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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 해’에 생각해 보는 전설-하늘로 올라간 두 마리 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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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띠 해’에 생각해 보는 전설-하늘로 올라간 두 마리 용
  • 김정헌 내포구비문학연구소장
  • 승인 2023.12.31 0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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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곡면 월계2구에는 용못이라는 부르는 연못 터가 남아 있다. 이 마을을 용연마을이라 부르는 데 옛날에 용이 승천한 연못이 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2024년 용띠 해가 밝아왔다. 용은 각종 띠를 나타내는 12지신 가운데 유일한 상상 속의 동물이다. 용의 주요 부분에 그려진 각각의 모습들은, 낙타의 머리·사슴의 뿔·토끼의 눈·메기의 수염·소의 귀·뱀의 몸통·잉어의 비늘·호랑이의 발바닥·매의 발톱 등을 모방하여 만들어진 것이라고 한다. 그야말로 용은 실존하는 아홉 동물의 최고 장점만을 모아서 만든 최고의 권위를 상징하는 상서로운 존재이다.

우리고장 홍성에는 용과 관련한 많은 지명 유래와 전설이 전해 온다. 그중에서도 우리들에게 깊은 울림을 주는 용 관련 전설 한 편을 소개한다. 홍성군 장곡면 월계리 2구에 용연(龍淵) 마을이 있다. 옛날에 용이 승천한 연못이 있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이곳에 용못이라고 부르는 연못 터가 남아 있다.

용못은 마을 앞으로 양쪽 계곡이 쌍둥이처럼 흐르다가 합쳐지면서 깊은 연못을 만들었는데, 이곳에 용이 살았다고 한다. 용못 양쪽으로 흐르는 계곡을 쌍계(雙溪)라고 한다. 쌍계 주변 바위에는 신라시대 명필가였던 최치원의 글씨가 새겨져 있다. 현재는 주변 지형이 바뀌며 문화유적의 훼손을 방지하기 위해, 글씨가 새겨진 바위들을 바로 위쪽 언덕 마당으로 옮겨 보존하고 있다.

쌍계 계곡의 거대한 바위와 주변 암석에 새겨진 글씨의 규모를 보더라도, 옛날에는 이곳 양쪽 물줄기가 큰 계곡을 이루었고, 경치 또한 장관이었을 것이라는 짐작이 가능하다. 더욱이 용연 계곡이 더욱 돋보이는 것은, 두 마리 용의 아름다운 전설이 전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옛날 쌍계 양쪽에 용이 한 마리씩 살았다고 한다. 두 마리 용은 양쪽 계곡을 오르내리며 매우 친하게 지냈다. 두 마리 용은 하늘로 올라가는 것이 소원이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연못으로 내려와 마음을 합쳐 하늘에 기도했다. 어느 날 용들은 하늘로부터 반가운 응답을 받았다. 100년 동안 깨끗한 마음으로 열심히 수련하면 승천하게 해준다는 약속이었다.

두 마리 용은 그날부터 고된 수련을 시작했다. 자신들의 수련 모습을 하늘이 모두 내려다보고 있으므로, 부정한 마음을 먹지 않고 부정한 행동도 절대로 하지 않았다. 100년이라는 세월을 하루도 변함없이 똑같은 자세로 수련에 임했다. 드디어 하늘로부터 약속받은 100년이 다가오고 있었다. 이제 며칠만 기다리면 승천할 날이므로 마음을 졸이며 하늘의 부름을 기다리고 있었다.

100년이 되는 날 새벽, 두 마리 용 앞으로 하늘로부터 여의주가 밧줄에 매달려 내려왔다. 여의주를 타고 하늘로 올라오라는 연락도 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여의주는 하나뿐이었다. 하늘로 올라갈 수 있는 용은 한 마리뿐이었다. 나머지 한 마리는 또다시 100년 후에 하늘로 올라올 수 있다는 것이었다. 두 마리 용은 여의주를 가운데에 놓고 마음의 갈등을 겪기 시작했다. 서로 상대의 눈치를 보며, 긴긴 침묵에 빠져들었다.

장곡면 월계2구에는 최치원 선생과 관련한 유적이 남아 있다. 

‘지금까지 고생한 시간이 자그마치 100년이야. 또다시 어떻게 100년을 기다린단 말인가. 내가 얼른 먼저 밧줄을 타고 하늘로 올라갈까?’, ‘이 녀석만 없으면 여의주는 내 차지인데…. 이 녀석을 없애버릴까?’ 두 마리 용은 마음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며 승천할 생각에 골똘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른다. 긴 침묵을 깨고 여의주 오른쪽에 앉아있던 용이 먼저 무겁게 입을 열었다. “야, 친구야!” 여의주 왼쪽에 앉아있던 용은 바짝 긴장했다. ‘이 녀석이 무슨 소리를 하려는 걸까? 나에게 양보하라고 하겠지? 나는 절대로 양보하지 않을 거야.’

왼쪽 용은 마음의 각오를 단단히 하고 상대편을 바라보았다. “친구야, 네가 먼저 올라가라!” “뭐라고…?” 왼쪽 용은 깜짝 놀랐다. 자신에게 양보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먼저 올라가라니……. 뒤통수를 망치로 땅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이었다. 순간적으로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당황하며 갈피를 잡을 수가 없었다.

‘그래, 그럼 그렇지. 암, 내가 먼저 올라가야지.’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다가 다시 마음속으로 도리질을 했다. ‘아니야,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100년을 똑같이 고생했는데 어떻게 나만 먼저 올라갈 수 있겠는가? 암, 안되지, 차라리 내가 양보하는 게 떳떳하겠어.’ 왼쪽용은 잠깐 마음속으로 심한 갈등을 겪었다. 그러다가 결심한 듯 대답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린가? 나보다도 자네가 더 열심히 수련했는데, 친구가 먼저 올라가야지. 나는 100년 후에 올라갈 테니 친구가 먼저 올라가게.” 왼쪽 용은 고개를 흔들며 대답했다. 두 마리 용은 서로 먼저 올라가라고 여의주를 상대편 앞으로 밀어놓으며 실랑이를 벌이기 시작했다. 두 마리 용은 서로 옥신각신하면서 또다시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그러다가 하늘로 올라오라는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하늘에서는 용이 올라올 때가 되었는데도 소식이 없으므로 궁금했다. 옥황상제는 시녀들에게 상황을 알아보도록 명령했다. 하늘의 시녀들은 쌍계를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여의주를 앞에 놓고 서로 옥신각신 다투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상황을 자세히 알아본 시녀들은 옥황상제에게 보고했다.

“옥황상제님, 두 마리 용이 서로 심하게 싸우느라고 못 올라오고 있습니다.” “뭐라고? 두 녀석들이 서로 자기가 올라오겠다고 싸운단 말이냐?” 옥황상제의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게 아니옵니다. 서로 상대편에게 여의주를 주면서 양보하느라고 싸우고 있습니다.” 옥황상제의 심하게 일그러졌던 얼굴이 펴지면서 잔잔한 미소가 흘렀다.

“어허, 그거 참으로 기특한 마음 씀씀이로구나. 그렇다면 여의주를 하나 더 내려보내도록 하여라.” 쌍계 계곡에서 옥신각신하던 두 마리 용은 기쁜 마음을 감출 수가 없었다. 너무도 뜻밖의 선물이어서 눈물을 흘리며 얼싸안았다. 이렇게 하여 쌍계에 살던 두 마리 용은 하늘로 올라갔고, 그 자리에 아름다운 전설만 오래오래 전해주고 있다.

용이 승천했다는 전설은 다른 내용으로도 전승된다. 옛날 이곳 마을에 인심 좋은 부자가 살았다고 한다. 부자는 주변 사람들에게 덕을 많이 쌓아서 사람들의 존경을 받았다. 부잣집에는 힘이 좋은 머슴이 있었다. 머슴의 겨드랑이 아래에는 큰 비늘이 있어서 평범한 인물이 아니었다. 머슴은 힘이 어찌나 좋은지 보통 사람들 여러 명의 일을 혼자서도 거뜬히 해내기도 하고, 천리도 단숨에 다녀올 수 있는 능력이 있었다. 이런 초능력은 겨드랑이 밑에 있는 비늘에서 나오는 것이었다.

어느날부터 마을에 큰 변고가 생겨났다. 마을의 짐승들이 죽어 나가기도 하고, 벼락천둥과 함께 큰비가 연일 내렸다. 마을 앞 큰 연못에 살고 있는 용이 심술을 부려서 생기는 일이라고 했다. 용은 부잣집에 살고 있는 머슴에게 기를 빼앗겨서 승천하지 못하므로 심술을 부린다는 것이었다.

부잣집 머슴은 자신을 희생시키고 마을의 평화를 되찾도록 주인에게 부탁했다. 부잣집 머슴은 용의 해코지를 막기 위해서 기꺼이 자신을 희생한 것이다. 용은 해코지를 멈추고 기를 되찾아서 하늘로 올라갔다고 한다. 참으로 아름다운 이야기가 전하는 계곡이다. 눈앞의 욕심에 눈이 멀어 사리 분별 못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가르침을 전해주는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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