 빙긋 웃음이 나오기도 한다.

옆으로 드러누운 보개산 범바위
거북이마을에서 등산로를 따라 보개산으로 오르다 보면 10m 가량 임도 위쪽으로 집채만 한 바위가 하나 앉아 있다. 바위 모습이 범을 닮았다고 하여 ‘범바위’로 부른다. 범바위는 보개산 남쪽 기슭 하천 건너 개몰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있다. 풍수지리적으로 해석하면, 범이 개를 노려보며 개몰마을에 해를 입히는 형국이라고 한다. 이런 이유로 개몰마을 남자들이 일찍 죽고 혼자 사는 여인들이 많이 생겼다는 것이다.

개몰마을 사람들은 산꼭대기에서 건너다보는 범바위가 항상 꺼림칙할 수밖에 없었다. 상의 끝에 범바위를 없애기로 했지만 집채만 한 바위를 감당할 수 없었다. 차선책으로 땅속에 묻어버리고 싶었지만 삽과 괭이로는 어림도 없었다. 마지막 수단으로 범바위 옆구리 쪽을 깊이 파내어 옆으로 약간 쓰러지게 만들었다. 범바위 주변을 살펴보면 흙을 파낸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다. 지금 범바위는 개몰마을을 정면으로 바라보지 않고 옆으로 비스듬하게 드러누워서 다른 방향을 향하고 있다.

 

다리 잘린 여인석
보개산에서 건너다보이는 개몰마을 뒤편 야트막한 산봉우리가 매봉재이다. 매봉재 정상에 올라가면 다리 잘린 여인석이 있다. 바위 모습이 여인의 하체를 연상하게 한다. 몸매 풍만한 여인이 두 다리를 양쪽으로 뻗고 누워 있는 모습이다. 상반신은 개몰마을을 향하고 있으며 다리는 산 너머로 향하고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다리 한쪽이 잘려 나간 반신불수이다. 바위가 잘려 나간 부분을 자세히 살펴보면 예리한 기구를 사용한 것이 틀림없다. 바위 다리가 잘린 이유인즉, 여인이 다리를 벌리고 누워있는 모습이어서, 산너머 마을에 바람난 처녀가 많았다는 것이다. 바위 모습이 점잖지 못할 뿐만 아니라, 마을 여인들이 바람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한다.

아마도 옛날에 산 너머 마을에는 밤중에 몰래 만나서 열애에 빠진 처녀총각들이 더러 있었던 모양이다. 한창 불붙은 젊은이들의 열정을 점잖은 부모님인들 막을 수 있었을까. 옛날 동네마다 처녀총각들이 넘쳐나던 시절, 청춘 남녀 사이에 재미있는 얘깃거리 한두 가지쯤은 어디고 있었을 것이다.

‘남녀 칠세 부동석’이라는 지엄했던 옛 어른들의 가르침이 세상을 지배하던 시절, 때와 장소를 잘못 타고난 죄로 애꿎은 여인석만 다리 없는 불구가 된 것이다. 조상들이 살았던 모습을 하나하나 살피다 보면 참으로 많은 것들을 생각하게 한다. 무모하고 우직해 보이기도 하지만, 웃음이 나올 정도로 재미가 있으며 소박한 모습들을 전해준다.

 

나무꾼들의 휴식터 보개산 할매바위
보개산 할매바위도 듣는 이들의 귀를 쫑긋하게 만든다. 바위 생김새가 풍만한 여인의 엉덩이처럼 펑퍼짐하다. 또한 바위 한가운데에는 여인의 상징과 닮은 모습이 파여 있다. 여기에도 외설스러운 이야기가 전한다.

옛날 나무꾼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살았다고 한다. 두 노인은 어찌나 정이 좋았던지 잠시도 떨어져 있지 않았다. 나이가 들어서 할머니가 먼저 세상을 떴다. 할아버지는 생전의 할머니 모습을 잊지 못하고 그리워했다. 할아버지는 할머니를 잊지 않기 위해 바위에 할머니의 상징을 파놓고 쳐다보며 외로움을 달랬다는 이야기다. 이곳에 물이 찰랑찰랑 고이면 홍수가 나고, 이 부분을 건드리면 과부가 많이 생겨난다는 속설이 전해지고 있다.

옛날 할매바위는 보개산에 오르내리던 나무꾼들의 정거장이었다고 한다. 할매바위에 올라앉아 잠시 쉬면서, 젊은 시절 이성에 대한 호기심을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할매바위 이야기는 나무꾼들의 이성에 대한 호기심과 상상에서 만들어진 것이리라.

 

육골마을 선바위
구항면 마온리 육골마을 뒤편 보개산 등산로 옆에 바위가 있다. 바위는 두 사람이 부둥켜안고 서있는 모습이어서 ‘선바위’라는 이름이 붙었다. 선바위에는 산 양쪽 마을에 살던 청춘 남녀의 이루지 못한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전해온다. 신랑쪽 부모님의 반대에 부딪힌 두 남녀는 남몰래 만나던 자리에서 목숨을 끊고 말았다. 세월이 흐른 후에 그 자리에서 바위 두 개가 나란히 솟아올랐다.

옛날에는 선바위 앞에서 마을과 개인의 안녕을 위한 제사도 지냈다고 한다. 선바위 주변으로 널찍한 광장이 있어서 아이들의 놀이터로 안성맞춤이었다. 옛날에 마을 아이들이 바위 꼭대기에 올라가서 놀았던 추억어린 장소이기도 하다.

 

온요마을 말구수바위
보개산 선바위 부근에서 등산로를 따라 마온리 온요마을 방향으로 걷다 보면 말구수바위(말구유의 사투리)와 만난다. 바위 모습이 네모반듯하고 말이나 소에게 먹이를 담아주는 구유와 비슷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말구수바위가 있는 보개산 주변 마을에서 여러 명의 무관이 배출됐다. 이들이 소년시절에 말을 타고 보개산을 오르내리며 무예 수업을 할 때마다, 이곳 말구수 바위에 먹이를 담아놓고 먹였다는 전설이 전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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