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5 15:36 (목)
<우리동네 생활사투리-168> “시끄러봐”
상태바
<우리동네 생활사투리-168> “시끄러봐”
  • 홍성문화원 조남민 사무국장
  • 승인 2023.12.31 08:0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니: 중얼중얼 허지 말구 고만 점 시끄러봐. 나 점 얘기허자.

-저니: 우덜 다 합죽이여. 여적 자네 혼자 삼십분째 헌 얘기 또허구 또허구 있자녀.

<시끄러봐>는 ‘좀 조용히 해봐’라는 뜻이다. 단순히 글로만 보면 ‘시끄럽게 떠들어 봐’라는 뜻인데 실제로는 정반대다. ‘너 때문에 시끄러워 소리가 안 들리니 좀 조용히 해봐’가 줄어들면서 ‘시끄러봐’가 되었다. ‘시끄러’라고 하면 ‘시끌벅적하게 떠들어라’라는 말이 아니라 ‘조용히 해’라는 명령어가 되는데, 여기에 ‘~봐’가 붙으면서 완곡한 뉘앙스를 풍긴다.

충청도 언어의 묘한 반어법이 숨어있는 이 말을 외지인이 처음 들으면 ‘이게 대체 무슨 소리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주로 야외나 실내에서 크게 떠드는 사람 때문에 들어야 할 어떤 소리가 잘 들리지 않게 될 경우, 떠드는 사람에게 주의를 주면서 ‘좀 시끄러봐’라고 직설적으로 말한다.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포함하여 라디오, 음악, 안내방송 등 집중해서 들어야 할 어떤 멘트를 놓치지 않으려고 주변 사람을 다그칠 때 흔히 사용한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이 소란스러우면 떠드는 사람을 향하여 ‘계속 시끄러봐’라고 하는데, 이때는 ‘어디 한번 얼마나 더 떠드는지 보자’는 노여움이 묻어있으므로 얼른 조용히 해야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
이슈포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