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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심의 ‘후폭풍’ 웃어넘길 일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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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안 심의 ‘후폭풍’ 웃어넘길 일 아냐
  • 홍성군의회 최선경 의원
  • 승인 2023.12.24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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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의회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예산안 심의를 마치면서 해마다 불편한 심정이 반복되기에 펜을 들었다. 근 한 달 여 간에 걸친 홍성군의회 제300회 정례회가 무사히 마무리됐다. 이번 회기는 2023년도 군정 업무를 평가·점검하고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하는 매우 중요한 회기였다.

2024년도 예산안 중 총 19건 사업에 약 67억원을 삭감해 8410억원을 수정가결했다. 홍성군의회 의원 모두는 이용록 군정의 방향성을 점검함과 동시에 선심성 예산과 과다계상된 사업을 삭감했고, 민생과 시민 안전 강화, 복지 사각지대 해소에 중점을 두고 심사했음을 밝힌다. 또한 관행적으로 대부분 원안 가결해왔던 도의원 현안사업 가운데서도 특정단체를 위한 선심성·일회성 행사예산이나 불요불급한 사업들도 과감히 삭감했다는 점도 의미가 있겠다. 이번만큼은 소관 상임위원회 의견을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노력했다.

본예산안에서 67억원의 예산이 삭감된 것은 홍성군의회 역대 최고치이다. 이에 대해 군수를 비롯해 집행부에서는 상당히 민감한 반응을 보였으며, 특히 군수 공약사업인 ‘홍주읍성복원사업’ 관련 ‘향청복원 부지매입비’ 47억원이 삭감된 것에 대해선 군수가 직·간접적으로 여러 차례 섭섭함을 토로해 난감한 상황도 연출됐다.

어쨌든 여러 우여곡절이 있었음에도 예산안에 대한 심의권은 의회의 고유 권한임을 다시 한번 강조하련다. 사실, 선출직으로서 부적절한 사업이라 하더라도 주민들의 요구가 담긴 예산을 삭감하는 게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아울러 날카롭게 예산 삭감을 지적하고 주장할수록 우수수 ‘표’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는 여론도 부인할 수 없는 현실이다.

그러나 삭감 조서가 완성되면 우리 의원들은 으레 또 다른 측면에서 곤란한 일들을 감내해야만 한다. 삭감된 예산과 관련된 각 기관이나 단체들이 의원 개인에게 전화로 항의하거나 의회로 직접 찾아오는 일이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심지어 ‘나중에 두고 보자’라며 협박성 발언을 서슴지 않는 주민들도 더러 있다. 어떻게 의회 내부의 정보가 외부로 흘러나갔는지는 모르겠으나 상임위와 예결위를 통해 심도 있게 논의된 삭감 예산에 대해 외부 압력이 들어오는 것은 옳지 못하다. 이러한 문제는 추후 반드시 개선되어야 한다.

한편으로 우리 의원들 현안사업 일부도 선심성 예산으로 편성된 점은 무척이나 아쉬운 부분이다. 경로당에 풍족하게 물품을 지원해주는 의원, 회원이 많거나 입김이 센 특정 단체와 기관을 위해 알아서 예산을 ‘척척’ 지원해주는 의원들이 유권자들로부터 인정받는 ‘선거제도’의 시스템을 무시할 수 없다는 점을 실토한다. 점차 의회 내부에서 정화 노력이 요구되는 문제임을 털어놓는다.

지방의회의 역할과 기능에 대해서는 긍정과 부정의 상반된 의견들이 존재함을 알고 있다. 조례제정, 집행부에 대한 감시감독의 통제기능을 점차적으로 강화하고자 노력한 점 등은 낙관적으로 평가받을 것 같다. 반면 그동안 지방의회는 주민 중심의 자치활동과 지방정부에 대한 정책감독에 대한 기능에 있어서 온전히 그 역량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는 점도 겸허히 받아들인다.

끝으로 예산이란 주민으로부터 나온 것이며, 주민을 위해 쓰여야 하는 게 최선이다. 잘못된 예산 삭감 또는 엉뚱한 예산 배정의 피해는 주민에게 고스란히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의회와 집행부 모두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방자치와 지역사회발전이라는 명분 앞에서 이제는 집행부와 의회, 그리고 주민 모두가 협심하여 성숙한 자세로 각자 주어진 위치에서 지방행정개혁의 핵심적 주체로서의 모습을 보여 줘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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