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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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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
  • 서현진 시인
  • 승인 2023.12.31 08: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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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자, 눈 쌓인 숲으로
모든 말(言)을 버리고

당신에게 들려 줄 새로운 말을 배우러 왔을 적에
자작나무 사이 길
새들이 후드득  
살비듬 같은 눈가루를 날려요

지상에서 멀어질수록
나무의 잠 속으로 빠져 들어요
숲에 깃든 영혼이 깨울 때까지

숨을 쉬고 내쉴 때마다
하얀 입김이 
겨울 정령과 키스를 하지요

눈 위에 찍힌 발자국을 차례로 지우고
구석진 동굴 깊은 속
잠자는 동물이나 길들일까 봐요
눈의 무게가 무겁게 느껴질 때마다
사람의 말 대신 동물의 소리로
그냥 꺼이꺼이 울까 봐요

잊어버리지 않으려면 
차갑게 얼어있어야 해요
반인 반수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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